반석산 153

냥이 마을을 돌아 석양이 지다_20200425

냥이들 만나러 가는 길이면 옆길로 새지 않고 정주행이다. 누군가 관심으로 꾸준히 챙겨 주시만 나 또한 이게 내 표현 방법인 셈이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녀석들의 철옹성 같던 경계가 무너지는 재미, 나만의 몰취향이 되어 버렸다. 순둥순둥한 치즈뚱이는 늘 마지막 차례라 밥은 좀 남겨 뒀다 뒤에 식사하는 녀석들을 챙겨 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치즈뚱이다. 가장 경계가 심한 카오스는 치즈뚱이처럼 몇 아이의 어미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겁을 먹고 줄행랑이라 조심해야 된다. 치즈뚱이는 지나는 행인들에게 촉각이 곤두섰다. 까칠하지만 인물 좋은 삼색이도 볼 수 있었다. 녀석들이 식사를 거의 끝낼 즈음해서 냥이 마을을 벗어나 복합문화센터 뒤뜰을 경유하여 반석산 전망데크로 올라갔다. 며칠 전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전형적..

냥이 마을_20200423

복합문화센터 뒤뜰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곧장 냥이 마을로 향했다. 대기가 맑은 데다 화창한 날씨는 덤이라 반석산을 한 바퀴 돌아도 여전히 발걸음은 경쾌했다. 10kg짜리 냥이 밥을 구입한 덕에 당분간 녀석들과 울 냥이에 대한 식사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그만큼 녀석들을 찾아오는데 부담도 없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이제는 낯익은 녀석들은 알아서 총총걸음으로 모이며 주위를 맴도는데 처음에 3 녀석이 보여 3 그릇을 나누어 줬고, 뒤따라 두 녀석이 오자 먼저 배를 채우던 녀석 둘이 자리를 양보했다. 식사자리에 가장 먼저 입을 대는 녀석은 치즈얼룩이와 검정얼룩이로 녀석들은 전혀 망설임 없이 식사를 하는데 가끔 식사 중에도 다른 밥그릇에 옮겨 다니며 식사를 하는데 다른 녀석들도 전혀 거부반응이 없는 걸 보면 무..

일상_20200423

여전히 서늘한 봄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이유는 맑은 대기로 인해 봄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불청객과도 같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언제 다시 습격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인행에서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설처럼 흘러 왔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다고 여기는 것보단 한껏 팔 벌려 누리기로 한 마당에, 그래서 치열한 시간들 사이에 이런 달콤한 용기를 주는 게 아닐까? 냥이 마을도 찾을 겸 온전하게 맑은 봄도 만날 겸해서 집을 나서 우선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소홀한 반석산 북녘을 관찰하기로 했다. 곧장 반석산 정상을 지나 낙엽무늬전망데크에 다다르자 역시나 성석산을 비롯하여 서울 진입 전 장벽처럼 서 있는 청계산 방면까지 또렷하게 보였고, 급하게 올라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은 금세 감..

냥이 마을_20200421

얼마 남지 않은 하루 낮시간대에 산책 삼아 집을 나서 곧장 냥이 마을로 향했다. 봄바람이 적당한 청량감을 싣고 코끝을 부딪히는 날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냥이 마을에 도착, 때마침 치즈 뚱이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카오스 가족은 보이지 않고, 아이 둘은 냥이 마을에 있는데 어미가 없어서 인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가장 격한 반가움을 보여주는 치즈 얼룩이가 식사를 끝내고 어딘가를 응시하여 그 방향을 바라보자 지나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렸다. 아이들이 식사를 끝내길 기다렸다 치즈뚱이가 식사를 시작했고, 뒤이어 얼룩 태비가 슬며시 다가와 조심스럽게 식사를 시작했다. 얼룩 태비는 늘 어미는 어디 두고 냥이 마을에 부비적 찾아와 다른 녀석들과 친해지려 했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많던 날, 녀석들의 화목한 모..

봄길 산책_20200418

얼마 남지 않은 봄의 작별을 기약하며 잠시 스치는 한 순간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람도, 자연도 올 때는 반갑고, 갈 때는 서운하지만 마냥 생각을 그 자리에 머물러 두기보단 다음에 올 변화에도 관대하자. 매번 아쉽고 서운함이 반복되는 가운데 자연도, 나 자신도 성숙의 레드 카펫을 밟으며 무르익는 성찰이 되니까. 벚꽃이 줄지어 서 있던 자리가 어느새 신록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흔히 피는 꽃들도 하나 같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아름다움을 전도한다. 아직은 남은 개나리. 봄 내내 묵묵히도 화사한 약속을 지켰다.

냥이 마을_20200417

이번엔 평소에 비해 많은 양을 챙겨 갔는데 늘 보이던 냥이들이 보이질 않았다. 뭔 일이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봐도 그리 큰 변화는 없는데. 어디선가 냥이들이 한 둘 모이기 시작해서 가까이 있던 녀석들이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온다. 밥이 오면 두 녀석이 가장 먼저 입을 댄다. 치즈 얼룩과 얼룩 두 녀석은 이내 친해져 이제는 녀석들이 제법 반갑다는 표현으로 몸을 문지른다. 처음에 비해 경계는 많이 풀렸지만 요 쪼꼬미 녀석은 아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데 비해 밥은 용케 알고 달려와 두리번거린다. 행여 다른 녀석들이 올까 싶어 여기에 따로 밥을 넣었는데 얼룩이가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싶어 다가와 몇 입 먹는다. 배부른 자의 여유. 나무 가지에 얼굴을 비비는 표정이 익살 맞으면서도 귀엽다. 여기 모여사는 녀석들..

봄꽃 따라 번지는 핑크 퍼레이드_20200417

봄의 정점에서 전령사들이 잠자고 있던 봄을 일깨워 길게 기지개를 켠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의 진면목이 그토록 오랫동안 깊은 잠을 깨며 화사한 소식들을 알차게 준비해 왔다는 이치가 오묘한 싹을 틔울 줄이야. 들판에 피는 허투루한 야생화 조차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을 드러내며 흐르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양분 가득한 봄의 기운을 먹고 하나둘 자리를 박차고 세상 나기를 하는 존재들을 보며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왜 숭고하고 거룩한지 새삼 재확인하게 된다. 냥이 마을에 들렀다 녀석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야외음악당으로 방향을 정하고 걷는데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하는 봄이지만 벌써 화려한 예고 한다. 복합문화센터 방향으로 내려오면 영산홍도 하나둘 꽃망울을 틔우고 있는데 이 또한 진한 핑크빛을 탄생시킨다. 매혹적인..

길 위의 고단함_20200410

잠시 나간 산책길에서 길 위 생명의 고단함을 헤아린다. 초보 애묘인이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과 함께 한 생명이라면 분명 공존공생하는 숙명과 더불어 이로운 부분이 훨씬 많을 터. 그럼에도 길로 내몰린 가련한 생명들에 동정 이상의 박애 정신은 발휘하지 못했다. 산책 삼아 밥 한주먹 담아서 반석산으로 향했고, 냥이 마을에 도착할 즈음 석양이 서편 마루에 걸렸다. 도착 했을 때는 냥이 마을이 텅비어 발걸음을 돌릴까 하다 녀석들을 부르자 몇 번 봤다고 어디선가 몇 녀석이 달려왔다. 위계 질서가 엄격함에도 늘 먼저 먹는 녀석이 배부른 만큼 가장 순둥이한테도 밥을 봉투째 내밀자 눈치를 보다가 어느새 맛나게 먹는다. 너무 약하고 소심하고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돌아서는 길에 늘 마음에 걸린다. 냥이들과 헤어진 뒤..

냥이 마을_20200409

코코 식사를 나눠주고 잠시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힌다. 앞서 식사를 주신 분이 넉넉하게 쟁여 둔 덕에 한 녀석도 빠짐없이 끼니를 채우고도 남았다. 예년처럼 외출과 여행이 신중한 만큼 횟수는 부쩍 줄어 반사적으로 야간의 조용해진 틈을 이용하거나 평일 사람들이 뜸한 기회를 이용하게 되는데, 코로나19가 누그러질 때까지 마스크와 소독제를 챙기며 나로 인한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어 불편을 감수해야지. 그런 의미로 냥이 마을 여행은 갑갑한 마음의 멋진 해소를 제공해준다. 불편이 익숙해지면 일상의 수준이 되지만 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챙기고 되뇐다. 냥이 마을에 구내식당. 녀석들만의 식사 서열이 있어 그걸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가장 경계심이 많고 겁이 많아 형제들이 다 먹은 뒤에야 귀를 쫑긋 세..

봄꽃 가득한 길을 거닐며_20200402

봄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꽃과 새로 피어나는 녹색과 더불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흔하게 부는 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에서 조차 실려 오는 싱그러움이다. 퇴근길에 미리 챙겨둔 카메라로 사람들이 흔히 외면하는 가로수를 한 올 한 올 시선으로 챙기던 사이 부쩍 길어진 낮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쉬운 밤이 젖어들었다. 지금까지 감동에 너무 무심했던지 길가에 늘 오고 가는 계절에도 홀로 감동을 오롯이 챙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시간이란 녀석이 늘 무심하다 지만 만약 시간이 옭아매는 조바심이 없었다면 감동의 역치도 없었을 것을. 평소 발길이 뜸한 국제고등학교 인근 거리에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해졌다. 국제고등학교를 지나 사랑의 교회 옆 인도로 걷던 중 만난 들꽃의 빛결. 사랑의 교회 앞 정원에도 봄이 완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