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산 153

가을 찾기, 일상_20220926

정처 없이 걷는 가을 길목에서, 어차피 계절은 명확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가장 화평하며 뚜렷한 간극도 없었다. 인생의 변곡점처럼 시간에 대한 명징한 기약은 없어도 필연의 만남과 작별만 명제로 다짐할 뿐이었다. 걷는 걸음 사이 로즈의 이쁜 품새에 깊은 한숨 뱉어 버리듯 잠깐의 휴식은 혐오가 도저히 가장할 수 없는 뽀얀 사색의 선물이었다. 베란다에 어느새 방아나물이 제 안방처럼 자라 꽃을 선물한다. 서로의 관심에 함께 화답하는 징표다. 가을이 짧다고 여겨지는 건 사람들 머릿속에 그려진 전형적인 가을만 추동하기 때문이다. 오는 가을에서 아름다운 진면목을 찾는다면 가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로즈 동생이면서 무척 경계심이 많으면서 다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녀석이지만 이쁜 옷을 입었다. 얼굴만 이쁜 게 아니라 ..

비 그친 여름 녹음, 독산성_20200801

바삐 달려온 폭우가 숨 고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사이 동탄과 인접한 독산성을 올라 마음의 때를 훌훌 털어버린다. 연일 사위를 둘러싸던 비구름이 잠시 하늘로 오르자 세상도 모습을 배시시 드러내며 밝은 미소의 신록도 겸연 쩍어 서서히 고개 든다. 문명이 졸고 있는지 지나는 바람 소리에 치찰음은 들리지 않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텁텁함도 없다. 아담한 뒤뜰에서 철 없이 뛰어노는 냥이 가족의 발랄함에 문득 부러운 시선이 묻어난 걸 보면 무척이나 빈정대는 시선에 이골이 났나 보다. 산은 아무 말이 없다지만 때론 우매한 생각에 훈계와도 같은 일갈은 있다. 둘이 만나 하나의 안락한 접점을 이뤘다. 나풀거리는 개망초 군락 너머 세상은 그리 간결하지 않다. 행복한 가족의 품, 이 행복 오래 누리길. 무거운 정적의 보적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