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91

큰 조직에서 독립한 친구의 작은 공간, 인비또_20200628

유명 호텔, 리조트 체인에서 근무한 친구 녀석이 혼자 독립하여 구의동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 식당을 포함, 오프라인 매장은 거의 초토화된 마당에 조금 무모하다 여겼지만 자신의 미래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했을 터, 그래도 초를 뿌릴 순 없고 다른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내가 넘무넘무 좋아하는 파스타에 버섯이 송골송골 올려져 있는 피자,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스원해서 골 때리는 맥주까지. 파스타로 배를 불린 게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로 코로나19를 피해 식당에서 갓 조리한 요리가 얼마나 맛난 지 전부 억눌러 왔던 식욕을 숨기지 않았고, 그 많던 음식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게다가 친구들 얼굴도 무척 오랜만에 보기도 했다. 밤이 늦으면 대중교통 배차 문제로 불편해 좀 일..

깔끔한 멸치육수, 진우네집 국수_20200624

흡사 타운하우스를 닮은 모습, 비교적 들어선지 오래된 축에 비하면 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는 있다. 그래도 메타세쿼이아길과 인척이라는 점. 근래 여행 중 어떤 곳과 비교해도 가벼운 부담에 비해 공간이 너른 점. 일대가 펜션 단지라 이질적인 감정 이입에 소모하지 않아도 외형적인 특별함이 부여된다는 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하는 공공장소, 특히 맛집 탐방은 주변을 서성이며 이용객이 적은 지 눈치 아닌 눈치를 봤던 걸 감안했을 경우 여기는 마치 내집처럼 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가 가정적이다. 초여름이라 담양에 있던 시간 동안 여행객이 적어 심적 부담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타운하우스 정원 같다. 다만 앞에 저 까칠한 표정의 동상 덕분으로 밤에 ..

최고의 닭구이, 당골식당_20200319

대구 영진전문대 교육 과정을 함께 한 곡성 지인은 전라도 사람 중에서도 맛집 예찬론자라 추천하는 곳은 의심 없이 맛집이라 여겨도 좋을 만큼 미식가다. 그런데 구례 당골식당을 모른다고? 적극 추천으로 당골식당에 도착할 무렵엔 사위가 암흑 천지라 바로 식당으로 들어간 이후 사진 찍는다는 걸 잊고 폭풍 흡입했다. 앞서 만추에 구례 왔던 차 들렀건만 김장으로 하루 쉬는 날이라 헛걸음했는데 이번엔 내부가 북적댄다. 코로나19의 공포도 잊을 만큼 매력적인 닭구이집이라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지글거리는 불에 먹는 닭구이 맛이란! 닭 특유의 담백함에 살짝 가미된 소금 간이 일품인 곳이라 적극 추천할 만 한데 곡성 지인도 이 맛에 반해 언젠가 다시 가족들과 꼭 오고 싶단다. 이런 산골짜기에 이런 식당이 있나 싶을 정도에 ..

곡성의 유명인사, 소머리국밥_20200319

드뎌 소머리국밥집에 도착, 역 주변이라 전형적인 정취가 남아 있으면서도 잘 정비된 도로에 맞춰 반듯한 첫인상은 놓치지 않았다. 식당 내부도 오래된 집의 분위기는 남겨 두고, 현대식 깔끔한 분위기를 더해서 한결 편한 식사가 가능하다. 이른 아침을 대충 챙긴 터라 국밥을 한 술 뜨자 잡내가 없으면서도 특유의 구수함은 잃지 않았는데 서울에서 이 가격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내용물이 허술한 것도 아니라 오히려 건더기조차 푸짐하다.-물론 특을 시키면 오지게 만족하겠지- 슝슝 썰어 놓은 대파를 국물에 들이붓고 한술 한술 뜰 때마다 속은 편안해지고, 마지막 한술마저 비울 때까지 깔끔한 첫맛은 변함없는 걸 보면 전라도 맛집이라 소문나면 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어떻게 식사를 끝냈는지 모를 만큼 마지막..

기본기에 충실한 순대국, 영월 서부순대_20200204

영월에서 확실히 눈도장 찍은 곳은 영월시장 닭강정, 상동막국수와 더불어 확실한 삼각편대인 순대국밥 되시겠다.도사곡휴양림에서 나와 곧장 영월로 왔지만 아무리 정평난 어라연 여행도 속이 든든해야 지대로 감상하지 않겠나. 처음 들렀을 때는 불친절한 건 그렇다치더라도 반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한국말이 어눌한 사람이라 시간 문제를 갖고 조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될 거 같아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 구수한 순대국이 바로 등장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휴업이나 밤늦은 시각에 도착하면 이용할 수 없다는 걸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여기서 한 끼 정도는 뚝딱 해결한다.

맛깔스런 콩나물 해장국_20200112

익산에 오면 꼭 들러야 될 집으로 가장 추천하는 곳이 일해옥으로 전주 콩나물 해장국과 사뭇 다르다. 전주 현대옥이 깔끔하면서도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이 일품이라면 일해옥은 멸치 육수가 베이스면서도 비리지 않고, 멸치 특유의 진득한 국물이 일품이라 특색이 완전 다르면서 어느 하나를 콕 찝어 좋다고 할 것 없이 걍! 다 조~~아부러. 익산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기 전 이른 점심으로 일해옥에 다다르자 희안하게 주차장은 텅 비어 있어 아직 영업하지 않나 싶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리 넓지 않은 내부엔 자리가 꽉 차 있다. 그래도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게 어디여! 물론 식당 규모로 따지면 그리 비좁지 않은데 워낙 찾는 손님이 꾸준하다 보니 이마저 확장하지 않는가 원망 아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던 곳이다...

최고의 가성비 순대 요리_20200111

김제 사는 동생을 만나 점심 허기를 달래러 간 곳은 처음에 칼국수를 선택했다 긴 줄을 감안해야 된다기에 숙소와 가까운 곳 중 순대집을 선택했다. 근데 여기 완전 내 취향인걸~! 일단 서울과 가격 비교하기 적절하지 않겠지만 요즘 서울과 수도권에서 왠만한 국밥 한 그릇 8천원 정도 줘야 된다. 거기에 양은 내 기준에서 좀 작아 국물까지 비워 바닥을 보여도 양에 있어서 뭔가 아쉽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순대까지 시켜서 일행들과 해치우는데 여기 와서도 습관처럼 국밥에 순대를 시켜 놓고 옥수수를 열심히 터는 사이 음식이 나왔고, 언뜻 보기에도 남길 수 밖에 없는 삘이었다. 물론 김제 동생이 거구에 밥통이 크다고 해도 본인 기준으로 소식을 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말이 지껄여 행여나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건만 역시..

일상_20200104

새해 첫 모임은 원래 일영유원지에서 펜션을 하나 잡아 이틀 같이 보낼 예정이었지만 마지막에 급 변경되어 평소처럼 저녁 시간 동안 일산 족발집으로 선회했다. 동네는 완전 조용한데 이 족발집은 올 때마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이 가득했고, 다행이 올 때마다 미리 예약을 해서 키핑된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사람들과 어울렸다. 늘 유쾌한 모임이라 뒤끝도 없고, 침울한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일산으로 모이는 게 워낙 이동 시간의 비중이 커 7시 정도에 모여 11시 정도까지 시간을 보낸 뒤 성신이 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긴 했지만 몇 년 전과 달리 늦은 시각에 광역버스 이용객은 부쩍 줄어 23시만 넘으면 길게 줄을 서 만차로 인해 한 대 정도는 건너 뛰던 분위기가 지금은 전혀 없어 졌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맛집이라?_20191220

추위가 몰려오는 전날 대구에 내려가 지인들과 함께 조촐하게 소주잔을 기울인 뒤 미리 예약한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일어나 여주로 가기 전, 문득 해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백종원 3대 천왕 칼국수 집 중 하나인 동곡 손칼국수가 있는 동네로 향했다. 길은 단순하여 거의 헤매지 않았고, 아니다, 신천대로에서 신나게 달리다 서재길로 빠져야 되는데 익숙치 않은 지리라 한 발 앞서 빠지는 바람에 칠곡 방면 매천대교로 빠져 덕분에 팔달교를 한 번 더 건너 다사 산업단지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사발 옆에 낀 채 동곡에 도착했다. 역시 백종원 브랜드 파워인지 이곳이 소개된 이후로 동네길을 중심으로 손칼국수집이 몇 개 들어서 칼국수 마을로 재탄생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냄새. 큰 아궁이에 솥가마가 올려져 있고..

입맛의 추억_20191129

집으로 가는 길이 살짝 낯설게 느껴질 만큼 이번 여정이 근래 들어 길고 여유롭긴 했다. 이쯤 되면 여독이 조금 쌓여 음식을 해 먹는 게 조금 귀찮아지면서도 먼 길을 가야 뎅께로 에너지는 보충해야 되고, 때마침 가는 길목을 전주가 든든히 지키고 있어 참새가 방앗간을 걍 지나칠 수 없는 벱! 10월 중에 방문했던 매콤 달싹 등갈비 집으로 향했다. (음식으로 마법을 부리는 전주 사람들_20191009) 순천완주 고속도로 동전주 IC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찾아가기도 수월했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에 전부 말을 잃었다. 전골냄비 아래 불꽃이 춤을 추자 매콤한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고, 뒤이어 대파의 톡 쏘는 듯한 특유의 향이 동반되면서 먹기 전의 상상력도 덩달아 춤을 췄다. 전체적으로 열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