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73

나만의 담양 필수 코스, 진우네집국수_20211221

담양에 오면 꼭 방문하는 식당 두 곳 중 하나는 집에서 대충 말아먹는 국수를 연상시키는 국숫집이다. 지난번 4천 원 하던 국수가 이번엔 5천 원으로 인상폭은 꽤 큰데 그래도 이번 담양 여행에서 두 번이나 찾아갔다. 여기 별미는 멸치 육수에 삶은 계란으로 내 취향에 정확히 저격한 맛이다. 외부엔 예전 유원지처럼 야외 탁자가 즐비하게 늘어서 한눈에도 국수거리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영산강변에서 겨울 강바람을 관통한 따끈한 육수가 꽤 먹을만하다. 옆자리에 냥이한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트렁크에 밥을 가져왔건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 아쉽다. 깔끔한 멸치육수, 진우네집 국수_20200624 흡사 타운하우스를 닮은 모습, 비교적 들어선지 오래된 축에 비하면 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수 없는 ..

여주와 부론을 오가며_20211002

전형적인 가을 날씨라 아침부터 온 세상을 태울 듯한 강한 햇살에 은사 따라 덩쿨마 터널로 향했다. 덩쿨마가 만들어 놓은 녹색의 터널이 무척 인상적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덩쿨마는 크기가 제각각. 덩쿨마? 흔히 알고 있던 뿌리에 열매가 '주렁주렁' 맺는 녀석이 아니라 이건 가지가 덩쿨로 자라는 줄기에 열매가 '덩실덩실' 맺힌다. 맛은 영락없는 마에 모양은 연밥 같기도 하고, 돌덩이 같기도 하다. 모처럼 은사를 찾아뵙고 '덕지덕지' 붙은 피로와 잡념을 떨치던 날이었다. 아궁이와 가마솥은 조만간 문화재로 등재되더라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점점 사라져 가는 동시에 시간의 짙은 향수가 매캐하다. 이 정취가 마치 가을 초저녁에 어디선가 전해져 오는 낙엽 태우는 향 같다. 앞마당을 둘러본 뒤 점심 식사도 하고 드..

오래된 약수터, 오전약수_20210615

오전약수탕이 있는 마을은 예전에 쑥밭이란 뜻에 애전(艾田)으로 불리던 곳인데 이 쑥밭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이 지역이 물이 합수되는 지역이라 하천이 범람하여 항상 늪지대였기에 그런 뜻으로 수전(水田)이라 하였는데, 다른 말로 쑤뱅이라 불리던 것이 쑥밭으로 변경되었다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이곳 약수물이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문둥병 환자들이 약수를 먹고 몸을 씻고 이 지역에 있는 쑥으로 피부에 뜸을 뜨고 달여먹고 하여 병을 고쳤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 쑥밭이라 불리웠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오전 약수터는 물야면 오전리 후평장과 춘양 서벽장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봇짐장수(褓負商) 곽개천이라는 사람이 서벽장을 보고 주실령을 넘어 후평장으로 가던 어느 날 쑥밭에서 잠..

섬진강 따라, 곡성_20210120

섬진강만 그 자리에 있을 뿐 완연히 봄과 다른 겨울 옷을 둘러쓴 함허정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아쉬운 대로 주변을 돌며 강바람 짙은 향연 속에 잠시 몸을 맡긴다. 먼 길 달려온 강물은 함허정을 감싸고 잠시 쉬어 가듯 강폭이 넓어지고 웅크리는데 오랜 시간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이도 한탄과 삶의 집착을 내려놓았을까? 겸허해지는 순간 억겁 동안 지낸 강은 스승과 다를 바 없다. 세상 모든 적막들이 모여 쉬고 있는 저곳에 서는 순간 진가는 유감없이 드러난다. 여름 장마 폭우 당시 섬진강 수자원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강유역에 수많은 피해가 났었던 게 떠올랐다. 서쪽 섬진강에서 반대편인 동녘으로 고개를 돌리면 칼날 같은 동악산 능선에 또 한 번 감탄한다. 동악산 능선을 넘어 석양이 잠시 숨..

상행_20201120

곧장 창녕을 떠나 대구에서 지인을 만나 모처럼 막창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점심은 대구에 오면 한 번 정도는 꼭 들르는 뼈해장국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상행 고속도로를 탔다. 근데 여긴 찾는 시간대에 따라 맛이 들쑥날쑥인데 잘만 걸리면 구수한 진국이 나온다. 속리산 휴게소에 들러 멋진 구병산 산세는 꼭 감상해야지. 휴게소 바로 옆 시루봉도 특이하지만 멋진 몸매를 갖고 있다. 휴게소 뒤뜰에 어린 냥이들이 굶주림에 힘겨워했다. 집사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늘 가져 다니는 햇반 그릇에 녀석들 한 끼 밥을 채워주자 허겁지겁 해치웠다. 뻔히 알면서 지나친 찝찝함보다 녀석들의 삶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했다.

구수레? 수구레! 창녕 이방식당_20201119

창녕 우포 여행에서 식후경을 지키기 위해 들렀던, 나름 이 지역에서 유명한 국밥집이란다. 수구레? 국밥이라는데 동네 하나로마트에 들르게 되면 꼭 소고기 한 팩이나 하다못해 국거리사태나 양지라도 사면서 내가 흔히 알고 있는 기름덩어리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약간 질긴 듯 쫄깃한 식감에 비계 비슷한 느끼함도 살짝 가미되어 있지만 확실히 기름덩어리는 아닌 맛이다. 선지가 들어가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데? 국물이 살짝 밸런스가 맞지 않아 좋은 재료들이 각기 화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유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 식감을 폄하하긴 아깝긴 하다. 다행인 건 코로나 잠잠할 때, 때마침 내리는 비로 손님이 없어 수월하게 배를 채웠다. 수구레와 선지가 들어간 소고기 국밥인데 사실 내가 선호하는 소고기 국밥은 아니었..

베이스캠프는 담양_20201117

담양을 가면 꼭 들리는 국숫집은 집에서 만사가 귀찮을 때 육수에 사리만 넣어 먹는 초간편 방식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다. 영산강변에 많은 국숫집이 즐비하지만 습관처럼 찾는 집, 시골 저녁은 일찍 찾아와 18시 정도에 찾았음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고,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거리를 두는 덕분에 몇 안 되는 손님들도 널찍이 거리를 두고 앉아 거기에 동참했다. 오후 들어 지루한 비가 내려 야외 테이블은 앉을 수 없었으나 때마침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이 국숫집에 들리면 요리는 국수와 삶은 계란 뿐, 허나 계란은 꼭 먹어야 된다. 다 같은 계란이겠거니 하지만 여기 계란은 정말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마지막에 서로 웃으면서 대하자는 건 정말 공감. 늦은 밤이 아닌데도 담양은 벌써 한밤 중, 창 너머 ..

여정의 단골 메뉴, 영월 순대국밥_20201006

정선 사북으로 가던 중 출출한 속을 채우기 위해 영월로 빠져 저녁을 때웠다. 서부시장 순대국밥집에 들어가자 퇴근 후 간단히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로 인해 식욕은 배가 되었다. 전체적인 양은 적은데 속고기는 푸짐한 영월 순대국밥집이다. 오후 6시반이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속은 채워야 스것지?

생긴 건 꼬락서니, 맛은 마약_20200905

선유도 석양을 뒤로하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따라 고군산군도를 벗어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비응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자 밀려든 허기에 보이는 건 전부 음식처럼 보일 정도. 게다가 음식 하면 전주, 군산에, 칼국수 하면 바지락 아니것소잉! 군산에 와서 바지락칼국수 하나만 먹기엔 억울할 것만 같아, 눈에 헛것이 보일 정도라 해물전도 같이 시켰더니 비쥬얼이 무성의 그 자체다. 전을 부치다 세상 귀찮아 이리저리 굴리며 학대당한 불쌍한 모습이지만 한 조각 떼서 입에 넣는 순간 동생 녀석과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서로 눈을 맞히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억울한 상판대기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먹은 전, 빈대떡 중 최고를 군산에서 만났다. 부안에 명물, 바지..

웅크린 여름, 죽주산성_20200816

자그마한 숲을 지나 한적한 산성 안에 또 다른 녹음이 웅크린 채 잊혀진 시간을 되새긴다. 졸고 있는 시계바늘을 흔들어 깨워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이 바삐 달려가던 해가 서녘으로 기울며, 치열한 여름의 허공을 붉게 적신다. 6년 전 지나던 길에 한 차례 유혹의 눈빛을 보내던 산중 성곽을 그제서야 찾아내곤 시간을 거스르듯 회상의 길을 찾는 동안 바람살이 반가이 맞이한다. 접근이 용이한 산성이라 가벼운 차림에 이내 성문에 접근할 수 있다. 때마침 녹음 사이로 석양이 몸을 숨기기 직전이다. 비교적 아담한 산성 내부는 하나의 공원으로 단장되었다. 성곽을 따라 오르다 보면 하늘과 만나는 선을 종종 만난다. 산성의 서쪽에 있는 성문으로 진입하여 약속한 듯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성곽의 오르막길에 오르자 주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