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91

폭염 첫 날, 익산 중앙로_20240609

익산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 그래서 위봉산성 여정을 계획했건만 바로 무너졌다.때마침 더위도 한몫 했기에-그전 주까지만 해도 이상저온에 청명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폭염 주의보가 염병을 떨었다- 후끈 달아오른 익산 도심을 걸어 맛집 탐방도 곁들였다.왠지 지난날과 같지 않은 익산역 앞은 한 때 붐비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고, 그나마 맛집은 성황이었다.줄 서서 먹던 고려당은 여전히 대기가 길어 이번엔 패쑤, 칼국수집은 자리가 있어 비집고 들어가 줍줍 했는데 어찌 보면 타지 사람들한테 익숙하지 않은 비쥬얼로 마치 수제비 육수에 칼국수를 조합한 음식이었다.다만 왕만두는 꼭 먹어야한다.동탄역에서 SRT를 이용해서 종종 오던 익산역은 한 때 번화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적이 드물었다.익산의 향수를 다듬..

밤 10시에 유일한 선택지, 익산 우가양평해장국_20240608

평소 학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이번엔 시간이 촉박해 강의를 마치면 바로 익산으로 넘어갈 계획이라 차를 이용했고, 강의를 끝냄과 동시에 강남순환로-서해안고속도로에 올려 김제에 도착했다.김제에서 지인을 태우고 익산에 도착한 건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그 시각까지 으~리를 지키기 위해 굶고 있었던 녀석과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건 고사하고 문을 연 곳조차 찾을 수 없다 10시 정도에 드뎌 발견, 24시 해장국 식당이었는데 생각보다 넘나 괜춘한 걸!뼈다귀 해장국을 시켰는데 우거지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는 데다 맛도 괜춘, 양도 괜춘.대체적으로 익산 김치가 내게 맞는지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고, 뼈다귀는 꼬리 쪽의 퍽퍽한 살이 아닌 쫀득한 부위였으며, 국물은 스원했다.

냥이와 제비의 열렬한 환영, 충주 홍두깨칼국수보쌈_20240515

내 이름은 만두.난 우측 뒷다리 하나가 없어.그래서 급할 때 다른 닝겐들처럼 민첩하게 뛰거나 피하지 못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집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게 미소를 날려주고, 따스한 손길로 나를 대해줘.나도 사람들이 좋아.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도 어느 하나 큰 소리를 내거나 위협하지 않거든.난 늘 부족한 게 없어.밥도 적당히 채워져 있어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심심할 때엔 뒤뜰에 벌레며 가끔 사람들이 함께 놀아줘.그래서 난 누군가 맛 좋은 걸 주는 것보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나에 대한 삐딱한 편견만 없었으면 좋겠어.기생과 공생을 모르는 닝겐들이 아직 많더라구.집사는 내게 있어 세상이며, 나 또한 그들의 희열이거든.그럼 다음에 나를 보러 오게 된다면 나지막이 내 이름을 ..

주흘산의 진정한 자태, 문경 봉명산 출렁다리에서_20240503

장례식장 다녀오는 길에 굳이 크게 돌아 문경 봉명산 출렁다리에 올랐고, 소기의 목적인 주흘산의 자태를 관망하는 걸로 충분히 만족했다.백두대간의 산줄기에 한 걸음 뻗어 나와 하늘로 우뚝 솟은 모습이 날서린 공룡 등비늘처럼 독특하며 위풍당당했다.출렁다리를 건너는 동안 한사코 따라다니며 가슴으로 감싼 지역의 매력을 속삭였는데 어느 누구든 팔불출이 되더라도 이유가 있을 법했다.가고 싶은 곳은 넘쳐났고, 한정된 시간이 문제로소.주흘산은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해발 1,106m의 산으로 최고봉은 영봉이며,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있어서 등산 전후에 문경새재 관광도 할 수 있다.주요 등산로는 문경새재 방향으로 나있다. 주로 문경새재 1관문에서 시작하여 1,076m인 주봉까지 오른다. 주봉까지 가는 길에 여궁폭포라는 큰 폭..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동탄 보나카바_20240414

김제에서 동탄까지 날아온 동상, 그래서 뭔가 특별한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입맛에 후회는 없어야 되겠는데 녀석의 입맛을 잘 알기 때문에 주저 없이 보나카바로 예약을 했다.서울에서 태어나 어릴 적 원주로, 학교는 충주로, 회사는 오산으로, 다시 회사가 전부 이전하면서 김제로 기구한 삶(?)을 사는 녀석이지만 워낙 해외 출장이 잦고, 회사 내 입지가 괜찮아 심적 안정이 느껴졌다.근데 거구인데도 불구하고 가리는 식재료는 어찌나 많은지.예전에 익산 일해옥-여기 완죤 내 스탈-에 데려갔다 쥔장의 한 마디에 삐칠 정도로 마음도 여리지만(?), 가리는 식재료는 무궁무진한데 특히 범용으로 사용되는 계란과 파는 거부했다.일해옥에서도 계란과 파를 빼고 달라는 말에 쥔장께서 "뭐든 다 잘 먹게 생겼는디 워째 가리는 게..

회사 회식으로 만만하게 찾는 그릴1492_20240324

이베리코는 돼지 품종 가운데 하나로 머리와 코가 길고, 귀가 길고 좁으며, 몸이 검은 것이 특징으로 스페인이 원산지다.스페인 흑돼지인 이베리코는 자연 방목으로 도토리를 먹으며 자라 맛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양돈업계 일각에선 "이러다 국내산이 이베리코로 둔갑되는 것 아니냐."라는 자조 섞인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출처] 이베리코_다음사전오랜만에 모임 저녁 식사는 종종 회사 회식으로 애용하던 이베리코 고깃집.웃고 떠드는 사이 훌쩍 저녁 시간이 되었고, 마지막 유종의 미는 부근 카페에서 수다 떨다 밤 9시 넘어서야 파했다.봄이라 뭘 해도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시래기 순대국, 양평 개군 토종순대국_20240323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 출발하여 끝까지 여행 가이드로서 책임감을 느껴 남한강 여주보에 들렀지만 예전 생각하며 갔다 길을 헤매는 바람에 꽤 시간이 걸렸고, 워낙 봄볕이 강해 오래 있지 못했다.게다가 간현유원지 식당에서 먹은 아침이 벌써 소화가 되어 뱃속은 그야말로 전시상황이라 이른 저녁을 먹자는 의견에 비교적 가깝고 맛집으로 유명한 양평 개군의 순대국밥으로 결정했다.이른 저녁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식당에 들어서자 빈자리가 거의 없을 만큼 문전성시라 역시나 싶었다.어차피 국밥이라 주문한 메뉴는 빨리 나왔는데 일행의 폭풍흡입하는 모습을 보곤 너무 강행군했나 싶어 조금 미안했지만 사실은 입맛에 맞아서 맛이 있었단다.무청시래기가 들어간 순댓국이 독특하다거나 덧내가 적다거나 등등 일행의 호평에 괜히 으..

맛과 식감, 두 마리 토끼와 같은 새조개_20240224

과하지 않은 바다 내음, 쫄깃한 식감이면서 질기지 않은 새조개 샤브샤브를 처음 먹어봤는데 새조개의 공로도 인정하지만 전라도식 스원, 구수한 육수를 만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특히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온몸에 퍼지는 따스함은 감당 불가였다.순차적으로 나오는 맛깔난 음식들.가짓수가 푸짐한 대신 제대로 된 몇 가지만 집중해서 차라리 메뉴의 짜임새는 알찼다.뒤이어 새조개는 정말 새부리 모양이었다.끓는 육수에 3분.쫄깃한데 질기지 않았고, 바다 내음이 퍼지는데 비리지 않았다.거기에 톳 무침이 이리 맛난 줄!여간해서는 음식점에 가면 처음 세팅된 반찬만 즐기고, 아무리 맛나도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갖춰진 것만 즐기자는 소신도 이렇게 무너질 수 있구나.순식간에 새조..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2_20230508

길은 오직 하나를 위한 이기적인 상형문자가 아니다. 앞서 바다와 인간 사이 교묘한 교착점이 길의 화두였다면 구룡소 일대 길은 야생의 바다에 인간의 발자취가 잠시 후퇴한 길이면서 회피하지 않고 내륙으로 잠시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기회를 포착했다. 그리하여 강인한 바다가 잠시 한숨 쉬는 틈바구니에 어촌 마을을 들여 환경에 동화하고 삶을 일궜다. 기암절벽에 용이 웅크린 채 바다에 화답하듯 포효의 저역이 메아리치며 하얀 물거품이 용솟음쳤다. 그 어느 곳보다 평온한 대동배 마을을 끝으로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 길은 작별의 약속을 이행함과 동시에 기나긴 해안둘레길도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둘러 단장했다. 둘레길여행 퐝퐝여행 홈페이지 둘레길여행 바로가기 www.pohang.go.kr 절벽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 한숨..

설화가 잠든 바다 폭풍 언덕, 연오랑세오녀 공원_20230507

멀리 포항까지 찾아온 이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다. 허나 태풍급 바람에 굵은 빗방울은 해안둘레길은 고사하고 외출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아쉬운 대로 공원 뒤편 언덕과 테마공원의 사연 정도만 취득하며 바다 정취를 한아름 따다 품에 간직했다. 연오랑세오녀는 신라시대 설화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단다. 동해 바다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잠시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 고로 동해의 선물이라 간주하며 다음을 기약하자. 이야기가 가득한 하루를 열기 전, 아점 메뉴를 고민하다 숙소 뒤편에 소위 집에서 말아먹는 국숫집에 들러 김밥을 곁들여 주문을 했는데 운영하시는 분이 장년의 여성분으로 깔끔하고 단아한 식당 내부와 더불어 마치 집에서 먹는 국수 같았다. 그리 강하지 않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