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깔끔한 멸치육수, 진우네집 국수_20200624

사려울 2022. 9. 29. 23:52

흡사 타운하우스를 닮은 모습, 비교적 들어선지 오래된 축에 비하면 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는 있다.
그래도 메타세쿼이아길과 인척이라는 점.
근래 여행 중 어떤 곳과 비교해도 가벼운 부담에 비해 공간이 너른 점.
일대가 펜션 단지라 이질적인 감정 이입에 소모하지 않아도 외형적인 특별함이 부여된다는 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하는 공공장소, 특히 맛집 탐방은 주변을 서성이며 이용객이 적은 지 눈치 아닌 눈치를 봤던 걸 감안했을 경우 여기는 마치 내집처럼 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가 가정적이다.
초여름이라 담양에 있던 시간 동안 여행객이 적어 심적 부담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타운하우스 정원 같다.

다만 앞에 저 까칠한 표정의 동상 덕분으로 밤에 몇 번 개거품 물뻔했다.

담양에서 제법 유명한 거리가 영산강변에 즐비한 국수거리로 흔히 집에서 먹는 대로 면에 육수를 부어 그대로 먹는 방식이다.
고명 없는 국수지만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육수가 제법 내 입맛에 맞다.
익산에서 유명한 콩나물 해장국 '일해옥'처럼 멸치 육수를 사용하면서도 비리거나 강하지 않는 깔끔한 육수로 서울에선 고명이 거의 없는 랭면을 1만원이 넘는 가격에 먹는 현실에 비추어 여긴 4천원이라 착해도 너무 착하다.
담양이 관광 도시라 물가가 비싼 듯 보여도 원주민이 애용하는 곳들은 잘만 찾으면 가성비가 좋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코로나로 맛집은 가급적 배제하지만 담양에서 승일식당과 여길 빼놓으면 내가 너무 섭할 거 같아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를 이용했고, 이럴 때가 있나 싶을 만큼 외부 테이블을 제외하면 내부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4천원을 내면서 많은 걸 바라면 과욕이라, 다만 대한민국 최고 맛의 산지, 전라도에서 푸짐한 게 아닌 이런 정갈한 맛집도 많다. 

대청마루처럼 외부 강변 테이블은 손님이 좀 있어 내부로 들어오자 이렇게 널널하다.

시간대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

잔치국수를 주문하면 이게 전부다.

단무지 무침에 콩나물 무침과 시큼한 김치.

집에서 편하게 먹는 국수처럼 고명이 귀찮을 때엔 육수로 승부를 건다.

근데 멸치 육수를 사용하는데 비리지 않고 깔끔하다.

여기에 양념장 척척 올려서 먹으면!

삶은 계란은 멸치육수에 익힌 거라 그냥 지나치면 배신이다!

한 판 정도 사서 다른 가족, 지인들과 두루두루 나눠먹고 싶은데 금방 상하는 계란 특성상 발효되기 전 부패되어 버려 여기서 쳐묵쳐묵 하는 걸루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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