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입맛의 추억_20191129

사려울 2020. 1. 5. 20:11

집으로 가는 길이 살짝 낯설게 느껴질 만큼 이번 여정이 근래 들어 길고 여유롭긴 했다.

이쯤 되면 여독이 조금 쌓여 음식을 해 먹는 게 조금 귀찮아지면서도 먼 길을 가야 뎅께로 에너지는 보충해야 되고, 때마침 가는 길목을 전주가 든든히 지키고 있어 참새가 방앗간을 걍 지나칠 수 없는 벱!

10월 중에 방문했던 매콤 달싹 등갈비 집으로 향했다.

(음식으로 마법을 부리는 전주 사람들_20191009)

순천완주 고속도로 동전주 IC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찾아가기도 수월했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에 전부 말을 잃었다.

전골냄비 아래 불꽃이 춤을 추자 매콤한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고, 뒤이어 대파의 톡 쏘는 듯한 특유의 향이 동반되면서 먹기 전의 상상력도 덩달아 춤을 췄다.

전체적으로 열기가 전달되자 잠잠하던 육수도 보글보글 거품을 연신 쏘아 대는데 끓기 전의 육수를 한 입 떠서 입에 넣자 여러 식재료가 한데 어울린 고유의 맛이 혀 끝부터 미각을 자극했다.

 

전골이 넘치는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요동 칠 무렵 뚝배기에 계란찜이 놓였는데 마치 폭발할 듯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응축된 화산이 폭발할 모양새로 부풀려져 강한 김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 순간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맛보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숫가락으로 찌르자 계란이 품고 있던 절묘한 맛이 짭조름한 소금기와 함께 입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등갈비가 적당히 끓기를 기다렸다 드뎌 밥과 함께 먹는데 전주에 잠시 들르길 잘했다 싶은 보상 심리가 완전 충족되고, 더불어 모든 신경이 마비되었는지 포만감을 잊은 채 전골이 깨끗해지고 나서야 행복한 고통을 느끼고 수저를 떨구었다.

대파가 그간 품고 있던 달싹한 향과 함께 적당한 시기를 기다린 인내의 성취감도 육수에 녹아들어 식사가 주는 포만감이 인간의 욕구 중 얼마나 중요한 본능인지 실감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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