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91

구례 맛집을 찾아서_20191128

구례를 찾기 전, 구례가 고향인 동료로 부터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어머니께서 식당을 직접 운영 하시지만 구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드라이브 코스, 명소 등을 소개해 줬는데 일정상 대부분 건너 뛰고 몇 군데만 탐방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닭구이로 유명한 집과 다슬기 요리 집이었다.화엄사를 둘러 보고 출발할 무렵은 오후3시 조금 안 된 즈음이라 이른 아침 식사 이후 커피 외엔 아무 것도 먹질 않아 뱃가죽이 등판에 달라 붙기 일보 직전이었고, 때마침 지리산자락 바로 아래 가장 기대가 컸던 닭구이 집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루 휴무란다.산수유마을에서 자라는 산수유 나무는 우리가 흔히 가로수로 보던 산수유와 차원이 틀렸다.나무 밑둥치 굵기와 굴곡을 보면 몇 갑절 더 연세가 드신 나무 티가 팍팍 났고, 계절에..

큰 어르신 지리산에 안기다_20191127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따라 곧장 남원 인월에 도착한 건 정오가 살짝 지난 시각이었다.지리산의 거대한 형체가 먼곳부터 어렴풋이 유혹의 촉수를 뻗히고, 그와 더불어 최종 목적지인 구례 또한 지리산에 기대어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단아한 도시라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로 언젠가 부터 벼르고 벼르던 결정이었다.2013~2014년 초까지 출장이란 명분으로 남원을 뻔질나게 다니던 인연으로 제법 익숙한 지역이란 명분에 힘 입어 뱀사골 너머 구례는 늘 '멀지만 두루두루' 가봐야 되는 여정의 코스로 낙인을 찍어 두었고, 더불어 예전엔 산채 요리가 잡초향 가득한 몸에 좋은 음식 정도로 치부 했지만 뱀사골 초입 즐비한 산채 식당을 방문한 이후로 몇 년 지나도록 그 즐겁던 혀 끝의 미각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과감히 뱀사골을 경..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22일 칼퇴 후 바로 영월로 직행, 도착했을 무렵 6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이미 어둑했고, 영월은 주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이번 여정은 상동을 거쳐 산길을 경유하여 만항재 하늘숲길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 그 다음날은 영양 생태숲으로 세부적인 계획까지 감안한다면 동선이 꽤 길어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뒤따랐다.그래도 한 달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 첫 여행의 출발점인 영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재래시장으로 가서 든든한 식사로 순대국을 줍줍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줄곧 섭씨 10도를 웃돌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라 체감 온도는 더욱 춥게 느껴져 몸이 잔뜩 움츠러 들었는지 따끈한 국물이 구미에 당겼고, 더불어 여기까지 왔는데 시장 음식은 필수 아니겠어!중앙 시장 인근에 주차하느라 동..

전주, 아니 한국의 대표 먹거리 비빔밥_20191010

전날 전주 한옥마을 다녀 오는 길에 임실 현대옥에서 저녁을 해결 했는데 일찍 소등하는 시골에서 유독 그 불빛이 눈에 들어올 만큼 밝은 활기가 느껴졌고, 동탄이나 전주 현대옥을 생각하고 갔다가 그만 겹겹이 실망하고 말았다.남부 시장식은 팔팔 끓이지 않고 그냥 따끈한 상태로 바로 줍줍해도 되는데 뜨거움에 가려진 많은 맛들이 조화롭게 입안에서 맴도는 특유의 구수함이 좋아 자주 먹건만 완전 끓인 상태로 나온다.분명 남부 시장식이라 했건만 실수를 한건지 이 매장만 그런건지 몰라도 사정 없이 보글대는 시각적 실망에 더해 콩나물 양은 고작 위에 살짝 덮어 놓은 정도로 빈약했다.밥이 모자라면 더 떠먹어도 되는데 문제는 전체적인 빈약함이지 밥의 양은 아니다.이른 추위에 따스한 분위기와 달리 내용은 실망하고 자리를 떴고,..

음식으로 마법을 부리는 전주 사람들_20191009

처음 전주를 방문했던 90년대 중반, 미각이 신세계를 경험한 나머지 밑반찬으로 나왔던 열무 김치가 어느 누군가 베어 먹은 흔적이 있었음에도 그냥 먹어 버릴 만큼 머물던 내내 완벽히 식탐을 충족시켜 준 기억이 있다.가뜩이나 많이 나오는 찬거리를 비롯하여 딱 집어 비빔밥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식이 가짓수가 풍성한 걸 떠나 입안에서 혓바닥을 농락하는 음식 솜씨에 반해 부근을 오게 되면 늘 전주는 거치는 과정 중 하나 였다.이번엔 임실을 왔지만 내심 전주와 가깝고 때마침 곡성 형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건만 전주에서 보자고 하신다.나야 땡큐지! 2박 3일 여정 중 전주를 몇 번 들락날락 거렸는지 헤아리기도 귀찮다.최소 하루 2번.일단 이번 여정의 첫 방문은 곡성 형과 만나 매콤 돼아지 갈비찜을 먹었는데 형이 나..

생일빵_20190928

30일이지만 그 때가 월요일이라 생일빵을 미리 하고 식사를 나눴다.햇살 눈부신 주말이라 메타폴리스에 사람들이 꽤 많았고, 특히 아이들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활기차게 뛰어 다니는 모습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러던 사이 다른 사람들은 미리 예약된 빕스에서 기다리고 있느라 허기진 뱃가죽을 잡고 기도 드렸다는 후문이 있었다. 빅사이즈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좀 별로.겉이 바싹해서 좋긴 한데 스테이크 자체가 좀 팍팍하여 입안에서 와닿는 느낌은 그리 훌륭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알게된 샐러드바 중국 국수-뭔지 생각 안나네-는 조합에 따라 면을 제외하고 칼칼한 향이 좋았다.근데 예약하지 않아도 될 뻔 한 게 좀 일찍 가서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 배석했고, 후에도 간간히 빈 자리가 보인데다 빕스를 나설 때 웨이팅..

천리 행군?_20190924

하루 동안 천리 행군 저리 가라다.학가산에서 출발하여 원래 목적대로 대구, 봉화를 거쳐 집으로 갈 심산인데 단순하게 직선길로 가는 것도 아닌지라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국도를 종횡무진 했다. 학가산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예천IC로 가던 중 어등역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돌려 반대 방향길로 접어 들어 처음 들어본 시골 간이역에 잠시 들렀다.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 어등역에 다다르자 굳게 문이 닫혀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역이었다.이런 모습의 간이역은 참 익숙한데 깔끔하게 덧칠해진 외벽은 왠지 이질감이 든다. 어등역 바로 앞은 이렇게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너머 마을로 접어 들기 위해선 작고 낡은 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얼마나 발길을 외면 받았는지 다리는 위태롭고 다리 초입은 수풀이 무성하며, 다리 ..

학가산으로 가던 중_20190923

추분이라 조금 늦었다고 예천 도착할 즈음 이미 해는 넘어가고 밤이 찾아와 마땅한 저녁 끼니 해결할 곳을 찾던 중 2년 전 방문했던 식당에 찾아갔더니 아직 영업 중이라 급히 저녁을 해결한다. 평일 밤8시 무렵 사위는 적막 그 자체고 전날 내린 남부지방 호우 여파로 식당 앞 개울 물소리는 힘차다. 숯불제육은 불향이 살짝 가미되어 있어 먹기 좋고, 오겹살이라 쫄깃한 식감이 있다. 시골 기준으로 늦은 밤이라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줍줍하기 바빴는데 특히나 여기 청국장은 괜춘한 편이다.청국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 있는 건 아니고 살짝 으깨 놓았는지 맛은 그대로 살아 있고, 굵게 갈아 놓은 멸치와 섞여 감칠 맛이 난다.폭풍 흡입 하고 나서 쥔장 내외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지만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화법이 처..

대구 하면 막창 공식_20190621

퇴근 후 바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 이내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려 홀라당 젖어 버렸다.숙소로 잡은 라온제나 호텔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하는 수 없이 줄을 서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체크인 하자 지인도 호텔 로비에 도착 했단다.뭔 행사가 있는지 일본 중년들이 꽤 많아 지정 객실로 올라 가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라 타지 못한 사람들은 심지어 몇 번을 기다려야 될 정도.다행히 북적대는 층을 넘어 고층으로 배정 받아 객실 내에서 시끌벅적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22시 경에 모두 모여 소주 한 잔 기울이기로 했지만 마땅한 막창 집이 없어 지도 검색의 묘를 발휘, 가깝지만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에 적당한 막창 집이 있어 택시로 이동했다. 이 비쥬얼!대구 하면 막창, 막창 하면 숯불과 특..

무엇에 쓰는 물건? 감자전!_20190620

이게 감자전이란다.맛도, 식감도, 아이디어도 특이해서 가족 초대 했는데 많이 먹질 못해도 나와 같은 감탄사 터트린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비쥬얼 난리났다. 물론 이건 주식이 아니고 사이드 메뉴라 이미 적당한 포만감이 충만한 상태 였다.감자를 아주 잘게 썰어 그걸 부침개처럼 펼쳐 놓고 구워 바삭한 식감과 감자 특유의 야들한 식감이 공존 하면서 눈꽃 치즈에 반숙 계란에 찍어 먹으면 적당한 소금끼에 계란의 텁텁함까지.입맛 없는 날 이걸로 끼니를 대체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