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556

창 너머 새해 일출_20210102

1월 1일은 살짝 흐린 하늘로 인해 적절한 일출을 놓쳤지만 이튿날은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하늘을 보여준다. 매일 뜨는 해라 특별한 일은 없지만 특별한 날의 의미를 덧씌워 연일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스스로 타파하는 시도가 있기에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되뇌이게 되겠지? 그 해 겨울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고, 제야의 종소리와 해돋이는 은둔 속에서 조용히 맞이했었노라고. 산 너머, 바다 건너 솟구치는 태양이 아닌 올해는 특별하다 여기자. 고층 건물과 아파트를 박차고 나오는 특이한 일출이니까.

일상_20201005

잊을만하면 회사 인근에서 만나던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삼색이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단다. 녀석도 꽤 어려 보이던데 벌써 어미가 되었다는 사실은 궁금하던 차 회사 동료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한동안 보질 못했으니 나도 잊고 지냈다. 허나 위태로운 난관에서 쉬고 있었다니. 방해 안 할 테니 조심하고, 가끔 이쁜 얼굴이나 보여주렴. 가을과 하늘의 석양 협주곡. 어느 하나 어색하거나 도드라진 건 없다.

시간의 침묵, 동탄호수_20200808

줄곧 내릴 것만 같던 비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 사이 호수 산책로를 걷는다. 호수에 비친 세상 그림자가 휘영청 늘어서 무거운 하늘을 잠시 가리며 근심을 잊으라 한다. 그 울림에 무심히 걷다 어느새 다시 굵어지는 빗줄기가 금새 인적을 증발시키고, 덩달아 초조한 아이처럼 잰걸음으로 비를 피한다. 이렇게 사진이라도 남기길 잘했다. 찰나는 그저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내 인생을 하나씩 엮어 나가는 조각들이라 무심하게 지나는 것들이 내게 간절했던 기회일 수 있다. 올해도 이미 반 이상 뒤로 했지만 뒤늦게 깨달은 바, 그래서 다행이고, 그로 인해 용기를 내고, 그래서 도전한다.

비 그친 여름 녹음, 독산성_20200801

바삐 달려온 폭우가 숨 고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사이 동탄과 인접한 독산성을 올라 마음의 때를 훌훌 털어버린다. 연일 사위를 둘러싸던 비구름이 잠시 하늘로 오르자 세상도 모습을 배시시 드러내며 밝은 미소의 신록도 겸연 쩍어 서서히 고개 든다. 문명이 졸고 있는지 지나는 바람 소리에 치찰음은 들리지 않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텁텁함도 없다. 아담한 뒤뜰에서 철 없이 뛰어노는 냥이 가족의 발랄함에 문득 부러운 시선이 묻어난 걸 보면 무척이나 빈정대는 시선에 이골이 났나 보다. 산은 아무 말이 없다지만 때론 우매한 생각에 훈계와도 같은 일갈은 있다. 둘이 만나 하나의 안락한 접점을 이뤘다. 나풀거리는 개망초 군락 너머 세상은 그리 간결하지 않다. 행복한 가족의 품, 이 행복 오래 누리길. 무거운 정적의 보적사에..

도심의 작은 쉼터, 독산성_20200717

억겁 동안 세속을 향해 굽어 보는 나지막한 산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잠시 기댄 문명의 한 자락. 그 담벼락에 서서 흐르는 공기를 뺨으로 더듬어 본다. 마치 하나의 형제처럼 산성과 사찰은 나약한 의지를 위로하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바램들을 몽롱한 목탁 소리로 바람처럼 흩날린다. 많은 시간을 버텨 왔지만 앞으로 맞이해야 할 시간의 파고가 미지의 세계를 가르는 두려움처럼 막연한 시련과 희열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의지의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또한 자연의 포용이 변치 않기를 기대하는 포석 같다. 석양의 볕이 꺼지며 하나둘 밝혀지는 문명의 오색찬연한 등불이 특히나 아름다운 저녁이다. 도심에 둘러 쌓인 작은 녹지치곤 꽤나 멋지다. 사람들의 발걸음만큼이나 분주한 까치가 알싸한 데이트에 여념 없다. 독산성에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