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일대에서 꽤 높은(?) 무봉산은 이번이 첫 등정이었다.
만의사를 두 손으로 떠받드는 형세라 몇 번 끌려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짝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 때마침 기습 추위로 대기가 맑아 우유부단한 마음을 깨고, 직접 밟았다.
동탄에서 만날 수 없던 세찬 강풍은 그칠 기미가 없었고, 산 전체를 울타리처럼 둘러 쳐진 빼곡한 나무숲은 도리어 이 산의 매력이라 여긴다면 내가 사는 고장에 보배다.
만의사 옆길로 산에 오르면 뿌듯하게 깔린 데크 계단을 지나 쉼터 부근에서 부터 정상까지는 능선길로 연결되는데 남북으로 이어진 능선길 특성상 동서로 트인 전망은 꽤 먼 곳까지 시야가 방해를 받지 않았다.
만의사-쉼터-능선길-무봉산 정상에서 99고개를 거쳐 만의사 도로 코스는 약 1시간 정도면 넉넉한데 내 체력에 적당한 둘레길을 찾아 가끔 이용하며 가볍게 기분 전환해야 되겠다.
무봉산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일명 만의산이란 기록이 있는 무봉산은 남북으로 주능선이 뻗어 북쪽으로는 아흔아홉 고개와 부아산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삼봉고개를 거쳐 함봉산과 이어진다.(중략)
[출처] 디지털화성시문화대전
만의사 아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조금은 긴 데크 계단으로 걷다 보면 중턱 즈음에서 데크 계단은 끝나고 조금만 더 오르면 쉼터가 있다.
고도에 비해 계단이 긴 편이라 만만하게 보고 급히 올랐는데 역시 산은 산이라 그런지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데크가 끝나 전형적인 산길 오르막을 걷다 힘에 부딪길 무렵 오르막이 완만해지고 철탑이 나오는데 쉼터 바로 아래 여기서부터는 능선 따라 무봉산 정상과 연결되어 한숨 돌릴 수 있었고, 더 이상 힘든 구간은 없었다.
철탑을 지나면 바로 비교적 너른 쉼터로 건너편은 행정구역상 용인이며 꽤 넓은 골프장이 조망되었다.
무봉산 정상은 99고개로 궈궈!
산길 0.8km면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계속된 능선길이라 걷기 딱 알맞다.
용인 방면으로는 빼곡한 가지 사이로 너른 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교적 폭이 좁은 능선길에 좌측은 꽤 가파른 구간이긴 한데 위험 구간은 거의 없었다.
평탄한 길에서 살짝 오르막 구간이다.
그 오르막길을 지나면 능선 중 우뚝 선 형상인데 마치 봉수대 같았다.
쉼터에서 99고개까지 반 조금 지났다.
대부분 이렇게 걷기 수월한 길이었다.
무봉산 능선길 자체가 만의사를 크게 도는 코스로 길 양옆은 나무가 빼곡하지만 그나마 겨울이라 만의사가 발치에 보였다.
99고개란다.
어떤 분 말대로 정말 고개가 99개가 아니라 많다는 의미가 아닐까?
99고개에서 무봉산 능선길치고 제법 긴 오르막길을 오르면 쉼터가 나오는데 정상을 짐작할 수 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고, 그와 비슷한 고도란 걸 알 수 있었다.
이 구간도 폭이 좁은 능선길로 좌측은 용인, 우측은 화성 되시겠다.
우뚝 선 쉼터를 지나 한차례 내리막길이 있는데 무봉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걸 보면 마지막 능선 봉우리란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짧은 내리막길을 지나면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정상 바로 턱밑에 장사 천막이 있는 걸 보면 주말 휴일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가벼운 음료를 판다는 걸까?
드뎌 정상 도착.
표지석에 360m란다.
오를 만 한데!
정상에서 동탄 시가지 방면.
반대편 용인 방면.
동탄 하늘에 거대한 빛내림이 펼쳐졌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라 도심이 조금 뿌옇긴 해도 우뚝 솟은 봉우리에서 꽤 넓은 세상을 조망할 수 있고, 그 조망에 양념처럼 빛내림이 더해져 나름 장관이었다.
정상은 꽤 넓었다.
앞서 웃으며 정상 정복의 환호를 즐기던 한 가족이 빠져나가자 순간 텅 빈 공간이 되었고, 잠시 신발 매무새를 정리하고 왔던 방향으로 출발했다.
정상 바로 전 쉼터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밟은 후 거기서부터 99고개가 아닌 수련원과 만의사로 곧장 내려가는 이정표를 따라 방향을 잡았다.
데크길이 끝나고 어느 정도 산길을 따라 걷다 자욱이 쌓인 눈 위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힌 옆길로 빠져 골짜기 같은 내리막으로 향했다.
눈이 쌓여 살짝 언 길이라 미끌미끌한데 정신 바짝 차리고, 똥꼬에 힘 빡 주면서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내디디며 발자국이 촘촘히 쌓인 길을 따라 내려왔다.
만의사에 거의 도착할 무렵, 멋진 숲이 있어 잠시 옆길로 새어 숲에서 큰 심호흡을 했다.
다시 길에 합류, 그 길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소로라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끝까지 조심조심 내려가야만 했다.
어느새 만의사 아래 진입로와 맞닿아 작은 여울을 넘어 길에 들어섰다.
작은 여울이지만 산에서 발원하여 세상에 드러난 터라 꽤나 맑았고, 물소리 또한 경쾌했다.
출발점으로 귀환, 처음에 무봉산으로 향하던 능선이 보여 반가움과 함께 그 길을 지나 무봉산 정상에 다녀온 성취감을 다지며 짧은 무봉산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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