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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한 산길로 가야 되는데 그런만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가을에 검마산을 갔었는데 피부에 닿는 그 보드라운 빗방울의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걸 보면 흐른 시간동안 그 느낌이 강하게 각인되었나 보다. 전날 영주역에서 일행들과 만나 늦은 밤에 도착했던 흥림산 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검마산과는 달리 영양군에서 운영하는 작고 아담하지만 깨끗한 휴양지였다. 흥림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 베란다 너머를 보니 가을이 온 마냥 하늘이 높고 시원하기만 하다. 비록 산과 계곡의 규모는 검마산에..

여름 만개_20150607

5월말 용평을 다녀온 후 6월부터 부쩍 날씨가 훈훈해져 등판에 땀자국 흔적이 왕왕 찍히기 시작하는, 섣부를지라도 여름이라 단언할 만한 날이 되었다. 그 여름을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그 여름이란 녀석이 싸돌아댕기는 내 호기심을 어찌 억누를랑가! 동탄복합문화센터로 모처럼 행차하셨는데 무성해지려는 나뭇가지로 한눈에 들어오는 이 멋진 길이 가려지기 시작한다.그래도 해는 많이 길어지긴 길어졌어. 반석산 습지공원에 왔더니 투덜대던 내 여름 투정이 금새 사그라 든다.개망초에 앉아 열심히 식사 중이신 나비가 이뻐 렌즈를 밀자 얌전하게 앉아 `나, 찍히는건가~'하며 가만히 포즈를 취해 준다. 습지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들이 무언가 싶어 내려가는 중에. 전부 이름표가 있던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 각자의 어울림이..

금호강 봄소식_20150404

전날 마신 커피향을 상기시키며 동촌유원지 투썸으로 가봤더니 전날 바람결에 살랑이던 벚꽃잎이 보얗게 땅을 뒤덮곤 바람이 부는대로 흰파도를 넘실거린다. 그 파도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진한 커피 내음에 정신을 바짝 차린 뒤 자전거를 타고 강정고령보를 향해 돌격! 봄이 되면 찾게 되는 꽃 중 하나가 이 앙증맞고 이쁜 빛깔을 물들인 녀석인데 내가 사는 주변엔 찾기 힘든 꽃이 여기선 지천에 널려 있다.김 샐 거 같은데 도리어 혼자서 반가워 흐뭇한 썩소를 주고 받는다. 벌써 개나리가 한창전망도 좋고 밑에서 바라 보면 봄꽃에 잔뜩 둘러싸여 응원 받는 이 건물은 다름 아닌 온천장이라는 나름 역사와 뼈대를 자랑하는 여관이란다.워째 여관 건물을 살짝 손 본다면 펜션이라고 구라 때려도 속을 만한 포스. 자전거를 타고 아양교를..

한가위 연휴 둘째 날

새벽 동이 틀 무렵에 볼 수 있는 어스름을 기다리고 있었다.여름의 잔해가 남아 낮은 여전히 덥기에 차가운 그리움이 어느새 내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싹을 터트리고 있었나 보다. 한가위 연휴 동안 낮 시간엔 여전히 초여름과 같은 불볕더위 기세가 강하다 보니 함부로 나다니기 부담스러워 그 예봉이 꺾이길 기다렸던만큼 시간적인 여유는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주위를 둘러 보아서 일까?나즈막한 곳에서 고개를 밀고 있는 꽃들이 눈에 먼저 띄인다. 카메라조차 눈 부신지 샛노랑이 뽀얗다.기실 처음엔 꽃을 찍을 생각은 아니었고 제수용품을 마련한답시고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자 싶어 이마트로 향하다 보니 갖가지 꽃들이며 그 꽃에서 일광을 즐기는 갖가지 벌레들이 눈에 들어 왔다.평소에 누릴 수 없는 ..

맥문동꽃 필 무렵

햇살이 따가운 주말 오전, 집으로 가는 발걸음에 만난 맥문동의 보랏빛 꽃 망울이 탐스럽고 향그럽다.근린공원 곳곳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꽃은 잘 익은 포도 송이처럼 알알이 영글어 바라 보는 순간 잠시 넋을 잃고 꽃이 발산하는 향을 머릿속에 터트린다. 주말에 맞이하는 풍경과 강한 햇살은 여유를 전염시키는 숙주이기에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정겹기만 하다.

휴일에 만난 동탄 곳곳들

전날 열심히 청소한 덕에 휴일은 상대적으로 시간도 그렇고 심적인 여유도 넉넉했다. 모처럼 자전거 한 번 땡길까? 했는데 이번엔 자전거 타이어가 말썽이다.3년전에 임시 방편으로 부품하나 교체했더니 괜찮아서 그 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종기처럼 표면으로 드러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이번만큼은 호락하지가 않다.어부지리로 선택된 도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 어쩌겠는가? 공원 틈틈이 피어 있는 이 꽃은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지난번 자전거를 타고 갔던 동탄2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에 아직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 중 하나다.무슨 용도의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오래된 흔적이 역력한 콩크리(?) 벽면에 빼곡한 초창기 광고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락카로 뿌린 전형적인 과거식 상호와 뗄레뽕, 짤막한..

귀한 꽃 송이

숭고한 마음이 모여 전달 받은 귀한 꽃 송이를 와인 잔에 꽂아 두었더니 그 색깔로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그저 덤덤하게 보일 수 있는 멜로 영화 한 편도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듯 아무런 감정이 없을 것 같던 이 꽃도 주신 분들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마치 살아 있는 한 생명체의 혼신과도 같다.바이올렛 컬러의 꽃을 보며 전달될 수 없는 향기보단 더욱 강렬한 감성의 파동은 화려한 장식장에 도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어떤 명품 향수보다 거룩하고 여운의 파고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