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예천에서 봄을 채취하다_20200328

사려울 2021. 8. 24. 04:42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렸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예천으로 출발하기 전, 여울에 잠시 손을 담궈 작별 인사 치례를 했는데 수풀이 무성한 여울이 겨울을 지나 아직은 여울을 감싸는 나뭇가지가 앙상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허전해 보였다.

그래도 계절과 건기, 우기 구분 없이 수량은 풍부해서 밤새 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했고, 서브리미널 효과 인지 숙면을 취했다.

의외로 맑은 물에 비해 물이끼는 눈에 띄지만 봄을 지나 여름이 오면 수풀이 우거지며 다슬기가 말끔히 청소하겠지?

예천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풍기를 지나 꼬불꼬불 산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시간이 걸려 이왕 갈 거면 일찌감치 출발해야겠다.

예천으로 넘어와 머위와 진달래를 따다 봄 향기에 취한다.

예천 사유지는 머위 군락지가 있어 3월 하순에 조금 늦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알맞게 자란 상태였다.

이제는 귀한 몸이 되신 머위, 입맛도 봄이 간절했는지 가득 따다 모아 놓자 군침이 가시지 않는다.

머위 군락지 옆 조금 비탈진 산허리는 진달래 군락지라 진달래 한아름 따다 입안에 넣자 잊고 지내던 향이 되살아났다.

간헐적으로 들판을 메운 야생화들에 잠시 눈이 멀 지언정 매혹적인 건 어쩔 수 없다.

들판에 알알이 솟구치는 봄 정령들이 나풀거리는 바람처럼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며 도시에서의 경직된 사념을 어루만진다.

잠시 머물렀지만 여운은 제법 길어 벌써부터 떠날 봄에 대한 조바심으로 허튼 시간을 게걸스레 먹는다.

왜 그토록 매력적인 자태로 유혹하는 걸까?

모든 계절이 그립고, 기다려진다. 

집으로 가는 길은 풍기에 들렀다 장을 좀 보고 가야 되는 일정이라 빡빡한 여건으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 출발, 짧은 봄나물 투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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