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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_20200308

무심코 봄이 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건 동네에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산수유와 망울이 영글어가는 매화, 그리고 땅에 넙쭉 달라붙어 있는 새싹 덕분이다. 초봄 기운이 완연하던 일요일이라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를 나섰고, 길 옆에 쉽게 눈에 뜨이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화사한 봄소식이 망울을 뚫고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향해 햇살 양분을 듬뿍 담고 있는 매화꽃망울. 산수유는 벌써 꽃을 틔우기 시작했다. 매화보다 산수유가 더 빠르구나. 겨울을 지낸 앙상한 나뭇가지에 봄꽃은 한눈에 시선을 잡아 끈다. 나무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기지개를 펴고 겨우내 간직했던 컬러를 뽐내기 시작했다. 단지 봄이 되어 그들의 본질에 충실할 뿐인데 그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만난다.

일상_20191101

횡계로 떠나기 전, 아침에 가을을 둘러 보며 설렘을 챙긴다. 손바닥 공원을 찾아 텅빈 공원을 활보하며 남은 가을 자취를 뒤쫓는다.살랑이는 바람에도 낙엽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지각인 가을에 맞춰 옷을 늦게 갈아 입는 나무도 볼 수 있다. 나무 아래 소복한 낙엽과 달리 여전히 나뭇잎은 풍성하다. 자리를 옮겨 가을에 꼭 찾는 구도를 찾았는데 강렬한 햇살을 품고 절정의 가을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지나는 길에 시선을 피해 꽃망울을 활짝 열어 젖힌 야생화는 언제나처럼 시선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않고 묵묵히 피고 진다.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드디어 만항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와 주위 공원에 들러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먼길을 달려온 여독을 풀기 위해 쉬고 있었다.처음 들린 건 아니지만 2016년 가을에 한 번 들린 터라 낯설기는 마찬가지.(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대부분 사람들이 만항재에 잠시 들렀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것 보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거듭된 오르막에 잠시 쉬는 정도 같다.그들과 목적지가 확연히 달라 깊은 심호흡과 함께 산골 낮이 그리 길지 않은 걸 감안하여 지체하지 않고 하늘숲길로 향했다.가는 길이 매끈하게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비포장 노면이 그리 좋지 않아 프레임 SUV가 아닌 이상 속도 내기가 힘들어 천천히 길을 따라 전진했다. 만항재에 도착하면 간단..

선명한 가을과 추억이 웅크리고 있는 곳, 상동_20191023

여행의 출발은 늘 솜털처럼 가볍고, 아이처럼 설렌다.영월 시장에서 나름 유명한 닭강정 하나를 옆에 낀 채 차창을 열고 매끈하게 뻗어 있는 88 지방도를 질주하자 가을 대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그간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이 도로를 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도로 뿐만 아니라 남한강을 따라 곧게 펼쳐진 큰 계곡이 트여 있는데다 대부분 여행의 첫 걸음이자 길목이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라 번져가는 봄 풍경이 매력적이라 올 봄에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같은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건만 막상 사진에서는 웅장한 느낌이 없어지네?(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다시 가던 길을 출발하여 고씨동굴을 지나면서 이내 골짜기 폭과 차로가 줄어들면서 계속되는 곡선길이 ..

일상_20191020

휴일이라 센트럴파크 일대 공원은 가을 나들이 시민들로 꽤나 북적거렸다.아마도 동탄 신도시 내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책 중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들 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벤치에서 쉬거나 나처럼 산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는데 계절이 주는 시기 적절한 나들이 타이밍에 맞춰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해 있었고, 며칠 전 방문했던 분수대 부근 꽃밭을 다시 찾았다. 이런 화사한 것! 작지만 핑크뮬리가 제 색깔을 발산하고 있다. 카메라를 챙겼음에도 가방에서 꺼내기 귀찮아 아이폰으로 찍었다.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깨알같은 꽃을 찍는데 가을 바람에 맞춰 요 앙증맞은 꽃들도 살랑이느라 제대로 사진 찍기 쉽지 않다.때마침 나비 한 마리가 꽃에 앉아 가을볕을 쐬고 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살랑..

이른 아침의 적막_20191018

어쩌면 빠듯한 시간에 정처 없이, 반쪽 짜리 여행으로 전락해 버린 이번 여정은 짧은 시간에 비해 동선만 길어 뚜렷한 흔적도 없었다.그래서 영주와 봉화에 갈 여정 없이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이 지나 도착하여 암흑만 반길 뿐이었다.밤에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가을 먼지 털듯 후다닥 잠이 달아난 시각은 새벽 2시가 채 안되어 누운채 잠을 청해도 온갖 잡념이 한발짝 다가서는 잠을 떨쳐 버리자 아예 잠자리를 털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영주에 흔치 않은 24시 해장국 집에서 든든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봉화로 향하는 길은 완연한 밤이라 간헐적으로 상향등을 켜 암흑을 뚫고 달렸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동녘 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암흑이 걷히고 있었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다 동녘 여명이 다가오자 차를 세워 두고..

일상_20191016

샤오미 미밴드 기준으로 늘 하루 만보 이상을 걷다 늦여름 이후로 하루 만보를 넘긴게 얼마 되지 않았다. 실제 하루 6천~8천보 사이 구간이 집중되는 양이라 모처럼 만보를 넘기기로 하고 간소한 차림에 산책을 나섰다.대략 반석산 초입과 솔빛유치원 사이 산책로 정도를 다니다 솔빛 유치원 너른 공터에 몇 바퀴를 돌며 만보를 채웠다. 한 동안 태풍과 비바람에 운동장 가장자리에 수풀이 서로 엉켜 있는데 그 와중에 코스모스 한 송이가 꽃잎을 활짝 펼쳤다.가지가 거의 꺾여 있지만 여전히 새파랗고 꽃잎은 여전히 싱싱하다. 유치원 담장에 박이 매달려 있는 건 뭐지?유치원에서 키운 건 아닐테고 인근 주민들이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는데 이것도 그 분들 중 한 분이 씨를 심으신건가?삭막한 도시 한가운데 철제 담장을 의지 삼아 이..

일상_20191015

아파트 담벼락이자 울타리인 영산홍 더미 아래 이목을 끄는 꽃 한 송이에 이끌려 자세를 낮추자 들국화 한 송이가 미소 짓는다. 가을의 정점으로 다가설수록 아침 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에 꽃이 버티기 힘든 시기건만 조금 엉성한 꽃잎일지라도 꽃은 여전히 화사한 기운을 뿜어 댄다.화려한 꽃은 한 때일 뿐이고 소박하고 주변에 흔한 야생화들은 일 년 중에도 꽃을 피운 시기가 길다.작년 12월에 들판에서 땅에 납쭉 붙어 자라는 민들레를 봤던 만큼 너무 화려하고 자극적인 시선에 모든걸 빼앗길 필요가 없다.

일상_2191008

이른 아침에 보이는 가을 풍경에 잠깐이지만 주위를 둘러 봤다. 버스 정류장과 거리가 좀 있긴 해도 잠시 이 길에 물들어가는 가을색의 유혹을 참을 길 없다.잠깐 걷는 동안 귀찮거나 초조함보다 각박한 일상의 작은 틈바구니에 누릴 수 있는 스릴감이 넘쳐 나는 건 뽀나스, 지난주까지 긴팔 셔츠조차 갑갑하게 느껴지던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이른 추위로 몸이 잔뜩 움츠렸다. 도로가 인도에 얼마 전 제초 작업을 한 흔적 아래로 들국화 하나가 가지가 꺾여진 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듯 화사한 노랑 꽃송이 하나 피었고, 가던 걸음 잠시 멈추어 허리를 숙여 그 꽃에 빠졌다. 아침 이슬이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가을 내음이 물씬한 오늘 아침, 임실 가는 날이라 그런가? 마음이 무척 설레고 추운 날씨에 반해 기분은 훈훈..

일상_20191005

간편한 차림은 약간의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가을스런 날씨가 열어놓은 창을 넘어 온 집안 구석구석 퍼진다.마음에 단단히 벼르고 벼른 다짐 중 이 귀한 계절을 잠시도 허투루하게 보내지 말자고 했던 만큼 몸에 덕지덕지 붙은 귀차니즘을 털어 내고 약간의 한기를 그대로 느끼며 집을 나섰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대로 반석산 둘레길에 올라 길을 따라 자라고 있는 계절의 흔적들을 면밀히 살피며 천천히 걸어갔다.평소 같으면 이렇게 세심한 관찰 없이 후딱 한 바퀴 돌았을 터인데 오늘 만큼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 마음 끌리는대로 보폭도 조절하고 쉬고 싶을 때 자리를 가리지 않고 쉬기로 했던 만큼 시선이 멈추는 걸 마다 않는다.길 가장자리에 넝쿨들이 여기저기 촉수를 뻗고 있는 모습을 보자 단단한 지형지물에만 자라는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