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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70519

입는 옷의 두께가 얇아짐과 동시에 상의 팔이 짧아지고 더불어 낮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져 여름이 목전으로 다가왔다.퇴근이 빨라져 동탄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대낮 같아 냉큼 집에서 옷을 갈아입곤 카메라를 챙겨 얼마 남지 않은 아카시아 향을 찾아 나섰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뒤 반석산자락엔 여전히 아카시아 향이 진동을 하는데 대부분 꽃이 떨어져 시들었건만 아직도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은 양 시들지언정 그 향의 자태를 뽐내는 아카시아 꽃이 매달려 있는 나무도 있다.둘레길을 한바퀴 돌아 도착한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 반석산 무장애길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꽃이 매달려 발걸음을 잠시 붙잡아 둔다.대부분 낮은 곳에 꽃은 떨어져 바닥에 떨어진 채 말라 비틀어져 있는데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 부근엔 아직도 꽃..

세상 밝히는 아카시아 향_20170514

5월에 접어 들게 되면 어김 없이 찾아 오는 유혹의 덫, 매캐하면서 매혹적인 아카시아 향이다.온 천지가 아카시아 향이 차고도 넘치게 되는데 이거 은근 사람 이성을 마비 시켜 밖으로, 산으로 사람을 이끌어내게 만든다.그래서 뒤늦게 반석산으로 더 짙은 아카시아 향을 찾아 나서는데 해는 벌써 지기 시작한다.아무렴 어떠하리.해가 지는 대신 아카시아 향이 더 짙어지는 봄의 끝자락을 찾아 나선다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서산 마루로 걸터앉기 일보 직전의 햇님. 반석산 둘레길로 걷는 내내 아카시아 향과 꽃을 만난다.어릴 적엔 아카시아 나무가 다른 나무를 죽이거나 성장을 방해한다는 미명하에 많이도 베고 잘랐는데 요즘은 완전히 달라져 아카시아 나무도 자연의 일부며 자연 파괴가 아닌 함께 더불어 성장해야 되는 자연의..

비 내리던 대통령 선거날_20170509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를 뚫고 오마니와 함께 투표장으로 향하던 길, 한 동안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은 정치판에 열만 내다가 과감히 참여를 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투표장은 어차피 집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가벼운 옷차림에 우산을 쓰고 경쾌하게 걸어갔다.대지를 촉촉히 적실 만큼 반가운 비가 내려 소중한 표를 행사하고 비 구경을 가겠다는 계획은 이미 눈을 뜰 때부터 했던 터라 모든 행동은 신속했다. 투표를 하고 걸어가던 중 어느 아파트 한켠의 산책로에 크로바 꽃이 빼곡하다. 집에 들어와 미리 준비해 놓은 가방을 메고 바로 출발, 우산은 놔두고 모자를 쓴 채 소강 상태로 보슬비를 맞으며 걸어 간다.비에 맞을까 싶어 카메라는 집에 두고 아이뽕으로만 흔적을 담아 뒀는데 이럴 땐 카메라가 아쉽다.망원렌즈를 물..

비슬산의 유가사_20170504

이튿날 일찍 꽁지 불 난 사람처럼 냉큼 일어나 분주히 외출 준비를 하곤 오마니께서 가고 싶으시다던 청도 한재길로 출발했다.가는 길에 청도읍 추어탕을 먹고 갑자기 든 커피 욕구에 지도를 검색, 청도휴게소에 투썸이 있어 커피 한사발 마시겠다고 고속도로를 타고 뎁따시 큰 걸루 하나 사서 밀양에 내려 국도를 타고 한재길로 접어 들었는데 온통 미나리 컨셉이다.청도 단미나리가 유명하다고?한재길을 타고 한참을 들어 갔는데 끝도 없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미나리 식당이며 하우스가 들어차 있어 하염 없이 올라가자 인가가 끊기고 급격한 오르막길이 나와 잽싸게 차를 돌려 다시 도로를 거슬러 내려 갔다.그러자 자그마한 하우스에 한 어르신이 미나리 씻으시는 모습을 보곤 차를 세우자 오마니께선 하우스로 들어가시고 난 길 가장자리에..

쓸쓸한 망우당의 밤_20170503

오랜만에 찾아 온 대구는 아부지 찾아 뵙고 미리 예약해 놓은 인터불고 호텔로 도착, 그 사이 해가 서산으로 기운지 한참을 지난 깊은 밤이 되어 버렸다.오마니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카메라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챙겨 바로 옆 망우당 공원으로 행차 하셨는데 언제나 처럼 여긴 밤만 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적막의 공간으로 단장해 버린다.(망우공원 야경_20150403,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영혼이 없는 누군가가 나를 째려 보는 낌새에 올 때마다 깜놀한다.가뜩이나 사람이 없는 공원에 흐릿한 조명 뒤 동상은 자주 오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처럼 가끔 들리는 외지인은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을 거 같다.분명 밤에 누군가 여기에서 나처럼 놀라 자빠진 사람이 있을 거야. 텅빈 공..

아부지 잘 계셨슈~_20170503

예년 보다 늦은 성묘?보통은 설 지나고 활동하기 딱! 좋은 4월달에 찾아 갔건만 올해엔 회사 업무 파악으로 5월에야 가출한 정신머리를 찾아 오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겼다.한 해 전에는 3월에 가고 올해는 5월이라... 늘 같은 자리에서 찍는 인증샷임에도 갈수록 매끈해 지는 풍경이 점점 낯설어진다.특히 가을에 비포장된 길을 자욱히 덮고 있는 낙엽과 조금은 덜 정갈한 울퉁불퉁 튀어 나온 나무 가지들이 늘어선 길이 더 정감이 간다. 어디서나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들레. 아부지, 그간 잘 계셨쥬?다른 자식들은 이미 다녀 갔고 저는 이제야 와부렀어요.여기서 혼자 지내신 것도 조만간 30년 가까워지는데 늘 우리 가족 보살펴 주신 덕에 오마니, 자식들 모두 건강하고 손주들도 더불어 겁나 징그러워요.우리가 건강할 ..

일상_20170501

이거 5월인데 왜 여름 같지?간소한 차림으로 동네를 다니는데 워째 얼마 걷지 못해서 땀이 삐질삐질 베어 나온다. 아파트 담벼락을 가득 채운 영산홍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기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동네 곳곳을 물들여 나간다.근데 이 강렬한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겁나 뜨겁구먼. 동네 고샅길은 따가운 햇살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사람들로 느므느므 한산하다.소나무 가로수가 많아 겨울에도 비교적 우거진 길인데다 처음엔 한눈에 보이던 길 전체가 이제 성장판이 팍팍 열린 나무로 가려져 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반석산 아래 노인공원 팔각정 아래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아직 남은 봄바람을 쐬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꽃봉오리를 피우는 중이시다. 대낮 공원을 밝히는 활짝 핀 민들레 씨앗. 둘레길을 접어 들자 살랑이는..

석가탄신일 전 미리 찾아간 만의사_20170426

무신론자이면서 오마니 기도는 종교적인 차원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모셔다 드리고 나는 조용한 사찰에서 봄바람 맞으며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부모의 자식에 대한 기원은-최소한 우리 오마니께선 그렇다- 굳이 종교에 완전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극한 기원 중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까 예전처럼 그걸 굳이 거절하거나 비판?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때마침 올 석가탄신일은 여느 해와 달리 좀 빠르게 5월 초라 미어 터지는 고행은 피하기로 하고 미리 느긋하게 다녀 오기로 했다. 사실 만의사는 가깝고 만만한 거리라 다니시는 거지 내용물은 그리 흡족하지 않으시단다.왜냐?모든 종교의 타락 징후는 바로 세속에 젖어 들듯 돈독이 올랐다는 건데 여기는 딱 유전자가 돈의 DNA가 티 난다.그래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

일상_20170423

봄이 무르익어 가는 반석산 둘레길을 일요일의 게으름을 박차고 일어나 걷게 되었다.한 동안 자전거 타기를 등안 시 하면서 위안 삼아 반석산을 올랐건만 여름이 가까워지면 다시 자전거 타기에 집중하기로 하고 올 봄은 걷기로만 했다. 노인공원에서 부터 둘레길에 합류하여 가볍게 걷기 시작한다. 단숨에 오산천 전망 데크까지 걸어 가면서 봄이 참 많이 익었구나 싶다.어느샌가 5월부터 조금만 활동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짧은 봄을 실감하게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4월의 조바심에 잠깐의 짬이 허용되면 이 길로 접어 들던 횟수가 이제는 셀려면 복잡해 졌다.이 길을 이용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는 이마저도 힘들다고 벤치만 보이면 넙죽 엉덩이를 깔고 깊은 심호흡에 허덕였지만 이제는 친숙해진 만큼 전망 데크는 그냥 무시하고..

일상_20170421

금요일의 칼퇴근에 맞춰 집이 아닌 동탄복합문화센터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넋 나간 사람 마냥 걸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중에 유독 눈에 띄이는 일렬로 늘어선 꽃들. 손에 있는대로 아이폰을 그대로 활용해서 담은 꽃들이 뮤지컬을 앞둔 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같다. 야외 공연장 뒷편은 잔뜩 찌뿌린 날이라 생각보다 산책 중인 사람들이 적은 대신 공연장 좌석이나 야외 테라스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여전하다. 나도 모르게 둘레길로 접어든 건 길 따라 걷다 초록의 유혹에 이성이 마비 되었을 터, 골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의 한결 같은 정돈된 모습이 보기 조~타.(일상_20170415)일 주일 정도 지난 사이 초록이 많이도 세상을 보기 위해 솟아 올랐다. 둘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