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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80730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라고 방송이 조용할 날 없다.실제 서울 기온이 38도를 넘어선 날이 많을 정도로,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 울집이 벌써 보름 이상 에어컨을 빠짐 없이 틀어 댔다.덥긴 덥다는 거다.자전거를 타자니 땡볕을 지나다닐 재간이 없어 간단한 차림에 걷기로 한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잔디밭에 더위를 쫓기 위해 스프링쿨러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 텅 비다 시피한 오산천 산책로를 보면 폭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데 오죽 했으면 나팔꽃 조차 꽃잎이 익어 버린게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찌는 더위에도 바람을 타고 세상을 활보 중인 잠자리는 오늘 따라 유독 눈에 많이 들어 온다. 온 세상이 여름의 기운에 압도당한 나머지 꽃잎들은 시들었지만, 녹색 방패로 무장한 나무들은 여전히 굳건하다. 하늘에서 뻗은 빛내림..

자귀나무_20180624

치열했던 일상에서 희미하게 찍는 쉼표처럼 일요일은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흘러 갔다.그렇다고 집에 멍하니 있으면서 휴일을 그냥 보낼소냐 잠깐 산책 중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주위의 화사함에 시선이 묶이며 그런 여유를 인지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초여름 따갑고 쨍한 햇살의 예봉이 꺾이길 기다렸다 자연으로 나오자 세상이 이렇게도 달라 보인다.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는 맑은 하늘을 머리에 올려 놓고 걷는 이 시간들이 활짝 열어젖힌 꽃망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공중부양한 채 떠다니는 기분을 애써 억누르지 않고 구름처럼 흘러 다닌 휴일 시간이 반갑고 아득하기만 하다.근래 알게 된 자귀나무의 부채살 같은 도도함이 겹겹이 모이면 우아하게 바뀐다.

일상_20180617

근래 후덥지근한 날씨에 비하면 조금은 서늘한 휴일 오후.반석산 둘레길을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걷자 시원하다고 하더래도 여름 답게 사정 없이 쏟아지는 땀줄기를 부는 바람에 잠시 식힌다. 둘레길 양 옆에 개망초가 걷는 이들을 반긴다. 바닥엔 밤꽃이 자욱하게 떨어져 며칠 욱일승천하던 밤꽃향이 금새 가라앉았다. 복합문화센터 안쪽에 텅빈 야외음악당에 앉아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틀자 무료하던 공간에 활력이 들어선다.여전히 많은 밤꽃이 부는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마와 지루한 찜통 더위를 예감할 수 있다.

일상_20180614

복합문화센터는 연중 문화와 예술, 아름다움이 넘쳐 난다.저렴하거나 아님 무료로 유명 가수 공연을 눈 앞에서 생동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고,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연주도 조금만 부지런 하면 챙겨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일 년 중 대부분 화사한 꽃이 나열된 화분이 펼쳐져 있고, 그 꽃들이 뿜어대는 화려하고 향긋한 물결을 접하며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다.그래서 종종 날짜나 시간을 따지지 않고 습관처럼 복합문화센터로 향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또한 가고 오는 길은 늘 기분이 공중부양한 양 적당히 흥분되고, 즐겁다.

만의사 가는 날_20180527

지나친 석가탄신일이 못내 아쉬웠는지 오마니 명령(?)으로 만의사로 향했다.이미 석가탄신일이 지나고 휴일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터라 절은 마냥 고요하고 적막했다. 이거 꽃이 아닌데 꽃만큼 이쁘다. 만의사 초입에 차를 세워 놓으면 가장 먼저 작은 연못과 배가 볼록한 석상이 활짝 웃으며 객을 맞이한다. 절은 제법 규모가 큰 데 중간중간 이런 기와장과 조형물들이 많다. 아이폰 인물 모드로 벽화의 인물도 인식하는게 마냥 신기하지만 앞서 세종대왕 동상과 달리 주변 배경을 완전 날리지 못한다.차이가 없는 원근감 때문인가봐.그래도 얼굴 일대는 환하고, 나머지 주변은 약간 어둡게 나오는 걸 보면 그나마 신기하다. 들국화가 빼곡히 무리지어 있는 곳. 가장 높이 있는 대웅전(?)에 오르자 이런 큼지막하고 화사한 꽃이 눈에 ..

일상_20180527

주말 저녁에 불타는 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아침에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흐린 하늘 아래 마지막 남은 봄의 정취를 목격한다. 고층빌딩이 한 무리를 이루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 같다.월매나 하늘이 무거웠으면 그렇게 보였을까? 메타폴리스 광장에 임시 꽃밭을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자 어느 누구 하나 없이 그 유혹에 빠져 지나던 길에 다리가 붙잡힌다.때 마침 부는 살랑이는 바람에서 미비하지만 여름 내음도 섞여 있다.

일상_20180519

근래 내린 화끈한 봄비로 주말 미세먼지는 자취를 감추고 대기는 청명했기에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새들이 머무는 오산천은 근래 비가 많았다는 반증처럼 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석산 어딘가에서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로 인해 떨어지는 물소리가 힘차다. 세상 모든게 평온할 줄 알았는데 개미들은 마음과 다르게 혈전을 치르고 있다. 비가 온 뒤, 생명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부쩍 자랐다.봄에 시작되는 식물은 연약하고 고운 녹색에서 강인하고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중이다. 아이폰에 인물 사진 특화 기능이 있는데 동상도 인물로 인식한다.신통방통~ 녹음만 짙어질 줄 알았는데 적단풍 또한 더욱 매혹적인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캠퍼스에 핀 꽃_20180509

전날이 어버이날이었는데 오마니께 꽃다발 하나 사 드리곤 뒤늦게 전화 통화로 송구스러움을 달랬다.하루 10시간이 넘는 학업으로 일 주일 이틀이긴 하나 대구까지의 거리가 있어 이틀째 되는 날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2달 남짓 되어 가는 시점에 개인적인 복잡한 일들과 겹쳐 잠시 학업에 소홀한데 이 날도 괜스레 몇 분 의도적인 지각을 하며, 캠퍼스에 앉아 내리는 비와 바람 구경을 했다.영진전문대학은 오래된 학교이자 도심 속의 공원처럼 조경이 잘 되어 있고, 나무들도 나이가 제법 많은 편인지라 그 재미는 지친 학업과 생활에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캠퍼스 벤치에 잠시 앉아 방긋 웃는 꽃이 싱그럽다.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

결혼식_20180428

전날 부천에서 밤새 시간 보내고, 사우 결혼식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여의도로 부랴부랴 뛰어 갔다. 이미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하객들을 비집고 들어가 다른 사우들과 한 자리에 합석했다. 자리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행진?여의도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진 하루다.두 분,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동탄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대낮 3시경.나무 터널이 멋지고 휴일이 달콤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