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석가탄신일 전 미리 찾아간 만의사_20170426

사려울 2017. 7. 21. 11:10

무신론자이면서 오마니 기도는 종교적인 차원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모셔다 드리고 나는 조용한 사찰에서 봄바람 맞으며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기원은-최소한 우리 오마니께선 그렇다- 굳이 종교에 완전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극한 기원 중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까 예전처럼 그걸 굳이 거절하거나 비판?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때마침 올 석가탄신일은 여느 해와 달리 좀 빠르게 5월 초라 미어 터지는 고행은 피하기로 하고 미리 느긋하게 다녀 오기로 했다.



사실 만의사는 가깝고 만만한 거리라 다니시는 거지 내용물은 그리 흡족하지 않으시단다.

왜냐?

모든 종교의 타락 징후는 바로 세속에 젖어 들듯 돈독이 올랐다는 건데 여기는 딱 유전자가 돈의 DNA가 티 난다.

그래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되 나머진 정성으로 밀어 부치시겠다고 힘 주어 말씀하시는 의지가 타락한 종교에 대해 아직은 내성이 있으시단 거~

절에 도착하자 마자 약속이나 하신 듯 어디론가 휑하니 가버리시고 나는 나대로 절을 둘러 보기로 하던 찰나 검은 무언가가 마당에 개 팔자요! 뻗어 있다.

묶여 있는 걸 보면 좀 사납거나 예민하게 짖어 댄다는 건데 이렇게 봐선 왠만큼 득도했나 보다.



석가탄신일을 맞기 위해 촘촘히 꽃을 심어 놓았군.



가장 위쪽에 있는 법당에서 나오시는 울 오마니.

언제 거기꺼정 가셨데?



여기가 거기여.

활짝 핀 꽃들이 둘러싸고 있어 넘 멋지다.

그래서 눈이 즐거우라고 한참을 서성였다.



악동 까치 한 마리가 내 머리 위에서 허벌나게 짖어 댄다.

좀 쉽게 말 좀좀 해볼랑가?

겁 먹지도 않고 계속 앉아 있는 걸 보면 뭔가 사연이 있는 거 같은데?





세심하진 않지만 풍성하게 꽃들로 가꿔 놓은 만의사는 매년 올 때마다 봄으로 화려하게 단장을 해 놓았다.

이 순간 만큼은 돈독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그 노력에 동정이 생긴다.

아이폰으로 대충 찍어도 이쁘게 나온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드는 이쁜 짓~




만의사를 얼추 돌아 보고 출출하신 오마니 말씀을 받잡고 가끔 가는 마미교자 칼국수로 모셔 새로 차리신 산채비빔밥을 주문했다.(일상_20151205)

산채라고 하기엔 좀 빈약해서 실망스러운데 여긴 왠지 노부부께서 음식에 장난을 치지 않으실 믿음이 간다.

회사 생활 하면서 집밥보단 조미료밥을 더 많이 먹는 현실에 여기 담백하고 단조로운 맛이 어색할 수 있으나 최소한 나 만큼은 집밥 만한게 없는 깨달음에 힘입어 가급적 이런 정겨운 맛을 고수하는 곳은 시도때도 없이 환영할 만하다.

내가 그런데 오마닌 더 하시면 더 하시지 덜 하시진 않으실 터.

모처럼이라 더 깔끔한 여운을 남기고 배를 채웠다.







어느 공원, 어느 아파트 단지를 가나 이런 아릿다운 꽃들은 지천에 널려 있는 걸 보면 다시 봄을 실감하면서 이내 가슴 묘하게 설렌다.

남녀노소를 떠나 꽃이 아름답다는데 이견 있는 사람 있을까?




석가탄신일에 오마니를 위한 하루를 보낸 사이 해는 일몰을 보여 주며 서둘러 서산으로 흔적을 감추려 한다.

맑은 하늘과 등골을 시원하게 만드는 바람의 향연 덕분에 오늘 절하신 기원은 반!드!시 성취될 것만 같다.

아무렴, 누규 소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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