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100

일상_20160828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가 갑자기 그치고 동녘에 거대한 쌍무지개를 그려 넣었다.얼른 카메라 끄집어 내서 셔터 신공을 발휘해 사진을 담았는데 생각보단 광대한 감회가 표현되지 않았구만.광각의 뽐뿌를 억누르고 아이폰 파노라마로 몇 장 찍곤 감동에 젖을 무렵 일장춘몽처럼 금새 무지개가 사라지고 서편에 화려한 노을 쇼쇼쇼~ 간만에 보는 노을다운 노을이라 망원으로 또 다시 셔터 신공을 발휘, 구름 저 편에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막지하게 구름이 타 들어가건만 조바심은 이내 사라지고 자연의 대서사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턱관절 무리를 고스란히 견뎠다. 요건 마치 채도가 낮은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그려 넣은 그림 같지 않나?잿빛에 가까운 서편 하늘이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누가 찍었는지 잘 찍었네~

일상_20160827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 것만 같던 여름은 어떻든 때가 되면 떠나긴 하나보다.딱 잘라 정의 하자면 여름이 싫다, 허나 역동적인 느낌과 긴 낮-물론 하루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다-과 가벼운 옷차림에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나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깨닫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8월의 막바지에 접어 들자 한층 시원해진 공기와 더불어 서슬 파랗던 신록이 부쩍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 코구녕 앞까지 왔다는 거겠지? 오산으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중 인적이 거의 없는 산업단지에서 동탄을 바라 보자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드높은 퍼런 하늘을 뒤덮은 양떼 구름이 대규모로 방목 중이다.하늘도 거의 전체를 뒤덮은 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보면 양떼 소년이 여유가 넘쳐 유유자적하고 있..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상동에서 채굴되었고 산골을 따라 4만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있었다는 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정보인 만큼 과거의 시간들이 난 그리웠었나 보다. 모운동이 어느 순간 과거의 시간을 완전히 씻어 버렸다면 상동은 그 시간을 그대로 붙잡아 둔 채 흔적들마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어쩌면 모운동에서의 아쉬웠던 기대감을 상동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언덕길에 축축히 젖은 흙조차도 제대로 재현했다. 모운동에서 상동으로 가는 길은 역쉬나 높은 산들이 사방에 둘러쳐져 있어 얼마나 더 깊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에 살짝..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 영화를 누리던 탄광마을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잔해만 남아 언젠가 다시 그 영광을 꿈꾸고 있는 모운동이 새로운 거듭나기로 이쁘게 단장했다.사실 영월은 라디오스타란 영화로 알기 이전, 어릴적 사회 시간에 인구가 감소한 대표적인 도시로만 알고 있었다.8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과부도에 영월시라는 타이틀로 기억하는데 당시 편찬 기준이 70년대였던 걸 보면 산업화 시대 상당히 번창한 도시였던 건 분명하고 가끔 제천에서 정선으로 넘어갈때 38번 국도가 부분 개통 되었던 당시는 연당에서 옆길로 빠져서 가는 길목 정도?그런 영월을 드뎌 9월에 가게 되었다. 역시나 회사 복지프로그램에 의거, 적은 부담에 멋진 전망을 배경에 둔 청풍리조트로 숙소를 마련했다.아직은 가을내음이..

용인 이동, 고삼저수지_20150808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연극을 보려던 당초 계획이 인사이드 아웃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그 남은 아쉬움을 충족하러 떠났던 길은 용인 거대 저수지 쌍두마차로 굳혔다. 동탄에서 무봉산 너머에 있는 이동저수지와 거기서 백암으로 쭉 가면 고삼을 지나자 마자 옅은 산세를 굽이쳐 뻗어 있는 고삼저수지. 오산을 거쳐 고갯길을 지나 이동저수지에 도착할 무렵, 가늘던 빗줄기가 장대비로 바뀌어 하는 수 없이 호수를 끼고 이동을 하며 감상 중, 반 정도 지나 남단에 도착할때 순식간에 그쳐 버린다.차에서 내려 호숫가 쉼터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한동안 호수를 바라다 보니 넓긴 넓다. 고삼저수지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구름도 대부분 걷혀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호수와 가까운 산 언저리에 아직 남아 있던 비구름이 뉘엇뉘엇 넘..

세속을 잠시 벗어나_20150711

차를 몰고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고 넘어 도착한 오지마을은 완연한 여름이 되기 전, 한 번은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그게 바로 이 날이다. 유일한 진입로는 고갯길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 공무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인이 그 마을의 분교 교사라 바로 통과~도착할 무렵 아주 가끔 보이는 집은 그렇다쳐도 길 곳곳에 야생으로 자라는 복숭아와 산딸기는 요람기 회상에 엄청난 몰입을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잊고 지내던 산복숭과 개울에 징그럽도록 빼곡히 들어차 있던 다슬기를 보며 그제서야 오지에 왔구나 실감이 들었다. 마을에서도 뚝 떨어져 있는 시골 분교의 진입로는 이렇게 멋진 은행나무가 반겨준다.학교 인근에 인가는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겨우 몇 채 나오고 더 먼거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란다.건물은 ..

무지개_20150707

저녁 무렵에 짧게 내린 비가 그치자 일몰이 비끼어 무지개를 만들어 냈다. 베란다에서 오산 상공에 피어난 거대한 무지개가 두겹, 이름하야 쌍 무지개~미스라면 벨비아모드로 찍어서 과도한 채도가 베인 나머지 왜곡이 좀 심하다. 아이뽕 파노라마 사진인데 이건 포커싱이 맞지 않아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나왔지만 그래도 전체의 둥근 모습은 대략 윤곽을 알 수 있다. 너를 가까이서 보고파 망원으로 다시 한 번 찍었어. 무지개도 하늘로 날아가고 햇님도 서산 밑으로 가라앉아 땅거미만 남았는데 마치 하늘에 거대한 물풍선이 무거워서 밑으로 쳐진 것처럼 묘한 구름의 형태다.그 물을 그득 품은 구름에 굴절된 땅거미의 음산한 분위기가 사진에 표현되었구먼.

가족 나들이_20150620

새해 둘째날(새해 첫 외출_20150102) 이후 가족 여행이 뜸하기도 했고 지난 여행에서 돌아올때 능암 뒷산 언저리에 있던 콘도미니엄도 궁금해 하길래-난 예전 하일라비치 리조트일 때 가봤었다- 작심하고 미리 예약, 이 날만큼은 울가족들 단결력은 수소결합보다 더 견고하다.한치의 낙오자도 없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없으니 이 얼마나 핵폭탄급 결속력인가!하긴 불만이 있다면 내 협박 공세를 견디기 쉽지 않을 거시여. 가는 도중 안성 지날 무렵부터 변덕스러운 비가 내리더니 도착해서도 그쳐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초저녁엔 제법 굵직한 빗방울이 요란하게 지상을 두드려댔다.중부지방 가뭄이 워낙 이슈가 되던 때라 그 빗방울조차 반갑고 고맙다 보니 반 년 만에 떠난 여행이 월매나 들뜨고 설레었을까?켄싱턴리조트가 산 언저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