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100

남산의 식구, 백범광장

잽싸게 투표를 하고 찾아간 남산 백범광장은 근무 시간에 가끔 바라보기만 할 뿐 언젠가 한 번 찾아가고픈 위시리스트는 아니었다.게다가 난 자연의 풍경을 찍거나 감상하기 좋아하지 인공적이거나 콘크리트색상이 가득한 건 노력을 들이기 아까워했었다.서울이 텅 빈 것만 같은 선거일의 나른한 오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매끈한 성곽을 바라 보던 중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럼 함 올라가 볼까나'하며 발걸음을 돌려 쉬엄쉬엄 걸어가 보니께로... 먼데서 누군가 자기 얼굴과 색깔이 슷비슷비한 무언가로 째려 보자 악동 까치군도 `무어야?'하는 눈빛으로 째려 보고 있다.그래도 자기를 해치려 하지 않는 걸 아는지 쨉싸게 도망가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면 너른 들판 너머에 당당한 김구선생님의 인자한 자태..

20140522_용평과 도암

내가 반다시 오겠다고 했지? 도암!기필코 도암을 둘러 보겠다던 숙원은 어느 정도 해결했어. 근데 도암이라고 하니 마치 도인의 호 같기도 한데 도인보다 더 경이롭게도 산 중 호수거든.4월달 포스트 용평 산중에서 보면 4월 17일에 갔었는데 그 때가 한 달 조금 더 지났으니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건 아니야.허나 4월에 방문했던 것과 달라진 건 분명 두 가지가 있어.하나, 그 때 비해 해가 눈에 띄게 길어졌고두나, 고만고만하던 녹색 신록이 사람의 손길이 없는 덕분에 아주 무성해졌던 거.슷비슷비한 시간대에 갔음에도 아직 해가 떡!하니 하늘에 버티고 있는게 앗싸 가오리다 싶어 냉큼 갔어.한 동안 해가 따라 다녔으니 워찌나 느긋하고 좋은지... 그렇다고 내가 무서워서 그런건 아냐? 아닐걸? 그래, 해가 없으면 온..

20140429_이른 아침의 무거운 하늘

출근을 위해 일어난 이른 아침, 한 바탕 시원한 비를 쏟아 낼 듯한 하늘을 보곤 담아 둔 사진. 그 때가 4월 29일이다.긴 연휴를 앞둔 설레임이 있었기에 심적인 여유를 갖고 담아 두었을 터... 해가 뜨는 곳이 도리어 우측에서 밀려 오는 스산함에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같다. 그런 짙은 구름의 틈바구니로 일출의 속삭임이 들린다.

20140504_집으로 왔지만

대구에서 집으로 왔지만... 딱히 별다른건 없단 거. 하늘이 어렇게 내 마음을 알았는지 세찬 비바람의 궂은 날씨를 보였는데 그래도 사진은 평안할 뿐, 그래서 내가 여행과 사진에 매료되나 보다. 모처럼 집에서 따스한 밥을 먹는 저녁 시간에 베란다 너머 근래 들어 보기 드문 붉은 광경이 연출되는 게 아닌가!옳다구나 싶어 엑백스를 후다닥 들고 해질 무렵의 이글대는 아름다움을 담아 봤다.두터운 구름 사이에 잠깐의 틈을 노리고 대기로 쏟아져 나오는 뜨겁디 뜨거운 햇살은 그 발이 뻗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대비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햇살이 뻗는 곳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상에 살짝 오렌지색 물감을 풀어 놓은 색수를 뿌려 놓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원래 가지고 있던 그들의 색을 보란 듯이 뽐내는, 그 색상의 ..

아침 일출 전, 장관

월 요일 아침, 기상을 해 보니 구름과 지평선 사이 잠시 틈이 생긴 곳으로 일몰의 잔해가 비집고 나온다.행여나 일몰이 보일까 싶어 잠시 기다려 봤더니 부끄러운 햇님은 온데간데 없고 층층이 구름 위를 칠했던 햇살이 구름의 테두리를 붉게 지워 버렸다.미리 찍어 둔 사진이 이뻐-물론 내 생각이지만- 잠이 덜 깬 부시시한 졸음을 떨치고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희열의 징표가 남아 있구나.

밤 하늘

밤에도 하늘은 흐르나 보다. 바다보다 그 깊이의 심연이 끝을 가눌 수 없을 만큼 검푸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구름들은 하늘이 쓸려가는 대로 제 몸을 맡겨 두는 장관에 빠져 나조차 떠내려가는 듯 하다. 세교신도시 하늘을 긁어 놓은 구름 자욱들이 뿌연 대지의 안개가 승천하면서 자유를 만나 세상 천지를 구경하고픈 욕구를 드러내 놓았다. 밤이 되면 문명은 그 자리에 머무르려 하고 자연은 밤낮에 개의치 않고 끊임 없이 흐르려 한다.문명은 과거를 잊으려 하고 자연은 언제나 노스텔지어를 담아 두곤 하늘에 알알이 박아 놓고 문명이 추회하고자 하면 말 없이 보여주며 스스로 질책하게 만든다. 오늘 밤도 문명은 그 자리에 머무름을 자행하고 자연은 언제나 흐른다.

저 구름 너머에서..

탄생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게다. 빛도 향기도 온기도 전혀 없는 암흑의 평면적인 존재의 조물주가 마치 깨달음의 각성으로 눈을 뜸과 동시에 그 호화로운 충격파로 인해 암흑도 덩달아 생기를 얻으면서 결결이 에너지 그득한 파동을 흩뿌리는, 그런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 쓰나미가 숨어서 잠들어 있던 백색의 극단적인 대비와 맞물려 서로 터지고 찢어지고 밟는 것과 같은 몸부림일게다.억누르려 해도 거스를 수 없는 나아감과 막으려 해도 지탱할 수 없는 일갈일게다.

한가로운 석양과 갈 길 바쁜 노을

석양은 내일 같은 자리에 오리란 약속과 확신이 있지만 노을은 그 모양도 다르거니와 내일에 대한 기약은 없다.다만 석양에 비해 더 화려하고 거대하리란 막연한 기대만 주고 사라진다.이런 간결한 석양과 노을과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가을 편지를 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수신처는 그저 하늘이지만 누군가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전이할 수 있다면 이 하늘은 충분히 매력이 있단거다.

일상적인 주말, 오늘도 일상적이지만 다른...

내가 좋아하는 날씨라 그냥 집에만 붙어 있을 수 있나? 또한 엑백스 들여놨는데 이 녀석이 온 몸에 가려움증이 있는지 근질근질해 하길래 후딱 집 청소하곤 카메라와 텀블러를 챙겨서 자전거 몰고 가출(?)했다.가출 전 내 몸의 배터리를 잠시 충전하고자 충남 홍성에서 직접 구입한 양질의 붉은 감자를 먹고..껍질은 붉은데 육질은 영락없이 고구마다. 맛은 물론 감자맛~!!2박스를 구입했는데 워째 금새 바닥 나 버렸네.이야기가 삼천포로 새버렸다.밖으로 나갈 무렵엔 이미 5시.항상 말동무, 동행자가 되어 주는 아이폰5와 얼마 전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한 후지 x100s. 그래도 해가 긴 덕분에 열심히 페달을 저었고 땀이 등짝을 적실 무렵 라마다호텔 커피빈에 도착, 야외 테라스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스원~한 커피 한 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