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고 넘어 도착한 오지마을은 완연한 여름이 되기 전, 한 번은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그게 바로 이 날이다.
유일한 진입로는 고갯길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 공무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인이 그 마을의 분교 교사라 바로 통과~
도착할 무렵 아주 가끔 보이는 집은 그렇다쳐도 길 곳곳에 야생으로 자라는 복숭아와 산딸기는 요람기 회상에 엄청난 몰입을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잊고 지내던 산복숭과 개울에 징그럽도록 빼곡히 들어차 있던 다슬기를 보며 그제서야 오지에 왔구나 실감이 들었다.
마을에서도 뚝 떨어져 있는 시골 분교의 진입로는 이렇게 멋진 은행나무가 반겨준다.
학교 인근에 인가는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겨우 몇 채 나오고 더 먼거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란다.
건물은 좀 오래되긴 해도 내부 시설은 영락 없이 우리 어릴적 교실 모습 그대로인데 그냥 교실에 앉아 있어도 개구쟁이가 되고 싶고 칠판에 시선이 머무를 거 같은 기분은 나만의 취향은 아닐테다.
정갈한 운동장의 조경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학교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왜 이캐 정겨운 거시여!
전형적인 불볕더위의 강렬한 햇살이 오랫 동안 한 자리에서 자란 나무들로 인해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학교를 나와 마을로 가던 중 만난 산딸기들의 유혹의 손길.
그냥 지나가면 이 친구들이 섭섭해 할까봐 배부르도록 마련한 탱글하고 붉은 빛깔의 먹음직스런 열매를 먹느라 더디게 나아갔는데 나중엔 너무 많이 먹어서 앞뒤 없이 포식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금 봐도 여전히 한 미모하는 산딸기~
예전 야시시한 영화 중에서 산딸기가 생각나네 ㅋ
드뎌 마을에 진입했다.
이곳 고도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는 않은데 여기 오기까지 높은 고개를 몇 개 넘어야 되니 아마도 그런 큰 산들의 보호를 받는 축복 받은 땅일 수 있겠다.
그래서 일까?
유독 여기서 자라는 녹색들이 더 빛깔이 곱고 탐스럽게 영글었다.
그와는 달리 여기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해 그리 시선이 곱지는 않은 느낌이 든다.
다슬기 잡으러 갔었는데 대박!!!
바닥에 굉장히 촘촘한 점들이 있던 그것들이 바로 다슬기.
발 디딜때마다 밟혀서 바스라지는 느낌이 너무 미안해 신중히 발을 디딜려고 해도 너무 많아서 나중엔 자포자기할 만큼 많았다.
꽤 많이 채집을 했는데 어린 것들도 많고 큰 것도 많아 일단 새끼손꼬락 한 마디 이상 되는 것들만 담았음에도 양파망 하나는 거뜬히 채집했다.
그만큼 그들의 천국인데 이방인이 헤집어 놓았으니 얼씨구나 좋지는 않은 심정.
다슬기 따느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이 강에 기암괴석이 상당히 널려 있어 언젠가 다시 가게되면 그런 낯선 풍경들을 좀 담아봐야겠다.
산골 오지 마을의 밤은 금새 찾아 왔다.
옆에 직접 재배하던 텃밭에서 토마토와 각종 채소들을 따다가 미리 준비해간 우리 싸랑 한우와 곁들여 먹으려니 거짓말처럼 갑자기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우격다짐으로 포식을 했는데 이런 곳에서 맞는 빗방울의 느낌은 서울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라 하나의 특이한 경험이라 여기고 마음껏 맞으려했다.
근데 겁나 빨리 그쳐 버려.
운동장에 외등을 하나 밝혔더니 대낮처럼 환한 덕에 온갖 진귀한 곤충들이 허벌나게 모여 든다.
그래도 느긋한 저녁을 먹으며 깊어가는 산골 밤의 청량감과 함께 풍성한 음악을 곁들여 문명의 음향이 배제된 곳에서 한 동안 앉아 바람과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단단히 다져질 틈이 없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놀다간 흔적은 마치 자연이 다듬어 놓은 흔적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한편으로 극단적인 고립? 고독?의 이중적인 느낌이랄까?
발산하는 빛에 미치도록 활동하는 수많은 곤충들은 일체 사라져버린 문명의 소음과 달리 분주히 활동하며 자유의 포물선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이튿날 돌아가는 길은 유일한 통로인 올때의 길을 차례로 밟아 나갔다.
가끔 마주치는 차는 거의 없이 온통 이 공간에 들리는 소리라곤 내리는 보슬비의 사각거리는 소리 뿐.
이렇게 가드레일이 없는 길이 대부분인데 양쪽 모두 비탈이 심해 아주 가끔 폭우가 내릴때 다량의 토사가 흘러 내린다거나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단다.
반대쪽은 나무가 촘촘히 막고 있어 안전해 보일 듯 하지만 막상 내려다 보는 순간 심쿵일만큼 거의 절벽 수준이다.
고갯길 정상의 초소를 지나 전망이 탁트인 곳에 서둘러 하늘로 오르는 구름의 무리가 딱 걸렸다.
부끄러운 듯 황급히 떠나는 구름과 아직도 잠에서 덜 깬 구름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며 등을 떠미는 광경이 아이뽕으로 담아 숨가쁜 바람 소리를 배제해 놓았더니 흔들어 깨우는 바람 조차 휴일의 여유 같다.
발치 바로 아래에 산등성이를 굽이쳐 내려가는 길이 보여 험준한 산의 이면을 짐작케 한다.
그때 서 있던 자리가 절벽 위라 어디서 이런 후달리는 공포를 극복했나 불가사의다.
거의 평지에 다다를 무렵에 이런 키가 크고 무성한 나무 터널이 종종 눈에 띄인다.
야생에서 마음껏 자란 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맞대고 서서 교감을 이루는 터널은 마치 오지마을의 전경을 미리 예고하는 거 같고 그 빼곡한 터널 아래를 지날때 훗날 나무와 바람과 비를 만나러 오라는 기약을 남긴채 이번에 짧지만 인상 깊었던 여행을 마무리한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150714 (0) | 2015.10.01 |
---|---|
일상_20150713 (0) | 2015.10.01 |
무지개_20150707 (0) | 2015.09.30 |
일상_20150705 (0) | 2015.09.29 |
일상_20150704 (0) | 2015.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