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100

일상_20181022

가을이라 바빠 졌다.가슴이 바빠 졌고, 눈이 바빠 졌다.아침과 저녁에 가을이면 꼭 한참을 서서 감상하는 색과 구도가 있다. 지극히 가을다운 색감에 나무의 구도가 가을스럽다. 가을이 완전 익지 않은 단풍도 어찌 이리 이쁠까? 홍단풍은 더욱 붉게, 청단풍은 마지막 남은 신록을 소진하기 위해 더욱 푸르다.아가들도, 어른들도 가을 앞에선 평등하다.마음 속에 꿍셔 두었던 감정들을 과감 없이 표현하니까. 여름엔 전부 같은 녹색이라 표현해도 이해되는 나무들은 녹색의 디테일을 따지는게 무의미한데 가을이 되면 각양각색으로 변모한다.유전자 깊숙하게 감추고 있던 색감을 천천히 풀어 헤치고, 만추가 와서 낙엽이 떨어지기 전까지 같은 색이 없다. 저녁에 다시 이 자리를 오자 가을과 노을이 어울린 더욱 멋진 장면을 연출하며 기다..

영양의 숨겨진 보배_20181017

이방인에 대한 경계일까?카랑카랑한 새소리는 날이 서 있고, 온 세상 사물을 두드려 대는 빗소리는 두서 없다.인적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은 낯선 발자국이 신기하고, 콘크리트 먼지에 익숙해진 시신경은 그저 모든게 이채롭다.조금 이른 가을이라 마냥 아쉬움이 남는 건 미련의 기대를 양산하고, 결정에 매말라 있던 발걸음은 한바탕 퍼붓는 가을비 마냥 호탕하기만 하다. 굵어진 빗방울에 옷이 배겨낼 도리가 없어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수생식물 관찰장의 데크길로 한 발짝 한 발짝 자근하게 걸어갔다.관리사무소 바로 뒷편이라 아주 가끔 지나가는 차가 빗물에 젖은 도로를 가르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대기를 파고 들어 허공으로 뻗어 흩어졌다.세상의 소리라곤 오로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우산에 부딪히고 작은 연못에 떨어져 동..

가을을 따라 영양으로_20181017

영양을 찾은 게 언제 였던가?대구에서 학업이 끝나고 영양을 거쳐 집으로 갈 결정을 내리고는 곧장 중앙-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2015년 가을에 영양을 찾았다 인상적인 가을을 맞이하곤 다시 그 추억에 의지해 영양을 찾은 만큼 한창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아무렇게나 놓은 가을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영양 일월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고른다.비교적 오래된 건물 외벽에 덩굴도 가을에 맞게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늘에 빛내림이 있는 것과 다르게 이내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언제 굵어질지 몰라 주저 없이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 3년 전 가을을 상기시킬 만한 가을 풍경들이 보인다. 자생화 공원에 ..

일상_20181010

거북목이 될까봐 하늘이 배려하사 자연스레 고개를 들으라 시선을 잡아 당겨 주는 가을 석양.사진은 마치 협소한 액자에 갖혀 보이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걸려 있는 가을 하늘의 장관을 기억하고 있어 어떤 조악한 사진도 기억을 수면 위로 이끌어 줄게다.만물상 같은 구름, 동경하던 빛깔, 좁혀진 마음 지붕을 열어줄 광활한 하늘.그냥 모든 자연이 주는 종합선물세트다. 서산 마루로 일몰이 진행된다. 이내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여운의 빛무리를 남기며 떠났다.

저녁 여운_20180928

가을이라 단언해도 될 만큼 계절의 내음이 달라 졌다.수줍거나 혹은 대담한 형형색색의 가을.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 주지 않아 수줍게 보이고,조금의 인내만 가진다면 세상 모든 색결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사람들 혼을 빼버리는 대담함도 있다.석양은 아직 못다한 하루의 아쉬움과 동시에 내일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다. 공원 내 데크길 이 자리에 선 게 1년이 지났다. 성급한 가을과 시간을 망각한 꽃. 석양이 바닥에서 자라는 풀들을 반짝이게 한다. 거의 방치해 놓다시피 했던 자전거를 타고 해가 지는 전망이 일품인 탄요공원에 들러 베어 나오는 땀과 한숨을 털어 내고 잠시 기다리자 기다렸던 모습을 보상의 댓가로 펼쳐 여과 없이 보여 준다.하루 시간 중 찰나에 불과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과 달리 모든 부족하고 푸념들을 없애 ..

산중의 새벽_20180908

해가 뜨기 직전의 가을 하늘은 차갑다.유난히 말벌이 눈에 많이 띄는데 밤새 10마리 정도 잡은 거 같다.이른 새벽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슬에 젖어 힘을 쓰지 못하고 기절한 말벌들 확인 사살 때문.그러다 시골 깡촌의 새벽 정취에 도치되어 버렸다. 동녘 하늘에는 아직 일출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하늘에 거대한 비늘이 끼어 어디론가 바삐 흘러가고 있다. 감각대를 끼우고 발치에 흐르는 여울에 장노출 했다. 풀잎과 밤새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스피커에 이슬이 아롱다롱 매달려 조잘거린다. 집에서 2년 동안 자라다 올 여름부터 새로이 자리를 튼 흙이 궁합에 맞는지 소나무는 부쩍 자랐다.섭씨 11도로 9월 초 치곤 제법 서늘한 산중 오지에 어떤 문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밤..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

일상_20180904

가을이 왔다는 표식은 주위에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그 중 하나가 하늘과 노을의 만남.해 질 녘에 집을 나서 주변 공원을 돌며 몰래 다가오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 미리 감동 받을 준비를 하려 한다. 오산천 옆 인공하천 너머 예당마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칡꽃도 가을이 되면 감추었던 호기심을 드러내며 꽃망울을 틈바구니 밖으로 터트린다. 매혹적인 보랏빛 꽃의 도라지. 맨드라미 신도시 초기에 늘 찾던 인공 여울의 데크 반석산을 지나 재봉산 가까이 다가가면 공원 초기부터 있던 원두막이 보인다.얼마나 자주 이 자리에 의지해 땀과 피로를 털어 냈던가. 가을 장마의 영향으로 반석산 자연 폭포는 연일 홍수(?)가 나고 이제 잠잠해 졌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해무리 공원, 아니 여울 공원으로 개명 되었지. 망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