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일상_20190921

사려울 2019. 9. 28. 21:14

주말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가을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 가을 내음이 물씬하여 가벼운 방수 코트를 하나 걸치고 공원을 나갔다.




걷기 좋은 나무 터널 아래 바람을 타고 온 미세한 숲의 향기가 잠자고 있던 미소를 깨운다.




오후가 무르익을 수록 빗줄기는 더욱 가늘어져 얇은 방수 코트 위에 송알송알 빗물이 영근다.

걷기 좋은 산책로를 따라 가는 동안 공원이 텅빈 것처럼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줄어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이 반가울 때가 있던 날이다.



적막의 한가운데 서서 비와 바람의 곡조를 음미한다.

이렇게 가벼운 비는 도리어 활동에 큰 지장이 없고, 묘한 적막의 단맛이 느껴진다.




해 질 무렵 구름을 뚫고 석양이 비춰 육중하던 구름을 붉게 태워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

어찌나 이 색감이 고운지.


가을에 감탄사를 자아내는 노을의 향연에 하늘을 우러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감동을 얻게 된다.

뜨거운 석양으로 말미암아 하늘과 서산 마루가 붉게 이글거리는 장관은 청명한 가을 대기를 반증해 주는 자연의 언어로 주말 내내 간헐적인 비와 함께 무거운 하늘의 틈바구니로 노을이 타오를 때면 마치 허공의 모든 존재들이 타버리다 못해 시선 조차 뜨겁다.

여전한 여름의 자취가 미련처럼 남은 시간의 굴레라지만 놓아주고 새로운 걸 잡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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