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위에 뜬 미련처럼, 도담삼봉_20191212

잔도 길과 스카이워크에서 느린 걸음으로 여행을 마친 뒤 단양 구경시장에 들러 5년 가까이 지난 추억을 거슬러 올라 순대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겨울 청풍호의 매력_20150214)

간판 공사인지 2층에 앉아 식사를 하던 중 몇 사람이 오고 가더니 이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또다시 분주히 2층을 오가는 사람들로 식사 자리가 불편해 대충 식사를 마친 뒤 식당을 나서는데 용접봉의 파란 불길이 쇠를 달구고 있어 잠시 기다렸다 나왔지만 배려에 대한 감사는 전혀 없는 걸 보면 작업에 너무 열중했나 보다.

머뭇거릴 겨를 없이 바로 단양읍을 빠져나와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이내 도담삼봉으로 향했다.

도담삼봉 주차장에 도착하자 2015년 당시엔 없던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격세지감을 이런 때 느끼게 된다.

도담삼봉을 목적지로 잡은 건 한 자리에서 도담삼봉과 석문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알뜰한 동선을 감안했기 때문이었다.

단양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라 꽤 너른 주차장이었지만 주차된 차량은 비교적 많았고, 더불어 단체 관광으로 도착한 버스도 의외로 많아 도담삼봉을 둘러보는 관광객 외에 석문으로 향하는 산길을 오르는 관광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처음에 석문으로 향하다 뒤돌아본 도담삼봉의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라 다시 발걸음을 돌려 조망하기 좋은 곳으로 걸어가는데 다행인 건 부는 바람에 비해 강이 잔잔하여 반영의 모습도 잘 보였다.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강가로 접근하자 데크에서 폰카를 찍던 사람들이 뒤따라왔다.

아마도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통제되고 있다고 착각했었나 본데 오해할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강가로 내려가자 다행히 바람은 약해지고 강물은 잔잔해져 평화로운 오후의 한 때 같았는데 강물에 비친 도담삼봉의 반영도 제법 선명해졌다.

지난 초여름에 들렀던 황간의 월류정처럼 바위에 위태롭게 걸린 정자가 자칫 단조롭게 보일 법한 삼봉과 어우러져 풍류를 즐겨봄직한 풍채라 덕분에 단양 팔경 중 하나의 절경으로 뽑힌 게 아닌가 싶었다.

도담삼봉은 여타 다른 단양 팔경 중 하나인 옥순봉이나 구담봉에 비해 규모는 소소하지만 짜임새로 인해 자연이 빚은 작품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세 개의 바위가 강물에 둥둥떠다니며 강 건너 누군가 볼라치면 자신을 뽐내듯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착각도 들었다.

도담삼봉을 뒤로하고 인척 거리에 있는 석문으로 향했다.

좀 전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던 석문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어느새 뜸해졌고, 겨울의 짧아진 낮으로 인해 벌써 사람들은 떠날 채비로 너른 주차장이 분주해졌다.

석문으로 가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계단으로 깔려 있어 오르기는 수월했고, 가파른 경사길이 완만해지는 지점엔 탁트인 전망을 느긋하게 감상하시라고 팔각정 전망대가 있었다.

육각정 전망대에서 도담삼봉을 바라 보면 가까이에서 보던 것과 달리 완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누구 말 맞다나 뒤 배경이 거시기해서 다 배렸다.

콘크리트의 산과 강을 갈라 놓은 도로가 아니었다면 강 건너 정자가 있는 바위 언덕과 함께 어우러져 도담삼봉 앞에서 보던 모습과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않았을까?

팔각정을 지나 완만한 산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어가면 자연이 조각한 또다른 신비로운 작품, 석문을 만나게 된다.

원래 석회 동굴이 있었는데 동굴 입구만 남겨 놓고 나머지 윗부분이 무너져 이런 경이로운 징표가 남았단다.

훌쩍 뛰어 오르면 마치 오작교처럼 위태롭게 허공에 뜬 기분이 들 것만 같은데 묘하게도 강과 산이 워낙 평화로운 분위기라 마치 태고적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태연했다.

사진과 달리 실제 작은 규모는 아닌데 강을 향해 가파르게 고도가 낮아져 태초에 한강이 만든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석문 너머 마을에 서쪽으로 잔뜩 기운 석양이 비치고, 짧은 겨울 낮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떴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쉬워 영월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영춘 구인사를 들렀다.

멀찌감치 차를 세워 두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따라 힘들게 오른 사이 해는 완전히 지고, 땅거미도 저물어 버렸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삼삼오오 사찰 깊은 곳으로 걸어가는 행렬이 꽤 오래 지속되었고, 힘들게 오른 보람이 헛되어 하는 수 없이 영월을 거쳐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