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산골짜기 작은 마을, 파크로쉬_20210303

사려울 2023. 1. 18. 02:21

여행의 끝이 다가와 마지막 밤이 되어 숙소 주변의 텅 빈 공간을 차분히 둘러보며 풀어놓은 기대의 봇짐을 다시 추스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리와 권한이 부여되지만 정신없이 돌아다닌 덕에 무척이나 짧고 누수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시간은 매정히 지나가 버린다.
집 떠나 밤공기를 가르며 숙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무중력 상태인 양 홀가분한 마음이 온몸의 자이로스코프를 마비시켰고, 늦은 시간에도 밤거리를 홀로 유영했다.
먼 거리를 달려왔다는 피로감은 사실 전혀 없는 게 아니라 인지부조화로 인해 잊어버려 밤새 온종일 걷더라도 지치지 않을 만큼 사기는 충천하여 헛된 시간을 경계했지만 결국 모든 걸 배제하고 즐기면 되는 거다.
코로나로 인해 어느 순간 인적 없는 오지로 여행을 다니던 게 이제는 제 몸에 맞는 옷처럼 익숙해졌고, 반면 대부분의 식사는 미리 준비한 여러 종류의 즉석 식품으로 대체해 왔지만, 미각 욕구도 무시할 수 없어 식사시간대를 피해 곤드레밥을 먹었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무사히 돌아가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기억과 소지품을 내가 태연히 일상으로 돌아가듯 원래 자리와 맞는 자리에 돌려놓으면 그만이다.
1시간 정도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 머릿속은 며칠 동안의 여정과 동등한 몰입이었고, 깊은 생각에서 깨어날 즈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 속에 깊은 숲의 향이 코끝을 달콤하게 각성시켰다. 

숙소 옆길로 빠져나와 주변을 큰 원 그리듯 걷는다.

바베큐장은 요란한 불빛에 비해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호텔 앞 콘도를 크게 돌아 쫀득한 길을 밟아 천천히 걷는다.

특이하게 석재 타일만 눈이 녹아 마치 하나의 미술작품 같다.

곳곳에 내려앉은 눈으로 인해 밤이 더욱 화사하고 멋지다.

생각보다 이용객이 많네?

뒷편 가든 한쪽 온실의 암흑 속에서 상대적으로 화려해 보인다.

원래 중간의 큰 화로에 불이 타올라야 되는데 아쉽게도 석탄이 모두 젖어 불을 피울 수 없단다.

그 주변 작은 원반의자도 눈이 점령했다.

아쉽지만 이번엔 갈 길 먼 눈에게 양보하자.

장독이 왠말이더냐.

내부는 불을 피우거나 일행들과 앉아 고요한 밤에 차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튿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낸 뒤 아쉬움 달래 본다.

숙소 옆에 큰 저류지? 같은 게 있다.

왠지 모양새는 부조화다.

먼 길을 달려야 하는데 꼭 이럴 때면 발걸음이 무겁다.

생수통에 생수를 채우다 뒤돌아 백석봉을 바라보자 지독하게도 멋진 자태로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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