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327

추억이 아닌 현재 진행형, 삼양라면 골드_20220709

추억의 소품들 중 하나로 내 기억에 지워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대구 고산 하나로마트에서 볼 줄이야. 요즘처럼 풍성한 향미가 들어있는 맛이 아닌 간결한 베이스에 시원한 해물맛이 가미되어 지금 세태와 어울리지 않지만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그리고 농심을 보이콧하는 입장에서 이건 반가운 득템이었다. 예전 기억과 그리 이질감 없는, 반가운 얼굴. 삼양라면 고올~드!

풍성하고 너른 정원 카페, 우즈 베이커리 포레스트_20220709

작은 자연을 조성해 놓은 카페에서 야외 의자에 기댄다. 바람에 섞인 풀내음으로 습한 여름을 잠시 잊는 동안 허리 숙여 보이는 것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서 커피향을 잊어버리는 건 양날의 검이다.-그만큼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이 뵑!- 야외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반려견은 실내 출입 불가라 어쩔 수 없었던 '이유'가 '덕분'이 되었고, 때마침 야외 너른 공간 중 괜춘한 자리를 선점해서 커피 한 잔 곁들이며 큰누나네와 헤어지기 전,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요 녀석은 초코 푸들인데 어찌나 까칠하고 멍충한지, 얼마 전에 봤는데도 또 사납게 짖어 대고,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이란 개념이 없는지 틈만 나면 짖어댔다. 나도 댕이를 오래 키워 봤지만 금세 가족이나 가족과 친한 지인을 빨리 습득한..

들판 옆 도심 카페, 데일리호스 브라운_20220708

들판 옆 카페를 좋아한다. 때마침 추천을 받고 굶주린 커피 한 잔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정말 들판과 인접한 베이커리였다. 조용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빵 한 조각과 커피를 나누는 사이 하늘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세상 모든 소음을 집어삼켰다. 조금 아쉽다면 천금 같은 들판은 창 너머 정면이 아닌 모로 살짝 시선을 돌려야 했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외부에 나가 들판을 바라보는데 순둥이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멍 때리는 사람 첨 보냐멍~" 마늘빵의 겉은 달달하고 조금 딱딱한 식감이라 진정 마늘 바게트 다웠다. 다만 토핑은 내 입맛이 아니어서 딸기케이크로 위안 삼았다. 요즘 빵값 장난 아니다. 큰조카가 올 무렵엔 소나기가 퍼붓는데 얼마나 굵고 살벌한지 샤워기로 퍼붓는 줄 알았다. 카페 내..

중고 피부 크림이라니, 멜라젤_20220625

이게 그리 좋다고 하여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미심쩍은 벌크 포장을 제껴 캡을 열자 이따위다. 새제품에 지문 인증샷은 필요 없다구. 게다가 유통기한이 겨우 4개월 남아 전화를 드리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판매자님. 나긋한 경상도 사투리와 달리 제품은 정말로 비이성적이라 반품! 이게 뭐라고 판매하는 곳도 별로 없는지, 원참! 캡을 열자마자 첫인상. 선명한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심지어 유통기한은 4개월 남았다. 위생 지퍼백에 담긴 첫 모습부터 의심은 했었다. 멜라루카를 찾아보니 다단계 제품이었다. 뭐든 난 상관없고 제품만 관심 있다규!

파주 대형 카페 문지리535와 평양손만두_20220523

한 때 공장형 카페가 성행하더니 이제는 식물원 카페도 눈에 띄었다. 규모로 따지면 왠만한 식물원 정도는 씹어 먹고도 남을 정도에 메뉴는 카페에 더해 파스타며 피자까지 가능했다. 물론 이색적이고 공감각적인 가치는 지불해야 되겠지만 어느덧 커피 한 잔 가격이 회사 부근의 점심 특선 메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사람이라고 그래도 질리지 않는 한식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운정 신도시까지 달려 이색적인 카페 체험은 간단한 약식으로 끝내자. 근래 들어 자유로를 따라 파주에 특이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는 가운데 여긴 규모면에서 가히 압도적이었다. 북한식의 꽤 깔끔한 맛으로 정평이 난 곳이란다. 운정역 바로 앞인데 너른 식당 내부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파주에서 찾은 맛집과 가성비_20220512

파주에 갈 일이 있어 용무를 보고 식사를 고민했는데 추천해 준 집으로 날아갔다. 수육 정식이 단돈 6천원!!! 심지어 된장찌개도 딸려와서 뱃속에 넣어달란다. 하루가 다르게 생활 물가가 메뚜기처럼 뛰는 마당에 푸짐한 식사 한 끼 6천원, 심지어 마늘 수육이라 맛도 괜찮았다. 거기다 2인분 정도 되는 막국수는 단돈 7천원!!! 전형적인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뼈다귀칼국수는 같은 교하에 있긴 해도 완전 다른 쪽이었는데 나름 유명한 집인지 대기실도 있었다. 여긴 단돈 1만원이라 앞서 수육집의 가성비와 비교할 수 없었지만 거짓말 쪼금 보태 양은 세숫대아 수준이고, 맛은 은은하고 구수한 내 스탈이었다. 이래저래 파주에 와서 춘곤증이 더해진 식곤증과의 한 판 전쟁을 벌일 판이었다.

넘치는 구수함, 홍천뚝배기_20220430

대구에 오면 꼭 한 끼 챙기는 음식이 찜갈비와 뚝배기 해장국인데 아점은 커피 한 사발에 뚝배기 한 턱으로 해결했다. 이거 대구에만 있는 뼈다귀 해장국인데 흔히 먹는 것과 분명 차이가 나는 건 걸쭉한 국물에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우거지가 뚝배기를 넘어 곧 탈출할 것 같은 비쥬얼 뿐만 아니라 마치 구수하다는 형체가 넘칠 듯 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짧고 촘촘한 대구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맥미니와의 작별_20220312

반년 조금 넘게 연을 맺은 맥미니를 떠나보낸 날. 집에서, 스터디카페에서 태블릿에 물려 불편한 생활을 청산하는 신호탄이다.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성능이라니, 외계인이 만든 물건인 게 틀림없다. 처음 올 때의 모습으로 다시 변신. 단촐한 구성에 깔맞춤한 박스와 외관. 찍힌 흔적은 뭐지? 티비와 연결해서 셋톱박스 겸 간단한 컴 용무로 사용할 때. 허나 요즘 웬만한 티비는 넷플이나 디플, 티빙 어플이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에 셋톱박스 용도는 현저히 줄었다. 티비 자체로 지원되면서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기능 전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어디를 두더라도 꽤 잘 어울린다. 내 기준에 전체적 평을 하자면 작년 여름부터 태블릿 조합으로 노트북의 빈자리를 꿋꿋이 대체했었는데 아무렴 외부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