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 65

거대한 호수의 위용_20180507

어릴적 바다를 거의 구경하지 못한 내 눈엔 이 호수가 바다와 같이 넓고 웅장했다. 경산에서 등하교를 하는 내 짝꿍이자 절친 집이 이 부근이라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시절, 야생의 남매지는 늘 그 규모가 위압적이었는데 친구 따라 낚시를 왔다 한 마리도 못잡고 허탕을 치자 돌아가는 길에 황소개구리 한 마리 사서 신기한 듯 쳐다본 적이 있다.그 이후 가끔 남매지를 보긴 했지만 고향 떠나 거의 올 일이 없어 참으로 오랫 동안의 추억을 깨고 남매지를 만나 한 바퀴 돌았다. 어릴 적에 바다처럼 커 보이던 남매지는 성인이 되어 다시 그 자리를 밟아보니 상상으로 남아 있던 규모보다는 작았다.하긴 워낙 거대한 바다라 간주 했으니까.이 호수 자체는 작은 게 아니라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의 호수는 맞지만 추억에 반추해 보면 작..

우박_20180503

이틀 간 회사에서의 교육이 있어 대구 학업을 끝내고 정신 없이 다른 교육에 참석했다.머리 복잡한 사건을 큰 용기 내어 싹뚝 잘라 내고 교육에 들어갔다 점심 시간에 바람 쐬러 회사를 나왔는데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라고 급작스럽게 우박이 소나기처럼 떨어진다. 평소 봤던 우박보다 더 커서 새끼손가락의 손톱만한 크기에 다들 엄청 놀랐는데 다행인 건 속이 텅빈 얼음처럼 알갱이가 엉성했다.날이 날인 만큼 내리자 마자 바로 녹는 틈을 놓치지 않고 나무에 걸린 녀석을 하나 낚아챘다.소나기처럼 내린 우박은 이내 바닥을 하얗게 도배 시켜 놓더니 이내 그쳐 버렸다.복잡하고 우울했던 시기라 내 머릿속처럼 날씨도 변덕스럽기만 했다.

춘곤증엔 장사 없다_20180502

강의 이틀 째 되는 날, 점심 식후에 쏟아지는 춘곤증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 내 짝꿍은 꿈나라에 무아지경이다.아주 건강한 체질에 성격 호탕한 친군데 역시 춘곤증 앞에선 무기력 해져 사진을 찍어도 모른다.뒤돌아 강의실을 한 바퀴 둘러 보니 역시 춘곤증에 제압당한 학우들이 넘쳐 난다.장사도 쓰러 뜨리는 춘곤증은 진정한 승리자였다.

다시 돌아온 학업_20180501

한 주, 아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금새 다가온 학업. 전날 대구에 대려와 쉬고 정신 없이 강의를 듣는 사이 벌써 반나절이 지나 젊은 학우들과 점심 먹으로 간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학교 주변 식당들은 점심 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대신 밥값은 아주 저렴해서 요렇게 차려진 불고기 백반 하나가 5천원이란다.물론 회사 부근에도 5천원 짜리 백반 집이 있긴 하나 늘 어떤 재료로 탄생했는지 모를 맑은 국과 인스턴트 반찬 4가지 정도.거기 비하면 이건 호사라 하겠다.20대 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우들과 우르르 몰려 점심 해치우고 커피 한 사발씩 손에 든 채 캠퍼스로 걸어가다 보면 막연히 이 시간도 그리워 할 것만 같아 늘 현재에 충실 할려고 애쓰는데 한창 머리 복잡한..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

결혼식_20180428

전날 부천에서 밤새 시간 보내고, 사우 결혼식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여의도로 부랴부랴 뛰어 갔다. 이미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하객들을 비집고 들어가 다른 사우들과 한 자리에 합석했다. 자리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행진?여의도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진 하루다.두 분,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동탄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대낮 3시경.나무 터널이 멋지고 휴일이 달콤했던 하루다.

밤비_20180423

가족들은 제주로 떠나고 난 대구로 떠났다. 가족들은 여행을, 난 학업을. 예정대로 학업 하루 전에 대구로 내려와 동대구역을 빠져 나오는데 봄비치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퇴근 후 바로 내려온 터라 우산은 가방에 뒀는데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줄 몰랐다.얼른 잡아 놓은 숙소로 가야 되는데 이 비가 처량하기 보단 정겨운 이유는 뭘까?일 주일에 이틀 학업이 힘들긴 하지만 마치 일상의 일탈도 되기 때문이려나?

일상_20180422

비 내리는 휴일. 이게 얼마만의 여유인가? 얼마 전이 었던 것 같던 반석산 옆 오산천 산책로의 벚꽃은 딴 세상에 온 것처럼 꽃잎을 몽땅 날려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파릇한 잎사귀가 그 자리를 꿰찼다.산책로 길 바닥에 꽃잎 자국이 많긴 하지만 내리는 비에 씻겨 조만간 그 흔적 조차 없어 지겠다. 우산은 두고 방수 자켓을 걸치고 나왔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악동 까치 한 녀석이 비에 젖어 날지 못하는지 가까이 가도 튀기만 할 뿐 날아가지 않고 눈치를 본다.원래 이 녀석들은 눈치가 100단이라 가까이 갈 낌새만 느껴져도 날아가 버리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다.요런 귀여운 악동 같으니라고... 버들강아지를 못 본 거 같은데 벌써 씨앗을 틔워 세상 여행을 위해 떠날 채비를 끝냈다.무..

일상_20180421

무심할 만큼 시간 참 잘 지나간다. 21일 회사에서 귀가하기 전, 뱃속에 든 거지를 달래고자 샌드위치 하나 뜯었는데 일반 샌드위치에 비해 너무 푸짐해서 기쁜걸~지난 12일 이후 폰이 있나 싶을 만큼 정신 없이 달려 왔고, 가랭이가 찢어지기 일보 직전에 이렇게 잠깐의 여유로 주위를 돌아 봤다.열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사이 벌써 벚꽃은 대부분 지고 봄은 깊어졌다.이렇게 2018년의 꿈 같은 봄이 춘몽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