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8 7

일상_20180617

근래 후덥지근한 날씨에 비하면 조금은 서늘한 휴일 오후.반석산 둘레길을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걷자 시원하다고 하더래도 여름 답게 사정 없이 쏟아지는 땀줄기를 부는 바람에 잠시 식힌다. 둘레길 양 옆에 개망초가 걷는 이들을 반긴다. 바닥엔 밤꽃이 자욱하게 떨어져 며칠 욱일승천하던 밤꽃향이 금새 가라앉았다. 복합문화센터 안쪽에 텅빈 야외음악당에 앉아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틀자 무료하던 공간에 활력이 들어선다.여전히 많은 밤꽃이 부는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마와 지루한 찜통 더위를 예감할 수 있다.

일상_20180616

몇 개월에 한 번씩 태용이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술판도 벌이며 웃고 떠든다.알게 된지 10년이 훌쩍 지나 점점 친해지는 뚝배기 같은 친구로 술 자리에서 아무리 취해도 주사 한 번 없고, 사소한 대화에도 유쾌하게 웃으며 장단을 맞춰 준다.그런 태용이를 만나러 서울로 나와 잠깐 회사에 들러 볼 일 보고 허기진 배를 달랜다. 맛은 별로지만, 온갖 자극적인 토핑을 배제한 샌드위치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건강한 맛 같다.신선한 원료의 아삭한 식감 외엔 그닥 내세울 게 없고, 맛이 아닌 간단한 끼니로 가끔 때우는데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맛은 너무 담백한 나머지 먹는 즐거움은 전혀 없다. 저녁이 가까워지고 북적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싫어 일찍 만나 저녁을 챙겨 먹는데 육즙이 미어 터지는 스테이크가 땡긴단다.빕스..

일상_20180614

복합문화센터는 연중 문화와 예술, 아름다움이 넘쳐 난다.저렴하거나 아님 무료로 유명 가수 공연을 눈 앞에서 생동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고,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연주도 조금만 부지런 하면 챙겨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일 년 중 대부분 화사한 꽃이 나열된 화분이 펼쳐져 있고, 그 꽃들이 뿜어대는 화려하고 향긋한 물결을 접하며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다.그래서 종종 날짜나 시간을 따지지 않고 습관처럼 복합문화센터로 향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또한 가고 오는 길은 늘 기분이 공중부양한 양 적당히 흥분되고, 즐겁다.

일상_20180613

하지가 가까워지자 밤은 금새 꽁무니를 감추고 달아나 오래 동안 낮을 누릴 수 있다.그게 여름의 매력 아니겠나아주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날, 새벽 첫 차를 지나 보내고 두 번째 차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주위를 맴돌며 여명을 쫓는 해돋이와 노을을 바라 본다. 육안으로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오렌지 빛은 가을 석양도 부럽지 않을 만큼 곱고 아름답다.이런 걸 보면 하늘이 아무렇게나 뿌린 것 같은 색채도 어느 하나 허술하거나 예사롭지 않다.

일상_20180611

초여름에 약속한 듯 찾아온 밤꽃은 장마가 오는 6월 중하순이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장마와 지루한 찜통 더위가 찾아오는 전조이기도 하다. 반석산 일대에 밤나무가 많아 요맘 때면 어김 없이 밤꽃향의 습격이 시작되는데 바람이 불 때면 산 중턱에 하얀 물결이 파도치는 모양새다. 복합문화센터 뒷산 언저리에 거대한 밤나무가 마치 한겨울에 눈이 소복히 쌓인 나무 같다.이제 '여름이구나' 새삼 실감하며 잠시 걷던 사이 등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일상_20180609

개망초가 지천에 피기 시작할 시기다.아니나 다를까 들판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이고, 향도 매캐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산책로는 나무 터널이 꽤나 멋지다.신도시 나이 만큼 자란 나무들이 제법 가지를 많이 드리우고 뻗어 대낮에도 햇살이 가려져 유독 시원한데다 공기 또한 솔향이 가미된 은은한 향이 걷는 내내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공간을 가득 매운 개망초에 나비들이 하염 없이 날개짓을 하며, 불어대는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비 한 마리와 그 주위를 끊임 없는 날개짓으로 맴도는 또 다른 나비 한 마리. 바람에 풀들이 누웠다가 금새 일어난다.바람이 많던 날이라 풀들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찾아온 여름에 한층 기분을 들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