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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 셋째 날

제사를 지낸 한가위는 여전히 나른하다. 과식해서 식곤증으로 나른하고 한 거 없이 아침부터 부지런 떨어서도 나른하다.빵빵해진 배가 부담스러워 점심이 지나 밀려오는 졸음도 떨칠 겸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다녔는데 그나마 연휴가 시작되기 전, 한 동안 세워 놓은 자전거 뒷바퀴 타이어를 교체하기 망정이었지.이마저의 기동력이 없었다면 워째스까잉~ 지나가는 길에 무궁화가 매캐할 만큼 화사해서 시선을 잡아 끌기에 몇 송이 중 가장 잘 난 녀석을 골라서 보니 한 마리 여치도 나처럼 화사함에 현혹되었나 보다.접사를 찍는답시고 카메라 렌즈를 들이 밀어도 도망갈 기색이 전혀 없는 거 보면 내 방해조차도 대수롭지 않나 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석양이 드리울 무렵 어디서 가장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서동탄역으로 급히 재촉했..

한가위 연휴 둘째 날

새벽 동이 틀 무렵에 볼 수 있는 어스름을 기다리고 있었다.여름의 잔해가 남아 낮은 여전히 덥기에 차가운 그리움이 어느새 내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싹을 터트리고 있었나 보다. 한가위 연휴 동안 낮 시간엔 여전히 초여름과 같은 불볕더위 기세가 강하다 보니 함부로 나다니기 부담스러워 그 예봉이 꺾이길 기다렸던만큼 시간적인 여유는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주위를 둘러 보아서 일까?나즈막한 곳에서 고개를 밀고 있는 꽃들이 눈에 먼저 띄인다. 카메라조차 눈 부신지 샛노랑이 뽀얗다.기실 처음엔 꽃을 찍을 생각은 아니었고 제수용품을 마련한답시고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자 싶어 이마트로 향하다 보니 갖가지 꽃들이며 그 꽃에서 일광을 즐기는 갖가지 벌레들이 눈에 들어 왔다.평소에 누릴 수 없는 ..

8월 마지막 주말휴일

별 거 없이 싸돌아 다니며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8월 마지막 날. 지금 봐도 별 특징도 기억도 없었던 거 같은데 요즘 포토 라이프가 많이 식어 버렸다.사진도 별로 찍지 않았거니와 찍어 놓은 것도 올리는 걸 게으름 피우고 있으니... 오산천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은은한 음악과 함께 동행한 주말은 그저 평이한 나들이였다.굶주린 사람처럼 한 손엔 카메라, 다른 한 손엔 지도를 들고 뭔가 특이한 사진을 찍겠노라고 다짐조차 하지 않았으니 특별한 그림은 없고 다만 일상의 기록일 뿐.그래서인지 큰 풍경보단 이런 화사한 꽃 무리에서 흐느적거리며 바쁜 일과를 보내는 왕따시 벌?이 엥엥거리더라.워낙 까매서 초점이 잘 안잡히던데 집요하게 렌즈를 들리밀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한 동안 내 앞에서 `니가 있든..

햇살 커튼

8월27일 두터운 구름 사이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햇살이 먹구름의 단조로운 대기에 커튼을 내리치자 금새 한눈에 들어 온다. 8월30일 하늘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구름 너머 햇살이 한무리의 짙은 구름을 몰아 내듯 거대한 커튼을 내리치더니 이내 다시 돌아오리라고 다짐했던 마냥 저녁 석양의 뜨거운 가슴을 보여 준다.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지만 하늘 한 구석 자그마한 틈으로 살며시 뻗어 나오는 햇살이나 거대한 커튼을 들이치는 건 진풍경임에 틀림 없다.결국 구름과 햇살의 만남에 의한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조각품이니 어느 하나 허투루한 게 없단 것.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가서

광복절에 3일간의 연휴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다른 건 몰라도 휴일만큼은 민감한 만큼 미리 꿰뚫고 있어야 되니까-비교적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네버... 없었다. 날도 더운데 피서 가 봐야 교통체증에 첫 번째 고생, 가서 북적대는 인파에 두 번째 고생, 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에 뻔히 알고 있는 가격대를 훌쩍 뛰어 형성(?)되어 있는 물가로 세 번째 고생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 나도 피서철을 피해서 휴가를 갈 참이었다.그러다 가족들 틈바구니에 끼여 광복절 당일 4시간 정도의 고행 끝에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리솜리조트 도착.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을 땐 이미 해는 서쪽 수평선과 가까이 붙어 곧 찾아올 어둠을 암시했다.바다에 낮게 깔린 석양과 그 석양을 따러 나선 고깃배는 ..

해방촌 골목

모처럼 카메라 가져간 걸 안 것처럼 친하게 지내는 형님께서 해방촌으로 놀러 오랜다.물론 따닷한 분위기 연출에 빠질 수 없는 한 가지는 필수품 아니긋나.바로 술!술판이 벌어 지면 카메라에 신경이 뻗히지 않아 해방촌에 들렀다 같이 강남역으로 가는 길에 골목을 잠시 담아 둬야징. 점점 사라져가는 골목 풍경들이 이제는 정겨울 줄이야. 남산 언저리라 역시 전망은 굿이다. 시간과 함께 사라질 약속을 한 판잣집.이제 쓸쓸한 은퇴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After the rain

휴일에 내리는 비를 맞기 위해 가끔 우산 없이 모자와 레인자켓에 의지하며 거닐 때가 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서?예끼! 휴일인데 그 정도는 낭만(?) 아닌가--;;; 허나 이날 만큼은 장난 아니었다.빗줄기가 월매나 굵은지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버린데다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며 아이폰까지 신경이 뻗히자 서둘러 종종 들리던 카페 테라스에 냉큼 들어가 비를 피했고 커피 한 사발에 한 숨 돌리던 찰나 번개까지 빠직!!!+_+다행히 카메라와 아이폰엔 전혀 지장 없었으니 비가 가느러지길 기다려야제잉 멀찍이 거리를 두자 내리는 비가 다시 낭만으로 보인다--;시간이 비교적 깊어질 무렵의 오후라 곧 해도 떨어질 거고 내 뱃속도 공허해 질 터인데 아니나 다를까 점점 어두워 오던 찰나, 벨소리에 전화를 받아 보니 무지개 ..

베란다 정원의 화초 가족

곧 비가 한바탕 때릴 거 같은 휴일,대낮임에도 해가 서산으로 떨어진 저녁 같다.비가 월매나 퍼부을려고 이러나~ 울 오마니께서 평소 공들여 키우는 화초들을 보면 가족 대하듯이 하시던데 그 정성에 보답하는 꽃망울을 터트렸다. 꽃 가지가 축 늘어져서 다른 화초의 가족한테 슬쩍 떠밀고는 몇 컷 찍었는데 마치 합성 사진 같은 이유는 모지??? 이 분은 화초 가족 중에서 가장 붉은 꽃다발이군.서열과 이름이 사알짝 궁금하긴 하나 일꺼리가 맡겨 질까 두려워 조용히 사진으로 담아 두는 중. 작년 성탄절 케잌 위에 있던 녀석 같은데 어느 순간 가족이 되어 있다.뎁따시 큰 양초를 들고 있는 건가? 그 귀하신 엘사도 울집 베란다에 은둔하고 계시는구먼.렛 잇 꼬~ 렛 잇 꼬~

8월2일 저녁 무지개

장마땐 비 구경하기 힘들더니 요즘 들어 일기 예보를 비웃듯 수시로 비가 내린다.그러다 저녁 퇴근길에 비가 그치고 흐린 하늘이 걷히기를 며칠 동안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하다.퇴근 길에 맑아지는 날씨와 더불어 이렇게 무지개까지 반긴다면 기분이 묘할 만큼 짜릿하고 설렌다. 서쪽 하늘은 여전히 타들어 간다. 땅거미가 질 무렵 이렇게 거대한 한 덩어리 구름이 하늘을 느리게 흘러간다.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처럼 우주 기행 물체가 유영하는 장면 같기도 한게 구름과 하늘의 색상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되니까.

8월1일 저녁 그리고 노을

하루 종일 흐리면서 간간히 빗방울을 떨구던 하늘이 퇴근길엔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청명한 하늘의 민낯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에 남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지만 곧 그들마저 서둘러 갈 길을 가버린다. 구름의 행렬이 이어지는 곳. 이내 태양이 하루가 질 무렵 얼굴을 내민다. 허나 찰나의 꿈처럼 서산으로 기울어 버린다. 이글거리는 구름들 속에 마치 이무기가 승천하듯 짙은 구름 한 줄기가 하늘로 솟구친다.산봉우리로 지는 일몰도 아름답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기약 없는 형태의 구름도 노을과 함께 이채로움을 뽐낸다. 어두워 오는 하늘 사이로 메타폴리스의 거뭇한 형체만 보일 뿐. 창 너머 노을을 보고 있자니 당시 경이로움과는 달리 무섭다.공포 영화에서 처럼 핏빛 하늘이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것 같은 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