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After the rain

사려울 2014. 8. 25. 00:32

휴일에 내리는 비를 맞기 위해 가끔 우산 없이 모자와 레인자켓에 의지하며 거닐 때가 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서?

예끼! 휴일인데 그 정도는 낭만(?) 아닌가--;;;



허나 이날 만큼은 장난 아니었다.

빗줄기가 월매나 굵은지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버린데다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며 아이폰까지 신경이 뻗히자 서둘러 종종 들리던 카페 테라스에 냉큼 들어가 비를 피했고 커피 한 사발에 한 숨 돌리던 찰나 번개까지 빠직!!!+_+

다행히 카메라와 아이폰엔 전혀 지장 없었으니 비가 가느러지길 기다려야제잉



멀찍이 거리를 두자 내리는 비가 다시 낭만으로 보인다--;

시간이 비교적 깊어질 무렵의 오후라 곧 해도 떨어질 거고 내 뱃속도 공허해 질 터인데 아니나 다를까 점점 어두워 오던 찰나, 벨소리에 전화를 받아 보니 무지개 소식을 들려 준다.

하필 광각렌즈를 놔두고 올게 뭐람.





무지개가 두 개의 띠를 둘렀다고 하던데 내가 있던 곳이 자잘한 건물에 하늘로의 시야가 막힌 상태라 있는 망원렌즈로 서둘러 이렇게라도 담아 뒀다.



노을 조차도 망원렌즈라 넓직하게 담지 못했기에 그 날을 생각하면 아쉬운 앙금은 오래 갈 듯.



집으로 서둘러 올 무렵엔 이미 불 타던 하늘이 진정된 상태였고 하늘을 잔뜩 뒤덮고 있던 구름조차 거짓말처럼 어딘가로 바삐 흘러가는 중이었다.



광각렌즈를 물려 놓았을 땐 이미 일상의 고만고만한 하늘이었을 뿐.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구름이 걷힘과 동시에 쨍한 대기가 펼쳐져 하늘이 바다처럼 느껴졌었다.

아주 멀리까지 시야가 닿아 동탄2신도시까지 한 눈에 들어 온 날이었지만 남아 있던 한 줌의 구름처럼 아쉬움도 한 줌 떨쳐낼래야 떨어지지 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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