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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80707

그간 밀린 잠을 충실하게 지키며 방바닥 헤엄도 치는 휴일.여름이란 자고로 낮이 길어 집안에서 뒹구는 것도 이물이 날 무렵, 베란다 구석에서 주인 손길을 애처롭게 지켜 보고 있던 자전거를 몰고 늘 다니던 오산천을 따라 오산을 찍고 돌아오던 중 등갈비에 사정 없이 흐르던 땀도 식힐 겸 에너지도 충전할 겸 텅빈 공원에 들러 궁뎅이를 벤치에 붙였다. 하늘이 청명하여 감탄사를 내뱉으며 짙은 하늘과 또렷한 구름을 쳐다 보면 마치 거대한 대해 한 가운데 서서 어디론가 천천히 떠가는 기분이 든다. 근래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아서 베란다 구석 탱이에 쳐박혀 녹슬 것만 같아 모처럼 라이딩을 해본다.자전거 핸들에 붙어 있던 베오플레이 P2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먹통이 되어 버린 A1의 궁여지책으로 사용 중이다.구입한 지 몇 ..

남은 제주의 여정_20180306

성산 일출봉에서의 멋진 경관을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제주의 큰 어른 한라산인데 촉박한 시간에 한라산 산행은 어렵고 해서 한라산 언저리며 바다도 조망이 가능한 한라생태숲이다.이전 제주 방문 때 주로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 남쪽이 대부분의 여행지였고, 북제주와 제주시는 거쳐가는 길목 정도로 굵직한 기억이나 인상 깊은 장면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숙소를 제주시로 잡고 여행 코스도 서귀포는 제외했다. 성산 일출봉에서 쉬지 않고 꽤나 달려 도착한 한라 생태숲은 여기가 제주 맞나 싶을 만큼 인적과 방문자가 거의 없었고, 제주 어딜 가나 돈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입장권 구입은 필수인데 여긴 무료 였다.허나 하루 일정의 지체와 성산 일출봉에서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탓에 이미 해는 한라산을 지..

뜨거운 자연이 만든 성산 일출봉_20180306

앞서 제주를 방문했을 때 성산 일출봉을 지나 쳤던 건 제주 특유의 변덕스런 날씨로 급작스런 폭우가 동선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던 만큼 묘하게 떨칠 수 없는 미련이 남아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그 미련을 실현해 보자는 의도는 다분했다.다행히 초봄의 화창한 날씨가 행여 따라올 변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덕분에 제주 여행 내내 사진은 별로 남기지 못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껏 누릴 수 있었다.비가 오더라도 그 만의 매력이 있긴 하지만서리. 생각보다 긴 시간을 들여 드뎌 성산 일출봉에 도착, 평일임에도 여행객은 제법 많은걸 보면 역시 제주다.제주라고 별 거창한 거 있겠냐는 조롱 섞인 비아냥을 들었을 때 늘 하던 이야기가 거창한 거 보단 다분히 제주만 가진 특징적인 매력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디펜스 쳤는데..

카페에서 쉼표_20180306

산굼부리 부근에서 차를 돌려 성읍민속마을을 거쳐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종달리 해변의 전망 좋은 카페.때마침 한적한 카페는 조용한 내부를 대변하듯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흘렀고, 내륙에 비해 한 보 앞선 제주의 포근한 봄이 극도의 갈증을 불러 도착하자 마자 스모키한 커피를 한껏 들이켰다.정신이 번쩍드는 청량감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나른한 오후로 접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 질까 싶어 자리를 일어나 외부 테라스로 나와 주위를 둘러 봤다. 카페 내부에서 통유리 너머 밖을 내다 보면 해변과 성산일출봉, 우도가 생생하게 보여 전망 하나는 끝장난다.그런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는 같은 원두를 갈아서 내리더라도 더욱 여운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건 기분 문제일까? 날은 흐린 듯 하지만 구름 새로 내비치는 햇살은 아주 강..

제주의 한적한 평원_20180306

그리 일찍 일어나지 않고 느긋하게 준비를 한 뒤 공항 가는 길목에 위치한 렌트카 회사에 들러 차량을 렌트했다.항공료, 차량 렌트 비용, 신라스테이 숙박비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한 덕에 왕복 항공료는 4만원 정도, 정확히 말하자면 아시아나항공 39,600원에 숙박은 하루 2만원.근데 렌트는 1만원 안되는 비용이었지만 흔히 렌트 전 가입하게 되는 보험이 6만원 정도 였다.배보다 배꼽이 더 크구만.역시 제주는 평일임에도 렌트 인원이 상당히 많아 실제 차량을 인도 받아 출발하기 까지 1시간 넘게 소요가 되었다.제주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렌트카 회사, 거기서 접수 순번대로 기다렸다 각종 설명을 듣고 차량을 확인한 후 출발하는 건 말로 따지면 간단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았으니까.미리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숙..

간현 출렁다리_20180226

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원주 방면으로 가던 중 열차 창 너머 나름 소박하게 미려한 풍경을 보고 바로 맵을 열어 알게된 간현에 출렁다리가 생긴다는 소식은 이미 접했던 터라 언젠가 방문 하겠다던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엄청난 인파를 목격하고 나서 무한 도전에 소개 되었단 걸 알았다.예까지 와서 발걸음을 돌릴 순 없고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큰 맘 먹고 온 만큼 인파의 틈바구니에 끼어 출렁다리에 몸을 실어 봐야지. 중앙선이 리뉴얼 되면서 직선화 되기 전, 이 철길이 중앙선이 었다.지금은 외형만 이렇게 덩그러니 남아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 외엔 아무..

남한강을 품은 카페_20180226

썬밸리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점심 무렵 체크아웃하여 이내 고팠던 커피 한 잔을 채운다.때마침 가까이 전망 좋고, 내 취향의 맛 좋은 커피 브랜드가 보여 거기로 지체 없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유유히 자리를 잡고 있는 남한강 유역의 신륵사와 도자기 엑스포공원이 한 눈에 여과 없이 들어와 넋을 놓고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예전에도 몇 번 들렀던 곳이라 조금 감흥이 지칠 만도 한데 여전히 장엄한 한강의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같이 왔던 사람도 이 장관에 넋을 놓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커피에 대한 기억도 잊어 버린 표정이다.하긴, 서울과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의 위세를 이렇게 면밀히 지켜보는 날이 얼마나 되려나.유구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억겁 동안 문명을 떠받힌 강인데 앞으로도 그 이상의 역..

여주 남한강의 너른 강변_20180225

해가 저무는 여주 한강변.사진과 달리 세찬 강바람에 노출된 피부가 금새 한기를 느낀다.처음 찾아간 곳이라 지도를 보고 비포장길을 거쳐 오후 느지막이 도착했지만 거대한 공원의 공백이 을씨년스럽다.가끔 지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마주친 사람도, 눈에 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끝자락 겨울을 무색하게 만드는 강바람의 위세에 아직은 사람들이 움츠러드는 시기 였다. 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걸어온 길은 공원의 규모가 커서 꽤나 멀어 제법 많이도 걸었다.그나마 대화를 주고 받느라 거리와 피로를 느낄 수 없었고, 어느 정도 걷던 중 텅빈 벤치에 앉아 적당히 음악을 틀어 놓고 흥얼거리며 공간을 즐기기도 했다. 세찬 바람과 추위에도 날파리들은 연신 눈 앞을 휘젓고 다니다 카메라 렌즈캡을 열자 거기에도 달라 붙었다 다시 날..

가을의 안동호반_20171107

집으로 돌아가는 날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늘 그렇듯 주위를 둘러 보며 시간을 추억으로 아로 새긴다.아이가 일기를 쓰고, 세일즈맨이 다이어리에 지났지만 간과해선 안될 포인트를 기록하듯.아침 일찍 일어나 한 차례 적막한 호숫가를 둘러 보고 뒷정리를 마무리한 뒤 또 한차례 가족들과 함께 흩어진 시간들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면 제대로 된 감정 전달일 수 있겠다. 이른 아침과 달리 호수와 숙소 주변을 가득 메웠던 안개는 다른 세상으로 던져 놓은 것처럼 일제히 걷히고, 전형적인 가을의 화사함이 자리를 떠나려는 사람들을 반긴다.호수에서 바라본 숙소는 숲의 일부인 양 나무 숲에 뒤엉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부끄럼 많은 막내 같다. 휴양관에서 호수는 한달음에 당도할 수 있을 거 같지만 실상은 운동에 가까울 만큼 걷는 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