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남은 제주의 여정_20180306

사려울 2019. 5. 21. 02:31

성산 일출봉에서의 멋진 경관을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제주의 큰 어른 한라산인데 촉박한 시간에 한라산 산행은 어렵고 해서 한라산 언저리며 바다도 조망이 가능한 한라생태숲이다.

이전 제주 방문 때 주로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 남쪽이 대부분의 여행지였고, 북제주와 제주시는 거쳐가는 길목 정도로 굵직한 기억이나 인상 깊은 장면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숙소를 제주시로 잡고 여행 코스도 서귀포는 제외했다.




성산 일출봉에서 쉬지 않고 꽤나 달려 도착한 한라 생태숲은 여기가 제주 맞나 싶을 만큼 인적과 방문자가 거의 없었고, 제주 어딜 가나 돈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입장권 구입은 필수인데 여긴 무료 였다.

허나 하루 일정의 지체와 성산 일출봉에서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탓에 이미 해는 한라산을 지나 서쪽으로 제법 기운 상태라 생태숲에서는 잠시만 머물고 자리를 떠났다.

거기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바로 인척에 있는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욱 거대한 산의 위용도 느낄 수 있었다.



생태숲 주차장 한 켠에 전망대 같은 구조물이 있는데 거기 2층에 올라 보면 좀 더 북쪽 방면 제주 시내와 그 너머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화창한 날이면 전체적인 전망도 괜춘한 편이다.

반대 방면 한라산도 꽤나 선명한데 문제는 시간이라 이왕 이렇게 결정한 거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다음 방문할 곳이 관음사와 도깨비 도로 였으니까.

그리고 숙소가 있는 제주 신시가지 일대 산책이 남아 있으니까.



구길과 새로 개통된 도로가 헤깔려 잠시 헤매다 찾아간 관음사 또한 한라생태숲만큼 한적하고 인적이 거의 없었다.

다만 관음사에 도착하여 눈에 띄게 각인된 장면은 까마귀떼의 흔적.

까마귀 울음소리가 고요한 사찰에 시시때때로 가득 채워 졌고, 주차장에서 보이는 석상(?) 부근에 다가가자 앉아 쉬고 있던 까마귀떼가 자욱하게 날아오르며 무리 지어 어딘가로 날아갔다 다시 무리 지어 날아와 원래 대로 휴식을 취했다.

허공에 까만 점들이 전부 까마귀인 셈인데 어느 정도 날아올랐다 대부분 앉은 상태라 몇 마리 찍히지는 않았구먼.




주차장에서 바라 보면 관음사 입구에서 처음 반기는 일주문이 보이고 이 문 좌측에 석상이, 일주문을 지나 보이는 길 가장자리는 여러 작은 불상이 빼곡히 놓여져 있고 그 길의 끝에 보이는 문은 사천왕문이다.

일단 관음사에 왔으니까 내부도 둘러 봐야지.

관음사는 처음부터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성산 일출봉에서 출발할 때 한라생태숲과 가까이 있는데다 거기서 제주로 가는 길목에 있어 끼워 넣은 곳이다.



멀리 보이는 일주문을 지나 이 길을 따라 쭉 오면 길 가장자리에 불상과 꽤 멋진 전나무(?)가 빼곡히 있는데 그래서 걷기 좋은 길이기도 하다.

다만 다른 길들에 비해 길이가 짧아서 자칫 싱거울 수 있지만 사찰 내부를 찬찬히 둘러 보면 되니까.



멋진 전나무 숲.



사천왕문을 지나면 이제 사찰 내부의 건물들이 보이고 거기에도 쉴 새 없이 불상들이 앉아 있다.



제주 답게 이런 큰 현무암이 눈에 띄인다.



사찰에서 내리막 길로 내려가면 이런 또 다른 건물이 거리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

워낙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는 전형적인 봄날이라 햇살을 피할 겸 해서 잠시 처마 밑에서 쉬며 하늘을 살펴보자 오전에 그 많던 구름은 어디로 다 흩어져 버렸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에 미세한 선을 그어 놓은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 뿐이다.

그리 오래 있지 않았지만 조용한 사찰과 역사적인 사연들을 차근히 훑어 보는 사이 해는 서쪽으로 더욱 기울어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산록북로와 도깨비도로를 따라 제주 방면에 다다랐고, 숙소인 신라 스테이에 차를 두고 신시가지를 둘러 보자 엄청난 인파의 중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제주에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신라 면세점 일대 빼곡한 골목길 곳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인파를 보며 실감할 수 있었고, 그 관광객들이 거리 곳곳에서 잠시 쉬는 모습이 돗자리 정도에 의지하고 있음은 마음이 유쾌하지 못했다.

다리를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는 시설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건데 나 또한 거리를 돌아다니다 피로해진 다리를 잠시 맡길 곳 없어 결국 저녁 식사 자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하루 동안 내가 봤던 제주시-민속촌-해변과 카페-일출봉-생태숲-사찰과 퇴근 시간과 맞물려 교통 체증으로 지나쳐야만 했던 도깨비 도로와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던 신시가지는 시간에 비해 꽤나 많은 장소 였다.

하루 일정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극히 제주만 가질 수 있는 모습들이 많이 퇴색되어 제주의 반가움과 비례된 아쉬움도 많다.

언제 다시 제주를 밟게 될 지 모르지만 소중한 장소로 여겨지던 제주가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 되길 개인적인 바램을 끝으로 짧은 여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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