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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가 품은 여수, 돌산도 케이블카_20190116

연일 기록적인 미세먼지가 전국을 송두리째 괴롭히다 여수 내려간 날은 잠시 찾아온 추위가 시야를 방해하는 세상 모든 잡것들을 쓸어 버렸다. 미리 알고 찾아온 게 아닌데 겹겹이 기분 좋으라고 아주 오랜만에 청명한 대기를 펼쳐 준다. 여수의 바닷바람은 무지막지한데 이 날 단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를 배려해 주사 겁나 평화롭고, 햇살도 따사롭다. 여수역 일대가 신시가지라 근래 들어 밀려드는 관광객 숙소가 많이 늘어나 대부분 깔끔한 신축 호텔들이 많은데 내가 이용한 곳도 특이한 구조에 아주 깔끔하고 전망 좋은 호텔이었다. 전날 늦게 잔 것도 아닌데 걸판지게 자고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여수역까지 걸어 오는 사이 밀려 오는 애매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카페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아쿠아리움 광장이란다. 지나는 ..

2018년 마지막 여정을 끝내며_20181231

비록 추위로, 경기 여파로 한산할지라도 매끈한 마트가 구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재래 시장에 있다.구입한 것들 중 엉터리 뒷통수 맞은 물건도 있고, 제대로 줍줍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장터는 여전히 정겹다. 서울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아니 서울과 그 인근에서는 생소한 단위가 충주에 있다.예나 지금이나 충주는 물가가 저렴하다.특히나 음식과 소비재들. 시장에 가려진 뒷전은 충주천이 흐르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오리 가족들이 물가에 있다 나를 보곤 기겁하고 피난간다.생퀴들이 내가 협박을 했냐! 오래된 구멍 가게의 흔적으로 나무 문틀과 출입문이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틀이 뒤틀리는지 쉽게 열리지 않고, 그렇다고 힘으로 무작정 열 수도 없다.나름 테크닉과 문제가 되는 ..

올해 마지막 여정, 이른 아침 계명산_20181231

해가 뜨며 호수가 잠에서 깨자 절경도 덩달아 눈을 부비며 일어 난다.충주가 절경인 이유는 산과 호수와 평야의 다양한 세트가 함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또한 집에서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지의 형태를 상수도 보호 구역 특성상 충주는 잘도 보존하고 있다.물론 산 언저리 곳곳이 개발의 홍역에 몸살을 앓는 중이지만 조금만 굽이치면 산과 호수는 그저 담담히 지켜 보고 보듬어 주는 아량이 변함 없다.그런 연유로 여주-원주-충주, 경기-강원-충청이라는 세 경계를 밥 줍줍하듯 드나들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어제 못다한 산책을 나선다.충주호의 아침은 화창한 겨울이긴 해도 대기가 미세먼지로 약간 뿌옇다. 자연의 생존은 참 다양하다.햇살이 미치지 않는 바위 틈에 서릿발이 가지치기에 열중이다. 문명이 잠든..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

다시 찾은 통고산의 가을_20181026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은 통고산 휴양림이다.각별한 추억, 특별한 가을이 있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통고산은 일시에 변해 버리는 가을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타고 계절의 옷을 입는다.통고산에 도착하자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빗방울은 조금 가늘어지고 가볍게 흐린 날이라 어둑하기 보단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다.쨍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표현이 좋고 가느다란 빗방울이라 조금 비를 맞는 감수만 한다면 활동하기 무난하다. 통고산 휴양림 초입 안내소에 잠시 내려 매년 찾아올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분과 잠깐 대화를 하고 바로 진입 했고, 첫 만남은 여전히 인상 깊은 단풍의 향연이 나를 반겼다.평일이라 통고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차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도 어느 하나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한티재에서 생태숲 _20181026

앞전과 같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구부정한 한티재 고갯길을 넘던 중 가파른 언덕에 도배된 들국화 군락지를 발견했다.오지 마을에 이런 광경이 사뭇 신기하다.비교적 굵어진 빗방울을 우산 없이 맞으며 카메라가 젖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 몇 장을 남길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숨 막힐 듯 매캐한 들국화 향이 대기의 분자 분포도를 뒤틀어 버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고갯길에 먼 곳부터 서서히 다가가며 찍는 동안 내리는 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한티재 주유소에 들러 굶주린 차에 식사를 든든히 채워 주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수비면을 지나는 길에 학교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우고 차창만 연 채로 한 컷. 희안하지?반딧불이 생태숲에 2번을 왔었는데 한결 같이 굵은 가을비가 카메라를 허락하지 않고 기억의 창고만 ..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흥림산에서 자생화 공원까지_20181026

그 놈의 지독한 아쉬움으로 9일만에 다시 찾은 영양이지만, 아쉬움의 진원지 였던 가을비가 조롱하듯 똑같이 재현 되어 은둔의 방해를 간접적으로 항변하며 완고한 거부처럼 보였다.차라리 현재의 상황을 즐기자는 의미로 욕심을 내려 놓자 비도 가을의 일부로 재해석 되었다.비는 잠자고 있던 사물의 소리를, 가을은 움츠리고 있던 감성을 일깨웠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두터운 여독이 어깨의 백팩처럼 묵직할 거라 우려 했지만 기우에 불과할 뿐, 눈을 뜨자 믿기 힘들 만큼 몸이 가볍고 마음은 홀가분했다.앞으로 가게 될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을에 대한 상상은 거품이 잔뜩 든 기대감이 아니라 담담한 가운데 있는 그래도 받아 들일 심보 였으니까.흥림산 휴양림의 텅빈 휴양관을 나와 곧장 출발하지 않고, 잠시 윗쪽에 자리 잡고 ..

오산천을 따라 스며든 가을 향기_20181022

걷다 지칠지언정 누굴 원망할 겨를 없이 뿌듯해진 가슴을 진정시키는게 더 급선무다.이 장면이 좋아 급한대로 폰카를 들이밀지만 이내 또 다른 매력적인 장면으로 또 폰카를 꺼내는 사이 자연 진행 속도는 더딜 수 밖에.이런 상황이라면 억척스럽게 낮이 짧은 자연 이치를 원망하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고 이내 잊어 버린다.인간이 자연 앞에 초라해지는 순간이란 바로 자연의 채색에 넋을 놓고 절대 모방할 의지를 좌절시키는 이런 계절이겠다. 길가에 이런 풍경이 널려 있는데 걷고 싶지 않을까?허락된다면 다리가 부은들 행복의 징표가 된다. 오산천을 너머 여울 공원으로 방향을 잡아 본다.출입을 제한 시켜 놓은 야생의 들판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 아무렇게나 자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들판의 가을이 태동하고 있었다. 장미가 아닌 것..

가을을 따라 영양으로_20181017

영양을 찾은 게 언제 였던가?대구에서 학업이 끝나고 영양을 거쳐 집으로 갈 결정을 내리고는 곧장 중앙-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2015년 가을에 영양을 찾았다 인상적인 가을을 맞이하곤 다시 그 추억에 의지해 영양을 찾은 만큼 한창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아무렇게나 놓은 가을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영양 일월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고른다.비교적 오래된 건물 외벽에 덩굴도 가을에 맞게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늘에 빛내림이 있는 것과 다르게 이내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언제 굵어질지 몰라 주저 없이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 3년 전 가을을 상기시킬 만한 가을 풍경들이 보인다. 자생화 공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