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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13

아주 가끔 혼자서 여행을 하긴 했어도 나만의 몰취향 인가 싶어 지은 죄 없이도 친분이 두텁지 않고선 떳떳하게 밝히거나 권장 하지는 않았다.허나 근래 들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혼행.혼자 여행이라는 줄임말로 가끔 여행 중에 혼행을 즐기는 분을 뵙긴 했었지만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혼행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공감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좀 있어 굳이 나서서 이해 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다 기록을 위한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가끔 혼행을 나섰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너무 편해졌다.나를 위한, 나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나의 내면과 진지한 관계가 형성된 계기랄까?익숙해지기까지 내가 사는 동탄을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면서 점점 거리를 넓혀 오산이나 용인 정도 간을 키워 갔고 흔..

동탄 소녀상_20170607

일찍 끝나고 영화 '노무현 입니다'를 보러 가는 길에 질척하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봄과의 작별을 예고하는 내음이 물씬하다.잠깐의 소강 상태에 빠진 비를 피하기 위해 요이~땅!하던 중 뭔가 익숙한 동상이 있어 고개를 슬쩍 돌려 보자 평화의 소녀상 계신다.동탄에 있을 줄 생각도 못했는데 괜히 무심했던 마음에 숙연해져 잠시 서서 둘러 보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노무현 입니다'는 일대기라기 보단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봤을 때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재조명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근래 상영관에서 광해, 변호인 이후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부끄~끝날 무렵 눈물 자욱이 들통날 새라 연신 눈을 끔뻑이며 말린다고 애썼건만 어쩔 수 없지...

태백에서의 셋째 날, 떠나기_20170529

전날 열심히 다녔던 여파는 잠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엥간하면 자로 잰 듯 일찍 기침하시는 분인데 이날 만큼은 늦게-내 기준에는 여전히 이르다-까지 누워 계셨다.체크 아웃 해야 되는 시각이 있어서 일어나자 마자 전날 미리 마련해 놓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떠나기 전 베란다로 나가 주위를 둘러 봤다. 멀리 함백산 봉우리의 송신탑이 보인다.사진으로만 봐도 목이 탈 정도의 뙤약볕은 모든걸 홀라당 태울 정도로 강렬한데 여전히 그늘 아래는 시원하다. 정면 골프장은 텅 비어 있는게 아마도 누군가 필드에 나왔다 강한 햇볕에 도망 쳤겠지?이런 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 오는 길은 증산을 지나 국도 바로 옆, 곤드레 밥집을 택했다.2015년 초겨울 함백산을 다녀 오는 길(눈꽃..

태백에서의 둘째 날, 구문소20170528

저녁도 해결하지 않은 채 구문소까지 강행한 이유는 해가 떨어지는 아쉬움 때문이었다.출발할 때 오마니 가시고 싶은 곳과 더불어 구문소는 이미 점 찍어 놓은 상태라 꼭 가보겠다고 다짐 했건만 도착과 동시에 해는 떨어져 버렸다.그나마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사진이 잘 나오는 시간대라 삼각대를 끼워 구문소 앞에 섰는데 이 악취와 모기의 공습은 뭐지! 생각보다 도로 위를 지나는 차들이 많았던 구문소는 낙동강이 바위를 뚫고 지나가는 곳이다.몇 번을 지나치면서도 허투루하게 넘긴 곳인데 뒤늦게 자연의 위대함에 닭살 돋는 경이로움으로 의미를 갖고 온 날이 옛말처럼 '가는 날이 장날'이 되어 버렸다.사진과 다르게 금새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건만 아쉬움에 자리를 못 뜨고 발을 구르는데 구문소 옆 숲과 연결된 공원에서 바스락..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70528

막상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오마니께서 피곤한 기색이 있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젊은 시절 여행은 사치라고 여기실 만큼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한 분이라 익숙지 않은 먼 길 이었던데다 오시기 전 컨디션도 그리 좋지 못하셨다.가급적이면 가시고 싶으신대로 모셔 드리려고 했음에도 정선 장터만 알고 계신 터라 증산에서 화암약수와 소금강을 지나는 산길을 통해 정선 장터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들릴 예정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가져다 준 갈증으로 인해 화암약수를 들리기로 했다.조용했던 초입과 달리 약수터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뜰 만큼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순간 조용해졌다.뒤이어 관광버스와 몇몇 커플들이 오자 다시 떠들썩해 졌지만 오래 머무르..

태백에서의 둘째 날, 일출_20170528

이튿날 세상이 눈 뜨기 전 새벽같이 일어나 옆에서 새록새록 잠 드신 오마니 깨실까 까치발을 들고 카메라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경기도를 벗어난게 올만인 오마니께선 무척 피곤 하셨는지 그 밝으신 잠귀도 피로에 깜깜해 졌나보다.다행히 일출 전의 여명이 낮게 깔려 타이밍은 굿이여! 오투리조트의 동편 주차장 끝에 서서 주름과 안개로 첩첩한 산들이 빼곡히 보이는 이 장관을 찍었두마 실제 육안으로 보던 색감과 차이가 나도 넘무 난다.필름시뮬레이션을 번갈아 바꿔가며 찍었건만 그냥 새벽의 싸늘한 느낌으로 왜곡되는 이유가 뭘까?그렇담 화밸을 조정해 보자 싶어 몇 가지 바꿔 촬영 했는데 보이는 느낌을 근접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요건 선풍기 같은 매봉산 풍력 발전소의 바람개비들~실제 째려 보면 무쟈게 큰데 아무래도..

태백에서의 첫 날_20170527

늑장을 부리다 늦게 출발한데다 뻔히 아는 길을 잘못 접어 들어 더 늦어져 버려 부랴부랴 실비식당에서 쫓기듯 한우를 구워 먹었는데 술에 잔뜩 취한 쥔장이 9시에 문닫는다 했건만 나가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기분만 잡치고 태백 오투리조트로 늦게 도착, 체크인 하면서도 불성실한 직원의 태도와 말투로 짜증 지대로 였다. 오투리조트 직원들 원래 이렇다는 거 한 두 번 겪은 것도 아니지만 모처럼 기분 내서 먼길을 온데다 오마니 뫼시고 왔잖아!옆에 서 계시는데 화 낼 수도 없고 해서 맘 속에 참을 인자 그리는 첫 날이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밖을 다시 뛰쳐 나온 건 순전 나만의 기대감 때문이었지.이런 오지에, 그것도 고도가 1000미터 넘는다면 은하수가 보이겠거니 하고 후딱 나왔는데 이런!자리를 옮겨 가며 몇 십 분을 ..

일상_20170519

입는 옷의 두께가 얇아짐과 동시에 상의 팔이 짧아지고 더불어 낮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져 여름이 목전으로 다가왔다.퇴근이 빨라져 동탄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대낮 같아 냉큼 집에서 옷을 갈아입곤 카메라를 챙겨 얼마 남지 않은 아카시아 향을 찾아 나섰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뒤 반석산자락엔 여전히 아카시아 향이 진동을 하는데 대부분 꽃이 떨어져 시들었건만 아직도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은 양 시들지언정 그 향의 자태를 뽐내는 아카시아 꽃이 매달려 있는 나무도 있다.둘레길을 한바퀴 돌아 도착한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 반석산 무장애길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꽃이 매달려 발걸음을 잠시 붙잡아 둔다.대부분 낮은 곳에 꽃은 떨어져 바닥에 떨어진 채 말라 비틀어져 있는데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 부근엔 아직도 꽃..

일상_20170513

주말 이른 아침의 해돋이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대지를 헤집어 놓는 현장의 빼곡한 타워크레인이 굴절되어 그다지 아름답진 않은데다 그런 기대감도 이미 포기하며 무덤덤히 쳐다 보게 된다.봄이 점점 지나 여름이 오는 기약으로 밤의 길이가 많이 짧아 졌기에 여간 일찍 일어 나지 않으면 일출을 보기 힘든데 이날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 떠오르는 태양을 찍곤 다시 잠을 청했다지? 근래 봄비가 자주 내리는가 싶은데 한차례 시원하게 퍼붓던 비가 이내 그치고 창의 방충망에 빗자국을 남겼는데 이게 사진 찍을 무렵 한 칸씩 없어지는게 눈에 보여 오기?로 찍어 놓은 거 같다.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던 순간 하나가 더 없어 졌다지~

비슬산의 유가사_20170504

이튿날 일찍 꽁지 불 난 사람처럼 냉큼 일어나 분주히 외출 준비를 하곤 오마니께서 가고 싶으시다던 청도 한재길로 출발했다.가는 길에 청도읍 추어탕을 먹고 갑자기 든 커피 욕구에 지도를 검색, 청도휴게소에 투썸이 있어 커피 한사발 마시겠다고 고속도로를 타고 뎁따시 큰 걸루 하나 사서 밀양에 내려 국도를 타고 한재길로 접어 들었는데 온통 미나리 컨셉이다.청도 단미나리가 유명하다고?한재길을 타고 한참을 들어 갔는데 끝도 없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미나리 식당이며 하우스가 들어차 있어 하염 없이 올라가자 인가가 끊기고 급격한 오르막길이 나와 잽싸게 차를 돌려 다시 도로를 거슬러 내려 갔다.그러자 자그마한 하우스에 한 어르신이 미나리 씻으시는 모습을 보곤 차를 세우자 오마니께선 하우스로 들어가시고 난 길 가장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