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56

일상_20240606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안에 작은 것들은 끊임없이 변했다.병점과 동탄 도심 한가운데 구봉산-센트럴파크-반석산-여울공원으로 이어지는 공원은 가장 규모가 거대하여 변화에 둔감할 법하지만, 언제부턴가 산책로를 임시 폐쇄하여 오산천을 넘나드는 육교가 들어선다는 암시를 했었고, 임시 폐쇄 되었던 산책로의 개방과 동시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육교는 단순히 두 곳을 연결하는 가교에서 벗어나 유명 관광지에서 보던 전망대와 육교를 아우르는 거대 구조물이 들어서는 중이었다.그럼에도 여름은 틈틈이 파고들어 활기가 가득했고, 땀으로 흥건할지언정 기나긴 낮으로 되돌려줬다. 임시 폐쇄되었던 구간이 다시 개방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산책로에 접어 들었다.오산천을 넘는 육교가 들어설 자리에 단순 가교가 아닌 거대 구조물이 들..

일상_20240605

여름으로 가는 계단에서 필연은 바로 산을 가득 메운 밤꽃으로 때론 매케한 향이 숨막힐 듯 대기를 가득 채웠다.이 꽃과 향이 지나면 어느새 여름은 이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좋든 싫든 우린 활력이 넘치는 여름에 맞닥뜨렸다.그렇게 후덥지근하고 짜증나는 여름이라도 우린 넉넉한 낮을 즐기며, 때론 계곡이나 바다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건 도피가 아닌 고난을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각성 본능이었다.밤이 찾아오는 저녁에 단출한 차림으로 산책을 하며 더위를 만나는 동안 여름은 힘든 둔턱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임을 몸소 느끼며 극복했다.어스름 밤이 찾아올 무렵, 가벼운 차림으로 걷는 동안 꽤 많이 걸었다.야외공연장에 남은 장미는 마지막 혼신을 붉게 태우고 있었다.심장을 가진 생명이 아닌 숙원이 모인 생명인 석상은 늘 같은..

일상_20240531

소나기처럼 내리는 빛내림, 가끔 볼 수 있는 야생화의 만개, 밤을 잊고 호수변에 무수히 날아다니는 곤충을 만나며, 새삼 여름을 실감했다.비록 일교차가 커서 아침저녁엔 바람이 차긴 한데 이게 바로 간과했던 행복이었다.한여름이면 지나쳤던 시원한 바람을 그리워하고, 이내 잊어버리며,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반복적인 일상에 우린 얼마나 많은 소중하고 고마웠던 걸 잊었던가.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며 '성숙'이 다져지겠지만, '후회'의 후유증도 겪게 된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퇴근하여 귀가길에 만난 바위취.조금만 허리 굽혀 고개 숙이면 보이는 것을.현관을 열자 한창 그루밍하던 녀석이 하던 걸 멈췄고, 이렇게 서로 빤히 눈을 맞혔다.콧등과 주뎅이 부근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저 털.얼마 지나지 않아 미..

일상_20240530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봄이 떠날 채비를 끝냈고, 여름이 고개 문턱을 넘었단다.연두빛 파랑이 찰랑이다 이제는 짙은 녹음 넘실거리며 그 생명의 활기를 만난 사이 등골에 땀이 맺혔다.장미가 탐스럽게 익은 걸 보면 확실히 여름 빛깔들이 물들기 시작한 거라 새로운 계절을 즐길 일만 남았다.한 달에 한 번 있는 머리 벌초하는 날.퇴근길에 동탄역 방면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전 정류장에 내려 치동천변을 따라 걷다 지그재그 데크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렇게 걷는 게 약 40분 가량이라 이제는 벌초를 위해 걷던 게 어느새 걷는 김에 벌초를 하는, 주객이 한참 전도되어 버렸다.도심 한가운데 꽃밭도 넓고 습지도 푸르다.같은 동탄인데 2신도시는 뭐든 간에 규모가 몇 곱절 거대했다.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산 오색시장까지 도보 여행_20240512

오산에서 동탄까지 왕복 2만보를 간신히 채웠음에도 보이는 봄의 전경들은 단조롭지 않고 이채로웠다.어느 하나 의식하지 않고 약속처럼 다가와 각양의 미모를 선보이는 봄꽃들, 그리고 들판에 홍수처럼 넘치는 봄기운에 뒤섞여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의 조화가 어느 하나 낯설지 않으면서 어색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제 역할에 충실했다.여기에서 획 하나 변형시켜 여름이라 해도 그 또한 어색하지 않은, 자연은 모서리 하나 없는 유연한 곡선이며, 끊김 없는 연속적인 이음에 틈틈이 향기를 숨겼다.거리 곳곳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화려한 꽃들로 치장되어 어느새 보는 사이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소유의 욕구, 그래서 이 아릿다움을 갈취하게 되면 범법자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폰카 속..

만의사 나들이_20240510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일 년 중 하루는 나일론 신자가 된다.봄엔 석탄일, 겨울엔 성탄절.고상함 뒤에 숨겨둔 인간의 나약함에 종교는 철학과는 다른 이상적인 버팀목이며, 그로 인해 기나긴 역사에 걸쳐 진보와 퇴보의 역동적인 동반자가 되었다.석탄일 당일 미어 터지는 절에서의 개고생을 피하기 위해 미리 방문한 날은 따갑던 햇살이 화사한 축복이었고, 지천에 널린 꽃과 천방지축 날뛰는 바람은 삶의 의문에 적확한 대답을 들려줬다.

비 내리는 날, 아까시 향 가득한 산책_20240506

올해 마지막 향기 불꽃을 태우는 아카시는 강한 빗줄기에 진화되고, 그렇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유난히 짙은 향을 명징한 기억으로 남겼지만, 유별나게 강한 봄비 속에 사라져가는 많은 봄의 흔적들은 그렇게 말끔히 잊혀져 버렸다.동탄에서 오산까지, 다시 오산에서 동탄으로 빗속을 걸으며, 아카시 향수를 맞는 행복, 괜히 청승이 아닌 삶에서 결핍에 대한 고찰이라 하겠다.봄비치곤 꽤 많은 양이 지속적으로 내렸지만 큰 우산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와 오산천변을 따라 오산으로 걸어갔다.자전거를 이용해 뻔질나게 다니긴 했어도 걸어서 오산까지는 처음이었는데 지난번처럼 아까시 향에 취해 처음으로 도전해봤다.특히 사랑밭 재활원 부근 수변엔 아까시나무가 많아 곧장 거기로 향했는데 굵은 빗줄기에 꽤 많은 꽃이 떨어졌다.금반..

아까시향 바람, 동탄_20240501

모처럼 동네 산책으로 10km 이상 걷기 도전.여느 해와 비교해 봐도 아까시향이 풍년이라 20km를 걸어도 입에 개거품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행복한 오감의 위력을 절감했다.아카시향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거기에 이팝을 비롯하여 각종 봄꽃들과 들판을 뚫고 나오는 신록이 더해져 국토종주를 해도 될 만큼 발자욱마다 희열도 넘치던 날이었다.아까시나무는 미국 원산의 콩목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한국에서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는 사실 미국 원산의 이 아까시나무로, 호주 원산의 아카시아와는 다른 식물이다. 실제로 아까시나무에서는 하얀 꽃이 피고, 아카시아에서는 노란 꽃이 핀다.과거에 미국 원산의 이 나무(pseudoacacia)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게 되었는데, 일본의 영향을 받았던 과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