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오산 오색시장까지 도보 여행_20240512

사려울 2024. 7. 10. 15:54

오산에서 동탄까지 왕복 2만보를 간신히 채웠음에도 보이는 봄의 전경들은 단조롭지 않고 이채로웠다.

어느 하나 의식하지 않고 약속처럼 다가와 각양의 미모를 선보이는 봄꽃들, 그리고 들판에 홍수처럼 넘치는 봄기운에 뒤섞여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의 조화가 어느 하나 낯설지 않으면서 어색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제 역할에 충실했다.

여기에서 획 하나 변형시켜 여름이라 해도 그 또한 어색하지 않은, 자연은 모서리 하나 없는 유연한 곡선이며, 끊김 없는 연속적인 이음에 틈틈이 향기를 숨겼다.

거리 곳곳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화려한 꽃들로 치장되어 어느새 보는 사이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

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소유의 욕구, 그래서 이 아릿다움을 갈취하게 되면 범법자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폰카 속에 담는 건데 아직은 이성이 본능을 충분히 억누를 수 있는 고로 사진만큼은 전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폰카 메모리는 풍부해지는, 일석이조 아니것소.

그렇게 감상 삼매경에 빠져 있는 사이 문득 지난번처럼 오산까지 도보 여행을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신발끈-욕 아님-을 확 조여매고 오산천 방면으로 향했다.

노작마을에 신설된 공공주차장 옆에 작은 산책로 겸 공원에서 조차 이렇게 이쁜 꽃들이 넘실거려 조금 무리해서 걷기에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고, 지난번 도전에서도 꽤 만만했었다.

 

비 내리는 날, 아까시 향 가득한 산책_20240506

올해 마지막 향기 불꽃을 태우는 아카시는 강한 빗줄기에 진화되고, 그렇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유난히 짙은 향을 명징한 기억으로 남겼지만, 유별나게 강한 봄비 속에 사라져가는

meta-roid.tistory.com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환경이 중요하단 걸 새삼 실감했던 게 당시엔 전혀 덥지 않았던 데다 아까시 향이 도파민을 팍팍 분비시켰던지 희한하게도 힘든 걸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그래서 다녀온 뒤에도 후유증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엔 착각에 좀 무리가 되긴 했었다.

이번에도 오산천 뚝방길 따라 걷는데 유물 같은 차, 티코를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에도 여행 중 창녕 우포에서 이 차량을 발견했었는데 세월이 훌쩍 지나 그리 흔하게 발견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이렇게 영접하다니!

 

우포_20231104

 

meta-roid.tistory.com

나의 첫 차라 그래서 각별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더 크겠다.

오산까지 거리가 좀 있던지라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천변을 걷던 중 아직도 남은 아까시 꽃들을 발견했다.

좋아하는 것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건 단순한 반가움을 넘어 눈물겹다는 수식어를 붙여야 될 정도.

아마 저 아까시나무에 둥지를 짓고 사는 새들은 최적의 환경 아니었을까?

길바닥에 힘겹게 발을 떼며 이동하는 꿀벌이 측은해서 입바람으로 훅 불어 바로 옆 풀밭으로 옮겼다.

왠지 이렇게 두면 자전거 타이어나 신발에 밟힐 것만 같아 그래도 녹지가 낫지 않을까?

대부분의 아까시 꽃은 떨어지거나 시들해져 아까시 고유의 매혹적이고 달달한 향을 잃어버렸는데 그래도 어쩌다 이렇게 절정의 만개를 한 것들도 있긴 했고, 역시나 그 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흐뭇하게 만들었다.

허허벌판 같은 곳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도 지났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모든 걸 압도한 상태라 돌아갈 때의 걱정도 없었다.

지치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도 되니까.

천변에 큰 미루나무는 두 그루로 하나는 길을 중심으로 오산천에, 나머지 하나는 이렇게 오산천이 아닌 사유지에 있었다.

옅은 구름이 끼어 있어 햇살이 내려 꽂히는 건 아닌데도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붓는 햇살처럼 빛이 닿는 모든 부위가 따갑게 느껴졌고, 그게 더위를 끌어올려 체력이 급소진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나 동탄에서 오산까지 오는 뚝방길은 그늘이 거의 없는 땡볕이라 쉴만한 곳도 없었다.

지난번엔 금오대교에서 반환했지만 이번엔 좀 더 지나 재래시장 구경까지 겸하기로 했는데 어차피 편도는 무리가 없었고, 늘 그렇지만 돌아가는 길이 문제여!

오산천을 보면 오산에 진입하는 순간 확연히 달라지는데 동탄을 벗어나 화성 구간엔 야생의 하천으로 양옆 뚝방길 내부 하천변은 온통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생명들이 가득했고, 오산은 잘 짜여진 고수부지로 단장하여 꽃들이 넘실거렸다.

여긴 공원 속의 작은 정원 형태로 요즘 이게 대세인가 싶었다.

봄을 넘어 초여름에 많이 볼 수 있는 붓꽃이 매혹적인 곳을 지나 종합운동장 부근에서 돌다리로 오산천을 건너 시장으로 향했다.

돌다리로 오산천을 건너면 고수부지에도 너른 공원으로 단장되어 있지만 뚝방 위에도 일렬로 빼곡히 들어선 나무 아래 도보길을 만들어 그제서야 다리를 뻗고 쉴 수 있었다.

여기 오면 공공 장실도 많아 바로 옆 종합운동장만 해도 꽤 많았다.

오산문화체육센터를 지나 길을 건너면 여기서부터 소위 시장통인데 이전에 가끔 오산시장을 오면 사람들이 무척 많았던 기억과 대비되는 풍경으로 같은 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긴 지나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골목 초입 목공소는 정감 어린 작품들로 길을 채워 잠시만이라도 저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봐야 될 것만 같았다.

친숙한 나무의 질감과 문양은 살리고 그걸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손길을 주입시켜 무심코 지나는 길에도 여기선 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목공소 맞은편엔 창작예술촌이 있어 문화예술 관련하여 지자체 의지가 찔끔 반영된 거리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벽이나 담장도 이렇게 작품을 입혀 놨다.

문화예술이 집약된 곳을 지나면서 어엿한 시장통에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도리어 파리가 날릴 정도였다.

가끔 가족들을 따라왔던, 그 북적대던 시장 맞나?

한 때 동네마다 몇 개씩 있던 목욕탕이 여기도 있긴 했지만 정기휴일이란다.

시장길 끝까지 갔다 옆으로 넘어와 성호새싹길로 명명된 시장통으로 넘어가기까지 대체적으로 한적했고, 간헐적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상점이나 식당이 제법 많았다.

기억에 분비던 시장통은 바로 성호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그 새싹길이었다.

이 시장통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걷는 속도가 어쩔 수 없이 늦춰졌고, 상점들도 앞서 시장통과 달리 활기가 넘쳤다.

특히나 이 떡갈비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하던데 여기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아닌가 싶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진입했던 길로 빠져나와 문화스포츠센터에 도착하자 여기서부터 피로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창 자전거를 타고 늘상 오산으로 오던 그 시기엔 없던 공공시설이었는데 건물을 입체적으로 지어 꽤 공들인 흔적이 있던데 마땅히 비빌 곳은 역시나 오산천을 끼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뚝방의 산책로 벤치에 앉아 푸근하게 휴식을 취했다.

그리 넓지 않은 뚝방인데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있었고, 오산천과 이어지는 자리에 고도차를 활용한 벤치를 배치하여 방해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데다 강변의 경관도 준수했다.

그래서 남은 커피와 간식을 홀라당 비운 뒤에도 잠시 앉아 전경도 감상했다.

이렇게 휴일의 평화로움은 단지 화려한 것들도 완벽하게 대체되지 않는 만큼 나 또한 그런 휴일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유난히 강변의 붓꽃이 아름다웠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버거웠다.

여기까지 걸어와서 버스 노선이 있는 도로까지 갈 수 없는 노릇이었는데 이른 더위와 따가운 햇살로 체력 소진이 빨랐던 원인 아니었을까?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냥이_20240517  (0) 2024.07.10
냥이_20240515  (0) 2024.07.10
냥이_20240514  (0) 2024.07.10
냥이_20240512  (0) 2024.07.10
학업_20240511  (0)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