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56

냥이_20240916

집에 왔는데 껌딱지가 붙지 않으면 섭하지!넷플릭스 영화 한 편 감상하는 동안 녀석의 숙면을 도와준 뒤 제 자리에 옮겨 놓자 잠자리를 깨운 녀석이 삐쳐 버렸다.그러곤 모두가 자고 일어난 아침이 되어서야 발끝에 발라당 드러누워 정겨움을 표현한 녀석.이른 아침에 연신 구토를 하는 바람에 기력이 많이 빠졌는지 녀석이 핼쑥하고 활기가 없었다.츄르와 닭슴가살로 속을 게워낸 녀석을 몸보신시킨 뒤 동탄역으로 궈궈!누님 데리러 동탄역으로 출발하는 길에 지루한 폭염과 달리 바깥 풍경은 한없이 청명하고 눈부시긴만 했다.

일상_20240815

명절을 앞둔 시점에 걷기 운동 겸 머리 벌초도 할 겸 3.5km를 걸어 단골 미용실로 가는 길에 뒤늦은 폭염을 실감했다.연신 흐르는 땀방울에 등골이 간질간질했고, 얼굴과 머리는 흠뻑 젖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당시엔 땀범벅이었다.뜨겁긴 해도 가을 바람과 건물 내에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혔는데 가던 길에 여울 공원의 능소화는 뜬금없긴 해도 멀리서 봤을 때 이쁜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렸다.지난달 벌초 갈 때와 비교해서 열린 꽃망울이 적긴 해도 꽃의 본능을 가득 담은 진수답게 그 빛깔은 곱다는 표현 이상이었다.머리 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서녘 석양의 고운 빛결에 감탄의 화답을 마지막으로 5일 연휴 중 이틀은 소리소문 없이 흘러갔다.

일상_20240908

6월 중순 학교 강의에 노르딕 워킹 강사를 초빙한 적 있었고, 노르딕 워킹을 떠나 지엽적인 걸음이 아닌 본질적인 걸음을 하루 동안 강의한 적 있었다.거기서 맨발의 효능에 대해 의학적인 관점보단 인간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던 걷기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풀었었는데 하루 강의가 무척 인상 깊었던 바, 그 이후 반석산 맨발 걷기 코스에 주말마다 찾아 잠시라도 걸었다.물론 파상풍 감염이 그리 쉽게 되지는 않지만 발을 디딜 때 나름 신경 써서 걸었고, 이제는 건강이라는 관점보단 기분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맨발 걷기는 꽤 경제적인 대척점이었다.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즐기는 덕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생겼고, 거기서 발을 씻고 나서 벤치에 앉아 족발을 말릴 때면 늦더위 속에 문득 가을의 알싸한 청량감..

냥이_20240907

전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조금 시니컬한 표정으로 티비를 보던 녀석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식빵을 구웠다.모처럼 봤다고 흑미 식빵을 구워 주려는 걸까?녀석의 꾸준한 취미 중 하나는 다함께 모여 앉아 티비 시청을 즐기는 것.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뒤통수 스담하면 그렁그렁 거리는 골골송도 듣기 좋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에게 친근한 표현을 하던 녀석은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사람 발끝을 쫓아다니며 요구 사항이 많았다.츄르 달라, 간식 달라, 닭 슴가살 달라, 놀아달라 등등한 번 놀아주자 녀석은 창가 제 의자에 자리를 잡곤 한잠 들었다.여름이 다시 오려는지 대낮 더위가 햇살이 따가운 걸 넘어 후덥지근했고, 하나로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마련하러 간 사이 차량 내부는 말 그대로 온실이 따로 없었다.그래서인지 ..

일상_20240901

주말엔 모처럼 학교 가는 날이라 하루 동안 피로에 찌들어 있다 늦잠을 잔 뒤 결혼식과 학교를 제끼곤 집안 일만 집중했다.사람들이 미어 터지기 전에 하나로마트로 가서 식료품 찔끔 사고, 뜨거운 대낮엔 집구석에 틀어 박혀 숨만 쉬다 시원해질 무렵 반석산으로 가서 뒤늦게 재미 들인 맨발 걷기를 즐겼다.올여름만큼 더위가 강력하고 지루한 여름이 있었던가!1994년엔 7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섭씨 39도를 계속 넘겼었고, 내 생애 마지막으로 땀띠란 걸 앓아 봤었지만 지금만큼 지루한 건 아니었다.또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탓에 인내심도 줄었던 만큼 정량적인 판단보다 정성적인 잣대를 더 체감하게 된 바, 올여름은 그냥 길고 지루하고 강력했다.그래서 9월이면 가을 분위기가 나야 되는데 여전히 낮더위가 무시무시한 걸 보..

일상_20240827

아침에 인덕원에 갔다 집에 돌아온 시각에 맞춰 15년 함께 한 정든 차를 떠나보내고 이번에 새로 맞이한 차를 몰고 집에 행차한 누님과 조카 녀석을 만나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종종 들렀던 곤드레밥집으로 향했다.가격에 비해 정갈했던 밥값이 어느새 껑충 뛰어 이제는 1인 1만 5천냥 시대에 접어들었건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반찬 가짓수는 항상 정해져 있고 메뉴는 조금씩 변해 늘 나오는 당면과 샐러드, 달라진 야채 튀김과 열무김치, 그리고 선택 사양인 생선과 제육, 청국장이 나왔다.생선은 크게 비리지 않으면서 짭쪼롬했고, 제육은 내가 좋아하는 껍질과 비계가 섞인 두툼한 고기가 아닌 살코기 제육이라 생각보단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그래도 여전히 구수한 청국과..

일상_20240823

저녁이 되어서도 찜통같은 더위는 여전해 잠시 걷는 사이 온통 땀에 절었다.가까운 거리를 잠시 걷겠다는 당초의 생각과 달리 이왕 온몸이 땀에 절은 김에 오산천 산책로까지 걸었고, 역시나 반석산에서 발원하는 작은 여울 일대는 서늘했다.습한 공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서늘해서 그런지 여기를 지날 때마다 걷는 속도를 늦춰 잠시 더위를 식혔다.동네 한바퀴를 돌고 아이스 한 잔 뽀개러 가는 길에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한 지점에서 멈칫 했고, 뭔가 싶어 거기로 쳐다 보자 요 녀석이 바로 범인(?)이었다.내가 냥이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라도 얌전한 렉돌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네 집사가 내가 아닌 걸 넌 다행으로 여겨!만약 내가 집사였다면 널 맨날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뇬석아!

일상_20240822

유독 층간 소음이 꾸준해서 그런지 녀석은 종종 위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두리번거렸다.녀석의 이런 생뚱맞은 표정을 뒤로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섰다.뭔 병원에 대기 인원이 그리 많은지 13시 50분에 대기를 걸어놓고 15시 반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3분 정도 진료를 본 뒤 처방받은 약을 사고, 식빵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14시 10분경.세차게 퍼붓던 소나기가 그치자마자 바로 구름 틈바구니 햇살이 쏟아지더니 가지에 맺힌 빗방울이 햇살을 초롱하게도 굴절시켰다.하루 종일 소나기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태풍 종다리 특성상 소나기가 내려도 청량감은 1도 없이 끈적하기만 했다.6월 초 여정부터 시작된 폭염이 8월 하순이 되도록 그칠 줄 모르는 유별난 여름이었다.저녁 식사 후..

냥이_20240821

다른 집사가 앉은뱅이 책상에 앉으면 유독 훼방을 놓는 녀석, 다이소에서 2년 전 이 책상을 구입해서 비대면 강의를 듣던, 바로 고! 시기부터 녀석은 집사의 화상 채팅에 매달렸고, 그 이후부터 요! 책상은 녀석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쇼파에서 녀석의 전용 쿠션을 깔아주지 않으면 잔소리 남발해서 이제는 알아듣고 집사들이 쿠션을 깔아준다.그러면 녀석은 쿠션에서 퍼질러 자거나 아니면 티비 시청을 병행하며 밍기적거렸다, 집사들 사이에 딱 붙어서...학습을 하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필기하다가도 녀석은 도사처럼 알아차리고 바로 앉은뱅이 책상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비켜달라고 밀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기까지 했다.차량 정비로 수원 직영정비소를 다녀온 뒤 초저녁에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더위를 즐기기 위해 산책을..

냥이_20240811

한 달에 한 번, 머리 벌초하러 가는 날이라 쇼파에 앉아 쉬던 중에 녀석이 옆에서 거나하게 한숨 때리고 있었다.본격적인 낮잠에 접어들면 어찌나 깊게 자는지 어떨 땐 흔들어도 축 늘어져 일어나질 않았는데 냥이 습성을 전혀 모르던 초기엔 뭔 일이 있나 싶어 정말로 녀석을 흔들어 깨울 때도 있었다.냥이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만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저 주뎅이에 손이 갔다.옆에서 아무리 떠들고 티비를 시청해도 녀석은 요지부동.이럴 때는 주뎅이를 만져도 일어나지 않는데 어쩌다 인상을 찌푸리듯 일어나 그루밍을 할 때도 있었다.이참에 망고스틴 하나 빼먹을까?예약한 시각이 되어 뜨거운 대기를 뚫고 도보로 이동하는데 얼마 걷지도 않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사정없이 더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