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56

일상_20240803

휴일에 즐기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반석산이 제격이었다.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발바닥 통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마사토 알갱이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반석산 길은 이용객들이 틈틈이 싸리 빗자루로 쓸어 노면을 정리해 준 덕에 그나마 발바닥 통증이 적고, 바닥도 다른 길에 비해 폭신한 쿠션감이 느껴져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복합문화센터 옆 맨발 걷기의 성지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정상 부근을 한 바퀴 돌아올 요량으로 계속 걷는 사이 마사토가 많이 깔린 길에 잘못 접어들어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이렇게 걷는다는 게 발바닥과 이어진 근육 하나하나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단련되면서 적절한 자극도 느껴졌고, 야외공연장 위 발을 세척할 수 있는 황토 진흙 길에서 맨발 걷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얼마 전 ..

일상_20240728

그리 지루하던 장마가 소리소문 없이 물러났고, 그보다 더 지루한 찜통더위가 찾아와 기승을 부렸다.지난주부터 맨발로 걷기 운동에 동참하여 반석산 맨발 도보길을 따라 걸었는데 2번째 맨발 걷기 운동을 했음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발바닥이 아파 제대로 걷기 쉽지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한 나머지 좀 더 익숙해지면 괜찮겠거니 여겨 반석산 정상 언저리까지 걸었음에도 전혀 익숙해질 기미가 없었다.야외공연장 잔디광장 위에 언제부턴가 황토 진흙길과 발바닥 세척장이 있어 거기를 맴돌다 세척장에서 발을 씻어 마무리한 뒤 야외공연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야외공연장 석불입상은 어느 누군가에겐 희망의 촉매제였던지 늘 음식이나 생수가 놓여져 있었고, 이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뜨거운 한여름에 열기처럼 타오르..

평화의 소녀상과 한반도정원이 깃든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_20240621

평화의 소녀상.  바다를 메우던 그 숱한 아픔을 위로합니다.인간다운 삶을 간구한 모든 마음과 함께 합니다.  폭격 소리 사라진 마을에 매화 향기 퍼져나가고두런두런 다시 풍요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평화와 인권이 생동하는 매향리에역사를 기억하는 화성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화성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꽃과 나무를 뒤섞은 작은 정원들을 떠나 광활한 잔디밭에 한반도 형상을 새겨놓은 한반도정원으로 향했다.여전히 폭염은 지칠 줄 몰랐고, 서해 바다가 인척임에도 바람은 폭염을 피해 어디론가 숨어 더위를 피했다.평화의 나래를 합창하듯 새떼가 하늘로 힘차게 비상했다 나무 위에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막상 직접 걸어서 한반도정원에 접근하자 예상했던 것보다 훠어어얼씬 넓었다.위성지도에 ..

되찾은 계절과 평화,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_20240621

총칼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매향리에 상처를 딛고 평화의 바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원은 이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여러 테마가 공존하면서도 그 접점은 결국 평화로 자연이 배제된 평화는 이기일 뿐, 마치 이 땅을 도화지인 양 자연의 붓으로 그린 그림에 하나씩 동화되어 가는 쾌감에 폭염도 잊었던 순간이었다.더불어 주옥같은 작품과 땀방울이 알알이 들어차 있어 시를 읽는 마음으로 천천히 하나씩 가슴에 새겼다.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있는 자연 생태공원으로 과거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되면서 미군의 공중 사격훈련으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과거의 아픔과 훼손된 환경을 치유하고, 외부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독립의 의지가 담긴 노작 문학관_20240616

노작 홍사용 문학관에 들러 소위 멍 때리며 덤덤히 파란만장했던 한 족적을 응시했다.글 속에 용해된 영혼들의 무거움을 작은 그릇으로 담을 수 없었지만 스미고 스쳤다.눈에 보이지 않고, 규정할 수 없어도 영혼에 물든 그 공간에서 그렇게 여름의 흥건한 땀 대신 글의 숭고함에 잠시 젖었다. 홍사용은 1900년 음력 5월 17일 경기도 용인군 기흥면 농서리 용수골 151번지에서 태어났다. 대한제국 육군헌병 부위를 지낸 홍철유(洪哲裕)와 어머니 능성(綾城) 구씨(具氏) 사이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무관학교 1기생으로 합격한 부친을 따라 백일 즈음에 서울 재동으로 이주했다. 8세 무렵 군대가 해산되자 다시 아버지를 따라 생가 인근 마을인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석우리[돌모루] 492번지로 내려온다.9세가 되었을 때, 후..

일상_20240607

짙푸른 녹음도 익고, 봄에 틔운 결실도 익어 봄에 못다한 이야기가 영글었다.일상이란 건 약속하지 않아도, 정의 내리지 않아도 불변하는 생명의 역동이라 녹색 속에 숨겨진 것들을 일일이 찾으며 심장의 파동을 확신하고, 수풀속에서 잔망스레 휘감는 거미줄을 느끼며 찰나의 역동을 공감했다.얼마 전 담근 매실은 설탕의 열정을 깨워 춤을 추게 하듯 내딛는 발끝 걸음 하나에 건조했던 감성에 땀방울 송골송골 맺혀 잊었던 미소도 되찾았다.야외공연장 너른 잔디밭은 가장 만만한 산책 코스가 되어 버렸다.적당한 걸음으로 볼거리, 향기, 소리를 가득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화성 오산리 석불입상은 원래 동탄면 오산리에 있었다. 언뜻 무덤 앞에 세워지는 석인상처럼 보이지만, 석인상의 관모와 달리 머리카락이 물결무늬처럼 희미하게 새..

냥이 미용_20240607

일 년에 단 한 번, 녀석이 미용하는 날이라 건강검진 겸 냥이 미용실에 들렀다.역시나 녀석의 눈은 지진이 났고, 집사는 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초조함을 숨겨야만 했다.007 작전에 버금가는 작전으로 녀석을 캐리어에 담아 곧장 병원으로 향했는데 녀석은 이미 동공 지진났다.순둥이라며 녀석을 알아보는 병원에서 잠시 기다리는 중.고양이 미용을 위해선 마취가 필연이라 이참에 정기 검진까지 병행하느라 굳이 이 병원을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