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56

집으로 가는 길_20240423

봄가을이 상영관에 들르기 좋은 이유, 비수기 상영관엔 사람들이 적은 대신 조용한 명작들이 간간히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다.또한 활동하기 좋은 시기라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도 덩달아 들을 수 있기도 했다.칼퇴해서 곧장 동탄 CGV에 들러 쿵푸팬더를 보고 끝나는 즉시 집으로 향했는데 확실히 낮이 길어지긴 했다.7시 가까운 시각인데도 이렇게 어둡다는 느낌이 전혀 없으니까.메타폴리스 일대는 꾸준히 오고 가는 사람들이 이어졌다.갈 길 바쁜 사람들과 한가로이 노니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뒤섞여 봄을 만끽했다.때마침 분수대에서 힘찬 물줄기가 솟구쳤고, 빛이 뒤따라 오르며 하나의 물줄기도 여러 형태로 만들었다.집으로 가는 길에 봄의 내음은 사람을 설레게 했다.

일상_20240421

불현듯 찾아왔다 말없이 가버린 그 계절, 그 시절.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소중했던 순간, 시간이었다.또한 그래서 기다리고, 가슴 열어 맞이한다. 오산천을 비롯하여 아직은 조성 중인 자라뫼공원에 전날 내린 비의 흔적에 휴일 여유가 내려앉았다.다시 오산천을 넘어 정갈한 가로수길을 걸었다.신록과 소생의 끌림은 비교적 강했기 때문이었다.걷는 사이 봄꽃에 마음이 휩쓸렸다.요즘 서울 중구나 동탄은 인도가 변신 중이었다.너른 인도 한가운데 소소한 정원을 조성하여 계절 색이 짙은 생명들이 뿌리를 내렸고, 바로 옆에서 걸음을 응원했다.수국이 벌써 핀 건가?아직 봄이란 말이야, 벌써 여름 생명이 얼굴을 내밀면 안 되지!정처 없이 걷다 오산 외삼미 저수지까지 걸었다.비와 구름이 뒤섞인 날씨도 때에 따라서 반가웠다.들판 민..

갖잡은 어패류를 파는 화성 사강시장_20240302

송산 사강시장에 가면 서해 갯벌에서 춤추는 각종 어패류, 특히 조개와 쭈꾸미가 춤을 춘다.추위의 습격으로 조용한 장날이라 떠들썩한 장터 구경은 못했지만 바지락, 쭈꾸미와 낙지를 납치해서 덮밥으로, 칼국수로 먹으면 가출한 입맛도 냉큼 돌아오겠다.뜨거운 호떡은 덤~원래는 북적이는 장날이라는데 꽃샘추위가 오던 날이라 시장과 그 주변은 한산했다.서해가 인척이라 거기서 건져 올린 신선한 해산물, 특히 싱싱한 바지락이나 쭈꾸미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그래서 저녁엔 외식 대신 집에서 쭈꾸미 덮밥을 먹었는데 쭈꾸미만 먹어도 배가 터지겠다.

동탄과 오산 사이 친근한 야산, 필봉산_20240225

필봉산은 오산시 내삼 1동의 마을 뒤(동쪽) 있는 산으로 이 지명의 기록상 유래는 조선시대로 전해지는데, 조선의 22대 임금의 정조 임금(1776-1800)께서 1789년(정조 13년)에 자신의 부친인 장현세자(사도세자)의 능을 수원으로 옮기며 현륭원을 만들고 그 후, 배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면서 10여 차례나 행차한 기록이 나오는데, 필봉산이란 지명을 갖게 된 것도 이때쯤으로 보인다.필봉산은 해발 144.2m 정도의 산으로 정조가 화산에 나섰다가 화남방의 오미 즉, 오산까지 행차하시어 필봉산을 보시고는 산은 낮지만 일대의 산이 없어 멀리서 바라보니 "붓의 끝" 모양과 같아 필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해진다.[출처] 필봉산 정상 소개 화성과 오산 사이에 길게 뻗은 필봉산은 봄꽃들의 잔치가 성대한 곳으로..

냥이_20240224

커피잔을 비우는 동안 녀석과 함께 앉아서 유튭을 시청, 하나 정도는 녀석이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줬다.그러면 한 동안 시선 고정이었다.오후에 녀석이 선호하는 쇼파 인견 방석에 자리를 잡고 곧 쏟아질 잠에 빠져들 예정이었다.눈이나 자세만 봐도 이제는 선무당이다.그 기회를 이용, 카메라로 녀석을 찍어주자 이번엔 기분이 괜찮은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가만히 자세를 잡아줬다.물론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옆에서 앉아 있다는 방증이다.오후 느지막이 나와 동네를 걷던 중 산수유 꽃망울을 발견했다.바야흐로 봄이 다가왔음을 폐부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이제는 시각적인 정황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예전엔 그리 기다리던 봄이었는데 이제는 특정 계절을 기다리기보단 떠나는 계절의 아쉬움도 만만찮아 그 매력을 즐길 궁리도 곁들였다.

포근한 설연휴, 무봉산_20240212

23년과 24년의 가장 큰 차이.학업이라는 도구를 꺼내 들어 작은 도전을 시작하는 터라 여행의 빈도는 줄어들고, 실외에서 즐기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도모해야 될 것들이 많아진다.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한 해의 이야기들을 써나가기 전, 4월 초까지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사정없이 좌충우돌해 보자.휴일이면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산에 올라 세속 위에서 욕망을 그렸고, 하산을 하며 욕구를 조각했다.어차피 피할 수 없는 24년, 두렵고 설렌 가슴을 애써 누르고 힘껏 부딪혀 봐야지. 동탄의 지붕, 무봉산_20220204동탄 일대에서 꽤 높은(?) 무봉산은 이번이 첫 등정이었다. 만의사를 두 손으로 떠받드는 형세라 몇 번 끌려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짝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 때마침 기습 추위로 대기가 맑아meta-roid..

일상_20240211

왕형님이자 어르신 만나러 가는 길에 어설프지만 엷은 바람 옷가지 입고 찾아온 봄의 향기를 만났다.땅밑 동토는 깊이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봄이 데리고 온 대낮은 부쩍 길어진 자취를 남겼는데 거기에 맞춰 어딘가 숨어버렸던 길 위 작은 생명은 한둘 모습 드러내며 극적으로 봄을 마중 나왔다.아직은 황량한 겨울 잔해 속에서 조심스레 봄을 맞이할 또 다른 생명은 그 누굴까?휴일에 정갈한 공원의 정취는 그 어느 곳보다 친숙해져 버렸다.걸음 수를 채우려 한참을 걷다 여울공원까지 넘어왔는데 점점 익숙해짐과 동시에 거리감도 무뎌졌다.여울공원의 정중앙이자 화목원 한가운데 그리스식 조형물과 더불어 비정형적이면서도 나름 원칙이 있는 계단의 기하학적 배치가 정형적인 길을 연장시켰다.여울공원에 온 김에 꼭 찾아봬야 할 왕형..

삼국시대의 뜨거웠던 흔적, 화성 당성_20240209

신라와 백제의 함성이 겨울 서릿발처럼 묻혀 깨어나지 못할 깊은 잠에 빠진 당성(당항성)이 같은 고장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북편 멀리 사라진 위대한 한민족 고구려가, 남편 가까운 곳엔 슬기롭던 백제가, 서해 건너 대륙을 호령하던 당이 있었고, 성 일대 맹주는 지혜롭던 신라였다.현재의 필연은 과거의 셀 수 없는 파편들이며, 생존을 위한 핏빛 투쟁은 인류의 본질이다.그 파란만장했던 시대에 뜨겁던 열기는 잠자고 이제는 황량한 겨울이 활보해도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시대의 슬픔과 기쁨도 모두 땅 속에 묻고 서리와 이슬처럼 그저 다가왔다 흩어질 뿐이었다.당성 또는 당항성은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 구봉산에 위치한 산성으로 테뫼형(산봉을 중심으로 산정 외곽부를 돌로 쌓은)과 포곡형(봉우리와 계곡 주위를 둘러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