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 139

일상_20190213

시간은 골짜기의 세찬 강물처럼 부지불식간에 세상의 등을 떠밀어 벌써 19년의 한 달과 보름 정도를 집어 삼켜 버렸다.다만 소리가 전혀 없다.그 기운찬 시간의 물결을 보다 보면 산을 깎고 바위를 도려 내듯 얼굴에 자글한 주름을 패고, 머릿칼에 검은 색소를 시나브로 현혹시킨다.약속처럼 언젠가 기다림에 익숙해 지리라 단언했건만 자취 없이 할퀴는 촉수의 야속함에 익숙해졌던 초연마저 상실되는 시간의 흐름.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직은 많아 번번히 서운함을 잊게 된다. 석양 빛이 아파트 건물에 부딪혀 눈부시다. 이번 겨울은 혹한이 거의 없었지만 반석산에서 흐르는 여울은 여전히 얼어 있는 걸 보면 아직은 겨울이 짙다.

일상_20190105

겨울의 정점이라지만 작년 겨울에 비하면 아직은 포근한 편이다.그래서 주변 길을 걷노라면 내린 눈이 덩어리로 얼어 있는 장면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다 혹한을 대비해서 마련한 두툼한 패딩 재킷을 걸치는 일자가 거의 없다. 늘 그랬듯 노작마을에서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전망 데크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오산천과 그 너머 여울공원을 바라 본다.여울공원의 나이가 어려 아직은 앙상하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까지 쉼 없이 걷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라 앉히며 북녘을 바라보자 한 아파트 단지가 도드라져 보인다. 조금 더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용서고속도로의 시작점과 경부고속도로가 평행하게 북쪽으로 뻗어 있다.미세 먼지만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겨울의 청명한 대기 였을 터. 낙엽 무늬 전망 데크 초입의 이정표 앞이 트인..

일상_20181223

차량이 있으면 편하지만 몸의 퇴화는 불가피하다.특히나 날씨가 찜통이거나 냉동창고거나.계속 직립의 테크닉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산책이 필요한데 막상 현관을 나서는 게 갈등과 싸우느라 가장 힘든다. 이렇게 나서면 별 거 아닌데 집 안에선 나가기 힘든 핑계가 워찌나 구구절절한지.길을 나서 비록 동네 구경이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참 탁월한 선택이다' 싶다.겨울은 가장 겨울다운 세상을 봐야 되는데 작고 가까운 곳부터 나서본다.그래서 동네 산책~ 오산천 너머 아파트가 약간 미색이긴 하지만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른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라 공원 생명들이 증발해 버렸다. 소나무 씨앗이 바닥에 자욱하다.바로 옆 재봉산에 소나무도 많지만, 바람이 쉬어 가는 곳인지 미풍도 거의 없다. 텅빈 호수 공원.겨울의 단상인 ..

일상_20181031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만추의 흔적들이 쏙쏙 들이 나타나는 시기. 솔빛 산책로는 특히나 단풍이 많아 뒤늦은 가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잇길이다.한창 보강 공사 중인 솔빛초교가 그 너머 있다. 뜨거운 석양이 오산천 너머 세상을 달궈 붉게 물든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고, 쉬다 보면 제법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만추에 올라섰다.가을이 떠나려는 공원은 벌써 사람들이 떠나 황망한 석양과 싸늘한 바람이 맴돈다.여름 내내 검붉던 홍단풍은 일찍 지는 것과 달리 청단풍은 가을이 깊도록 푸른 신록을 지키며 단풍 특유의 붉은 색을 띌까 의문이었는데 만추가 가까워질 무렵에서야 급격히 붉어지며 홍단풍과 달리 청명한 가을 기운을 빼닮은 선명한 선홍색을 띈다.가을... 이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고 설레는 어감이다.

오산천을 따라 스며든 가을 향기_20181022

걷다 지칠지언정 누굴 원망할 겨를 없이 뿌듯해진 가슴을 진정시키는게 더 급선무다.이 장면이 좋아 급한대로 폰카를 들이밀지만 이내 또 다른 매력적인 장면으로 또 폰카를 꺼내는 사이 자연 진행 속도는 더딜 수 밖에.이런 상황이라면 억척스럽게 낮이 짧은 자연 이치를 원망하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고 이내 잊어 버린다.인간이 자연 앞에 초라해지는 순간이란 바로 자연의 채색에 넋을 놓고 절대 모방할 의지를 좌절시키는 이런 계절이겠다. 길가에 이런 풍경이 널려 있는데 걷고 싶지 않을까?허락된다면 다리가 부은들 행복의 징표가 된다. 오산천을 너머 여울 공원으로 방향을 잡아 본다.출입을 제한 시켜 놓은 야생의 들판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 아무렇게나 자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들판의 가을이 태동하고 있었다. 장미가 아닌 것..

일상_20180929

산책을 나서게 되면 자주 들리는 곳 중 하나가 노작호수공원이다.동탄이라고 해봐야 두 다리로 왠만큼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이쯤은 만만한데 만만하다는 건 편하다는 거다.시간이 오래 되면 신선함은 무뎌지지만 제 안방 마냥 다리 뻗고 쉬기엔 좋다.게다가 봄, 가을은 엥간하면 주위 볼거리에 혼을 뺏기니까 피로감도 없다. 나처럼 가을을 기다린 사람들이 호수공원으로 평소보다 많이 나와 휴식을 취한다. 너른 들판에 홀로 펴서 미모를 뽐내고 있는 보랏빛 꽃 한 송이. 뒤늦게 호수공원에 분수쇼를 발견해서 담아 두려고 했더니 여지 없이 끝나 버린다. 해가 질 무렵 오산천 너머 세상을 석양이 물들였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여름은 마치 내 마음처럼 무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잠시지만 만난 가을로 내일이 셀렌다.

여울 공원의 밤_20180924

빵빵하게 부른 배를 붙잡고 집으로 갈까? 하다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기대에 반석산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원으로써 규모가 꽤나 큰 오산천 여울공원으로 향했다. 다른 가족들이 전부 산책을 하며 배를 진정시킬 때 혼자 느티나무에 남아 야경 사진을 둘 요량으로 장노출과 아트필터 기능도 적용시켜 본다.사실 필름 시뮬레이션에서 벨비아 모드보다 클래식 크롬 모드가 더 좋긴하다.쨍하고 자극적인 벨비아 모드는 첫 인상은 좋지만 보면 볼수록 왜곡이 느껴지는데 클래식 크롬 모드는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 약간 오래된 시간과 질감이 느껴져 좋거든.특히나 이런 의미 있는 구조물이나 풍경들은 클래식 크롬이 단아함도 부여된 거 같아 좋다.조명빨이 좋아 아트 필터에 녹색만 표현하니까 사진이 잘 나와 이왕이면 초점을 흐리는 장..

일상_20180916

휴일에 가을 비가 내리는 공원을 걷는다.올 여름에 마른 장마에 대한 보상처럼 가을이 되자 비가 내리는 양과 횟수가 부쩍 늘었고, 특히나 지루하고 긴 폭염 뒤의 가을 비라 청량감이 더해진다. 가느다란 비라 우산을 쓰지 않고 얇고 가벼운 방수 재킷을 걸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데다 얼굴에 살포시 닿는 느낌도 도리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북적대지 않는 공원 산책로에 비까지 내려 더욱 적막하다. 비가 내릴 때만 만날 수 있는 푸른 잎사귀 위의 물방울들은 지나치게 낯가림이 심해 비가 그치면 금새 어디론가 쏜살 같이 줄행랑 치는 녀석들이라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졌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내가 온 줄도 모른 채 서로 조잘 대느라 여념 없다.약한 대낮의 세상 빛을 쪼아 먹곤 다시 ..

일상_20180914

여름 장마는 어물쩍 넘어가더니 가을 장마는 확실히 눈 도장을 찍는다.맑은 날보다 비 오거나 흐린 날이 더 많아 여름의 폭염이 누그러 들면서 갑자기 가을이 찾아온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걸어서 여울공원을 가며 행여나 내릴 비로 카메라는 두고 왔다.가끔 찾는 이 공원의 터줏대감인 보호수 느티나무는 여전히 멋진 자태를 한껏 뽐내며 너른 공원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여울공원의 정중앙에 구조물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분위기가 나고 그 자리에 서서 동탄1을 바라 보면 반석산과 그 너머의 메타폴리스가 보인다.작은 나무들이 들어선 여울공원에도 가을이 찾아와 젖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