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 139

일상_20190711

바람 속에 살짝 실려 세상에 나부끼는 칡꽃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수줍음이 아니라 겸손의 상징 같다. 해바라기처럼 달맞이 꽃도 천상의 부푼 꿈을 안고 있는 걸까? 산딸기 열매가 떨어지고 남은 꽃은 또 다른 부활이다. 휴일 속에 숨어 있는 여름 꽃들은 황막한 환경으로 돋보이는 봄꽃과 달리 신록이 한껏 부푼 여름에 파묻혀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그렇다고 마냥 신록의 그늘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일상 중 하나의 작은 부품처럼 오래토록,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다른 꽃들과 경쟁하거나 시샘하지 않는다.어쩌면 펼친 망울이 수줍음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겸손과 배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마냥 달콤하지만 스쳐가는 낮잠이 봄 꽃이라면 오래 동안 같은 모습으로 ..

일상_20190706

바람 좋은 주말, 길섶에 웅크리고 있는 풍경들이 특히나 반가워 집을 나선다. 화사한 햇살, 청명한 대기로 개망초 군락지에 우뚝 솟은 나무, 이 장면이 영화에 나올 법한 수채화 같다. 2016년 처음 보게 된 새끼 고라니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 초록이 넘쳐나는 먹이의 풍년을 누리고 있다.허나 홀로된 두려움은 반복되는 시련일 거다. 지나는 길에 풍뎅이 같은 게 있어 허리를 숙이자 바글바글하다.바람 좋은 날, 바람 나는 날이여? 오래된 공원의 작은 길을 따라 놓여 있는 벤치가 누군가를 그리워 하고 있다. 강한 바람에 넘실대는 건 비단 개망초 뿐만 아니다. 폰카의 발전은 어디까지 일까? 어느새 저녁이 다가와 교회 너머에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다.강한 햇살로 인해 늘어뜨린 그늘이 고맙고, 뜨거운 대지의 열기로 인해..

일상_20190609

먼 여행 대신 가까운 산책을 선택한 주말, 청승부르스 같긴 하지만 내가 사는 고장에 대한 애착은 모든 여행의 각별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어중간한 시간, 아니면 괜스리 귀차니즘에 멀리 가기 귀찮거나 움직이는 것 조차 갖은 핑계로 늑장을 부리다 포기하는 경우 느지막이 현관을 차고 꾸역꾸역 돌아다닐 때 적당한 타협점은 방황에 가까운 동네 산책이다.밤꽃향이 지천에 날리며 여름을 선동하는 시기인 만큼 무더위에 비한다면 그래도 이 계절의 이 시기는 크나큰 행복을 머지 않아 깨닫게 해 준다.하긴 전날 무주 다녀온 여독도 남았는데 뭔 거창한 여정이여!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위에 나풀거리는 나비의 춤사위가 쏟아지는 햇살을 잘게 부수어 화사한 파도를 일렁인다.어찌나 사뿐한지 살며시 다가서서 한바탕 흥겨운 춤을 보다 다시 ..

일상_20190520

이제는 가끔이 되어 버린 맑은 대기는 들판 여기저기서 자라던 싱아처럼 점점 사라져 버린다.그런 지친 씁쓸함을 달래주는 게 바로 계절이라 여전히 세상에 남아 집착의 뿌리처럼 촉수를 사방으로 뻗힌 아카시아 향이 커다란 위안이자 친구 같다.살랑이는 바람결에 매혹적인 향을 살포시 싣고 다가와 속삭이는 그 노랫말이 향그롭던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온 대기에서 아카시아 향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곳은 없다.길을 걷다가도 그윽한 아카시아 향을 맡다 보면 잠시 나마 세상 시름을 잊고 후각의 긴장을 풀어 버린다.년 중 꽃 향기가 대기에 진동하는 날은 그리 많지 않고, 칡 꽃향이 강렬한 초가을 조차 이만큼 발길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넘실대는 바람에 봄은 덩달아 넘실대며 떠날 채비를 마친 듯 대기를 달군 낮이 등골에 땀 ..

일상_20190426

봄의 종말을 고하는 비일까?봄비의 소리가 구슬프다.그럼에도 피부에 살포시 내려 앉아 조잘거리는 비가 반갑다. 단풍색이 젖어 걷고 싶어지는 길. 말라버린 무성한 칡 더미에서 새로운 싹이 꿈틀대며 허공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한다. 한껏 망울을 펴고 싱그러운 포옹이 한창인 봄꽃들.봄의 전령사들이 지난 자리에 같은 궤적을 그리며 솟아난다. 비가 그치고, 서산 마루에 걷히던 구름의 틈바구니로 석양과 노을이 하늘을 뜨겁게 태운다.

일상_20190413

한 주 지나 찾은 오산천 산책로는 예견대로 벚꽃이 만발 했고, 거기에 맞춰 인파가 북적였다.오산천엔 물이 흐르고, 산책로엔 인파가 뒤섞여 흐르는 곳, 그곳으로 걸어가 함께 인파에 섞여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 다녔다. 나루마을 인근에 산책로 초입부터 벚꽃을 찾은 사람들이 북적인다.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홀로 찾은 사람들로 다양하게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며 심취한 표정이다.일 년 중 아주 잠깐 만날 수 있는 날인 만큼 일시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가을에 단풍이라면 벚꽃에 비해 꽤 오래 볼거리를 유지하지만 벚꽃은 화려하게 폈다 어느 순간 급격히 꽃잎이 떨어지며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애간장을 더 태운다. 봄이라고 해서 벚꽃만 있는게 아니다.하지만 벚꽃만큼 화사한 봄의 전령사가 또..

일상_20190407

동네에 태동하는 봄소식들.활동하기 적당한 날씨에 산책을 하면서 봄 꽃 위주로 둘러 본다. 엥간히도 성격 급했던 철쭉은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의 구성원 중 하나다.집을 나서 퍼렇던 영산홍 무리에서 이 녀석이 도드라져 보일 수 밖에. 강한 생명력에 화사함까지 갖춘 민들레는 오산천 산책로로 가던 중 가로수 아래 조그만 틈바구니에서 활짝 꽃잎을 열었다. 오산천 산책로에 다다르자 동탄에서 벚꽃 명소가 되어 버린 만큼 서서히 만개할 채비를 마쳤다.처음 묘목 수준이던 신도시 탄생 당시, 여긴 텅빈 공간이나 진배 없었다.그러다 동탄 탄생 10년이 넘고 덩달아 묘목들이 자라 성인이 되자 그만큼 나무의 키 훌쩍 자라고, 가지가 늘어나 꽃이 필 때면 뽀얀 안개처럼 화사해지고, 그와 더불어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 이제는 동탄의..

봄이 오는 소리_20190310

밀려나고 밀어내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양보하고 함께 대지를 살찌우는 자연과 계절.아쉬움은 여기까지, 기대와 설렘은 지금부터.모든 계절이 윤택한 축복을 빗방울처럼 골고루 나눠주는 자연의 포용을 누리던 하루.달콤한 늦잠을 잠깐 참으면 좀 더 광활한 계절의 파동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다. 길가에 핀 흔하디 흔한 버드나무의 강아지가 잠시 고개를 돌려 관심의 안경을 쓰자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잊혀진 기억을 되살려 준다. 봄의 첨병과도 같은 산수유 꽃망울이 품고 있던 탐스런 노랭이를 한껏 발산시킬 의지를 펼치고 있다. 냉이꽃?한 순간의 화려함 대신 오래, 꾸준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소박함을 선택했다. 하늘 향해 한껏 팔을 벌려 계절의 풍요를 흡수하는 나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석양은 정해진 시간에..

일상_20190309

미세 먼지로 맑음에도 찌뿌둥하던 나날들이 모처럼 안개 걷히듯 화사해진 대기가 반갑다.하늘이 되찾은 제 본연의 빛깔이 반가워 꽃샘 추위도 덩달아 반갑던 주말, 귀한 손님 맞이하러 가는 기분으로 나선다.더불어 연지곤지 찍은 고장의 새색시 마냥 봄기운 젖어든 계절이 향그롭다. 오산천 너머 잿빛 미세 먼지로 본래의 색을 빼앗겼던 하늘이 예의 그 고유한 빛을 되찾았다. 벚꽃 눈망울이 곧 찾아올 절정의 봄을 위해 꽃잎 향연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빛바랜 갈대는 남아 있지만 신록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자리를 지키다 때가 되면 고스란히 새로운 갈대를 위해 양보하겠지? 한결 같을 거란 하늘이 문명의 이기로 난색을 표하는 날이 빈번해지고 있다.봄이 오는 이 시기에 불청객 같던 꽃샘 추위가 이제는 효자인 양 미세 먼지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