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살짝 실려 세상에 나부끼는 칡꽃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줍음이 아니라 겸손의 상징 같다.
해바라기처럼 달맞이 꽃도 천상의 부푼 꿈을 안고 있는 걸까?
산딸기 열매가 떨어지고 남은 꽃은 또 다른 부활이다.
휴일 속에 숨어 있는 여름 꽃들은 황막한 환경으로 돋보이는 봄꽃과 달리 신록이 한껏 부푼 여름에 파묻혀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신록의 그늘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일상 중 하나의 작은 부품처럼 오래토록,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다른 꽃들과 경쟁하거나 시샘하지 않는다.
어쩌면 펼친 망울이 수줍음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겸손과 배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마냥 달콤하지만 스쳐가는 낮잠이 봄 꽃이라면 오래 동안 같은 모습으로 단장하고 있는 여름 꽃은 한밤의 깊은 꿈처럼 깨닫기 힘든 필연의 과정에 비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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