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여행 대신 가까운 산책을 선택한 주말, 청승부르스 같긴 하지만 내가 사는 고장에 대한 애착은 모든 여행의 각별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
어중간한 시간, 아니면 괜스리 귀차니즘에 멀리 가기 귀찮거나 움직이는 것 조차 갖은 핑계로 늑장을 부리다 포기하는 경우 느지막이 현관을 차고 꾸역꾸역 돌아다닐 때 적당한 타협점은 방황에 가까운 동네 산책이다.
밤꽃향이 지천에 날리며 여름을 선동하는 시기인 만큼 무더위에 비한다면 그래도 이 계절의 이 시기는 크나큰 행복을 머지 않아 깨닫게 해 준다.
하긴 전날 무주 다녀온 여독도 남았는데 뭔 거창한 여정이여!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위에 나풀거리는 나비의 춤사위가 쏟아지는 햇살을 잘게 부수어 화사한 파도를 일렁인다.
어찌나 사뿐한지 살며시 다가서서 한바탕 흥겨운 춤을 보다 다시 살며시 발을 뺀다.
반석산 둘레길에 올라 걷다 오산천 전망 데크에 다다른다.
이제 돌 지난 여울공원은 반석산에 비해 한창 어린 갓난 애기 수준이라 오산천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수풀이 우거지고, 나머지 한 쪽은 묘목들로 황량해 보인다.
둘레길을 돌 때 딱 여기가 첫 쉼터인 반석산 정상 바로 아래 낙엽 무늬 전망 데크다.
약간 버거운 오르막을 잰걸음으로 오르면 턱까지 오르는 숨을 여기다 뱉어 낸다.
전망 조낸 조~타규~
둘레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정상과 연결되는 너른 길을 따라 내려갈 무렵.
반석산에 수풀만 파릇한 게 아니라 이런 아름다운 시구도 길과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을 감성 소나기에 적신다.
나무가 무척이나 피곤했나 보다.
임시 벤치로 종종 앉아 한숨을 돌리며 편하게 발을 펴게 해 줬던 고마운 녀석이다.
두 나무의 뗄 수 없는 연이 현세의 싸랑으로 거듭나 요렇게 붙어 자라며 하늘로 팔을 뻗는다.
복합문화센터 뒷 뜰에 요런 아기자기한 정원도 있다.
나이는 꽤나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여전히 고요하며, 숲이 울창하다.
마지막 통과 의례와도 같은 복합문화센터 야외음악당의 너른 잔디밭은 텅비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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