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90413

사려울 2019. 8. 24. 00:54

한 주 지나 찾은 오산천 산책로는 예견대로 벚꽃이 만발 했고, 거기에 맞춰 인파가 북적였다.

오산천엔 물이 흐르고, 산책로엔 인파가 뒤섞여 흐르는 곳, 그곳으로 걸어가 함께 인파에 섞여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 다녔다.



나루마을 인근에 산책로 초입부터 벚꽃을 찾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홀로 찾은 사람들로 다양하게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며 심취한 표정이다.

일 년 중 아주 잠깐 만날 수 있는 날인 만큼 일시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가을에 단풍이라면 벚꽃에 비해 꽤 오래 볼거리를 유지하지만 벚꽃은 화려하게 폈다 어느 순간 급격히 꽃잎이 떨어지며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애간장을 더 태운다.




봄이라고 해서 벚꽃만 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벚꽃만큼 화사한 봄의 전령사가 또 있을까?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많고, 거리를 두고 제각각 자라거나 인공적으로 조성된 꽃밭은 화려하지만 때와 기회를 기다리는 건 사람이 자연의 시계에 시간을 맞춰줄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더 각별한 걸까?



산책로 초입은 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그리 넓지 않은 길인데다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지나다녀 북적이겠지만 그 구간만 지나면 자전거길과 도보길이 나뉘어져 비교적 한적해진다.




인공 하천을 중심으로 좌측은 도보길, 우측은 자전거길로 여기서 부터 두 길이 인공 여울을 사이에 두고 평행으로 진행 된다.

자전거길에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이렇게 만개한 벚꽃에 눈길을 빼앗겨 두 길의 용도를 잊어 버렸나 보다.



반석산 밑 산책길에 비해 벚나무가 작고, 그래서 나무 터널도 조금은 미완성이지만 몇 년 지나면 여기도 멋진 나무 터널을 볼 수 있겠다.



너희들도 벚꽃 구경하러 얼굴을 들어 올린 거지?





전국 벚꽃 명소에 비하면 나무들은 아직 묘목 수준이고, 그만큼 꽃이 만들어낸 장관도 보잘 것 없겠지만 사는 고장 가까이 이렇게 편하게 봄구경을 할 수 있는 게 어디여!

마루 위에 까치도 봄구경에 빠져 있다.



벚꽃 너머 석양이 기웃거린다.



일몰로 하루 해가 사라지려 하지만 봄구경 나온 사람들은 그리 개의치 않고 여전히 산책로를 따라 봄에 취해 배회한다.

잠시 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벚꽃 구경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 사람들은 이 길에 머무르며 시간의 구애 없이 봄구경에 여념 없을 거다.



한 해 중 찰나와 같아 아쉬움을 달래느니 잠시 찾아오는 피로와 허기를 달래는 게 낫다.

피로와 허기는 하루 정도 충분한 휴식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일 년 중 잠깐 스친 아쉬움은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되니까.





이미 해는 지고 땅거미만 남아 노을로 하늘을 태운다.

해가 져도 벚꽃은 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맑은 대기와 햇살이 비춘들 떨어진 꽃잎이 다시 만개하지 않는다.



이내 낮 동안 잠자고 있던 전등 불빛이 켜지고 땅거미는 점점 노을을 따라 서녘으로 돌아간다.



도시 곳곳에 벚꽃이 거리를 화사하게 물들이고 사람들은 생활하기 최적의 조건인 봄을 실감하며, 지금 지나가면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 아쉬움 알기에 화사한 벚꽃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사실 봄에 대한 집착일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 여름이 오면 매년 반복되는 봄에 대한 그리움에 통찰할 거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경험에 대한 확신으로 봄을 만난 양 계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겠지?

아무리 늦은 밤일지라도 이 시절 봄의 애증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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