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70731

사려울 2017. 8. 16. 02:04

2017년 7월의 마지막 날엔 어김 없이 변덕스런 날씨를 반증 하듯 빗줄기가 굵어 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

오후 느지막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 차림에 소지품을 챙겨 잰걸음으로 산책을 나왔다.

계획은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북쪽 끝을 찍고 노작호수공원을 거쳐 투썸플레이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남쪽 끝, 사랑밭 재활원에서 집으로 가는 코스 였다.



노작마을 카페와 반석산 사이에 노상 테이블과 자그마한 경작지가 보기 좋아 어느새 부터 인가 이 길을 거쳐 노인공원을 통해 반석산에 진입하는 횟수가 빈번해 졌다.

이미 가늘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좀 더 굵어졌지만 유난히도 비가 좋아 흠뻑 젖지 않는다면 이렇게 비를 맞이하는 것도 좋다.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가 오산천 산책로를 한 바퀴 돌려면 체력이 모자라겠다 싶어 노작마을로 내려와 바로 오산천으로 향하던 중 노인정을 지나면서 달팽이가 어딘가로 열심히 기어가고 있다.

늘 개무시하던 달팽이였지만 요즘 들어 달팽이의 태생적인 느림을 배우고 싶다.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에~




역시나 조용한 오산천 산책로는 휴일 가족 나들이가 그나마 좀 많을 뿐 평일이나 비, 눈 내리고 궂은 날이면 어김 없이 텅 빈다.

게다가 명절 연휴면 나 잡아봐라 해도 될 정도.

멀리 키다리 총각은 느긋하게 걸으며 스마트폰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다.



악동 까치가 내가 다가가자 비에 잔뜩 젖어 날지 못하는지 통통 튀어 다니면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위협적인 발악처럼 꽥꽥 거린다.

짜식! 무서운 건 알아가지고.




동탄 유일의 자연 실개울이 근래 반석산 개발로 물이 말라 버렸는데 다행히 비가 내리면 이렇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뒤 늦은 장맛비가 집중 호우를 동반 하면서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려 반석산 여기저기서 흐르는 물이 꽤나 많다.

나름 이 친구 보는 재미로 여기를 지날 때면 걷던 걸음을 멈추고 둘러 보곤 했었는데 근래 물 소리가 끊기면서 거의 무관심

했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한여름 뜨거운 날씨에 여기 부근은 시원하다.

게다가 뽀나스로 솔향은 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 않고 우의 없이 가던 길을 걸어 갔다.

넓적한 잎사귀에 송골송골 맺힌 빗방울이 마치 자리를 잡고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것만 같다.




목표 지점이 오산천 산책로 최북단인 기흥동탄 나들목 부근 이니까 굵어지는 빗방울을 헤아린다면 한 자리에서 오랜 지체 없이 열심히 걸어가야 된다.

길에 빛바랜 낙엽과 그 위에 맺힌 빗방울이 길 위에 떨어진 보석 마냥 유난히 반짝 거린다.




동탄2신도시와 기존 동탄신도시 사이 공터는 언제나 이렇게 야생 풀들이 왕성하게 자라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는데 칡은 유별나게 더 촉수를 사방으로 뻗어 나무 조차 집어 삼켰다.

근데 나무 입장에선 자기가 흡수해야 될 양분이 줄겠지만 칡 덕분에 든든한 옷을 입은 본새다.

재미 있는 건 칡 꽃이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나무 위에 만개 중인데 칡의 무성한 잎이 만들어 놓은 보호막엔 여러 벌레들이 은신처로 사용하고 그 칡 꽃 주위로 유별나게 많이 모여 들끓는다.

그래서 칡 꽃은 눈에 쉽게 띄이는 곳에 있는게 아니라 줄기로 둘러 싸여 밑에서 보거나 칡이 무성한 곳으로 파고 들어야 되는데 워낙 많은 벌레들이 들끓어 사람들이 피해 다니고 더더욱 곤충들의 요새화 되어 버렸다.

나무를 애워싼 칡과 그 나무 꼭대기에 향긋한 향을 뿌리는 칡 꽃을 보면 마치 겨우살이 같다.




큰재봉산 아래 산책로는 더욱 조용하다.

근래 산책 중에 부근 새롬교 밑 노부부를 뵙게 되었는데 두 분이 늘 새롬교까지 산책 나오시나 보다.

아무래도 날이 뜨거운 여름엔 큰 다리 밑이 바람도 한 쪽으로 잘 불고 시원한 그늘이 있는데다 벤치며 대청마루가 있어 쉬기 편하다 보니 거기까지 늘 산책 나오시는 거 같다.

할아버지께서 거동이 좀 불편 하신지 할머니께서 늘 무언가를 챙겨 주시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훈훈해 진다.




본격적으로 굵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위세를 떨려는데 아직은 몸이 찝찝할 만큼 젖지는 않아 그냥 산책로 최북단을 돌아와야 겠다.



이게 바로 칡 꽃이여~

향은 아카시아의 향긋함과 같고 그 고운 빛깔은 장미처럼 치명적인 매력이 있음에도 늘 평가절하되는 칡 꽃은 사람들 눈에 쉽게 목격되지 않기 때문에 그 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칡 자체가 들판에 널려 있고 생명력이 강하다 못해 진절머리 날 만큼 인간들이 확장해 놓은 공간을 침범한다는 착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칡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보호 받고 먹이 사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또한 이 칡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갈근이라는 약초까지 제공해 주지 않는가!

가을 한가위 연휴 때 이 칡 꽃을 찾아 그 자태와 향기에 취하는 쏠쏠한 재미는 나만의 은밀한 취향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훌쩍 지나 해가 거의 질 무렵엔 빗방울이 본색을 드러내고 굵직한 물방울을 떨군다.

장마가 거의 없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반대로 장마가 길면서 비는 긴 장마에 비하면 적다.

여름이야 당연히 후덥지근하고 짜증날 만큼 끈적거리긴 하나 지금까지는 그나마 햇살이 긴 장마에 가려져 수월한 계절이 되었다.

모든 계절이 그들만의 매력이 있지만 여름만큼 낮이 길고 활동적인 계절이 어디 있겠는가.

가을이 되면 지나간 여름을 뒤 늦게 그리워할 바엔 차라리 즐기는 게 낫잖아.

비가 내려 침엽수의 날카로운 낙엽 끝에서 영롱히 빛을 발하는 빗방울처럼 일상의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 같아도 기실 지나고 헤어져 보면 소중함을 깨닫 여름은 달갑지 않은 계절 같지만 그 만의 매력? 마력은 분명 있다.

그 여름이 가기 전에 열심히 이 계절을 즐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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