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338

냥이_20220726

그리 긴 외출이 아닌데도 녀석은 어찌나 애틋한지. 때론 아끼는 가족, 사람에게 이렇게 맹목적으로 애틋해질 필요가 있음에도 그런 표본이 없다면 쉽지 않고, 녀석으로 인해 맹목적인 순수를 배웠다. 그로 인한 화답으로 새가 지저귀는 영상을 틀어 주자 거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사는 녀석의 그런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저녁부터 발치에서 떠날 줄 몰랐다. 심지어 방까지 따라와서 바닥에 붙어 이렇게 째려봤다. 이 눈빛 왜캐 불쌍불쌍해 보이지? "난 컴 키보드를 팰 테니 넌 지저귀는 새를 패거라." 정말 화면이 뚫어질 기세로 초집중했다. 새가 날아왔다 날아가면 이따금 앞 젤리를 날리거나 혓바닥으로 쓸어버렸다. 그러다 솜뭉치를 걸치곤 밀려오는 피로감을 꾸역꾸역 참다가 급기야 녹다운되어 버렸다. ..

까마득한 바다 앞 해운대, 그리고 떠나기 전 부산 밀면_20220723

빌딩숲 너머 바다라... 바다가 무한한 행복의 표상이라면 그걸 앞에 두고 숨죽인 사념을 달래는 건 작은 행복이라 할만했다. 비록 어디론가 흩어진 커피 향이 아쉬울지라도 내리는 비에 스민 희곡에 낭만이 서리면 그만 아닌가. 짧은 시간은 마치 단잠의 곡조를 추종하듯 그렇게 여운만 남기고 떠났다. 이튿날 열심히 폭주했음에도 숙취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지 서슴없이 해운대로 달렸다. 19년에 왔던 이른 봄바다와 사뭇 다른 여름 정취였다. 우측 광안대교와 좌측엔 이기대와 오륙도. 오륙도 방향으로 수평선에 걸친 걸친 요트가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되었다. 어느새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와 그 너머엔 아파트숲이 빼곡했다. 카페테라스에 겨우 자리 하나가 생겨 후다닥 찜한 뒤 아이스 한 잔 때렸다. 방파제 위로 이따금 새들..

부산에 도착_20220722

요즘 다른 가족들이 각개전투처럼 뿔뿔이 부산행 열차를 탔다. 나 또한 퇴근과 동시에 스텔스모드를 켜고 서울역에서 부산행 열차에 올라 잠시 정신의 스위치를 끈 사이 어느새 부산 도착. 돼지국밥, 회, 밀면과 더불어 부산을 실감했다. 밀면 곱빼기가 6천원! 회사 부근에 모인 평양식과 함흥식 랭면이 1만3천원인 걸 감안한다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 감동이었다. 게다가 만두 5천원까지 곁들인다면 설사 배가 터지더라도 얼굴엔 미소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광장에서 바로 한 컷 담았다. 여름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18시반 조금 넘었음에도 여전히 대낮 같았다. 특히나 청명한 대기는 선물이나 마찬가지. 지인을 만나 범일동 돼지국밥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소면 무한 리필이면서 가격은 8천원. 근래 폭등한 ..

추억이 아닌 현재 진행형, 삼양라면 골드_20220709

추억의 소품들 중 하나로 내 기억에 지워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대구 고산 하나로마트에서 볼 줄이야. 요즘처럼 풍성한 향미가 들어있는 맛이 아닌 간결한 베이스에 시원한 해물맛이 가미되어 지금 세태와 어울리지 않지만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그리고 농심을 보이콧하는 입장에서 이건 반가운 득템이었다. 예전 기억과 그리 이질감 없는, 반가운 얼굴. 삼양라면 고올~드!

풍성하고 너른 정원 카페, 우즈 베이커리 포레스트_20220709

작은 자연을 조성해 놓은 카페에서 야외 의자에 기댄다. 바람에 섞인 풀내음으로 습한 여름을 잠시 잊는 동안 허리 숙여 보이는 것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서 커피향을 잊어버리는 건 양날의 검이다.-그만큼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이 뵑!- 야외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반려견은 실내 출입 불가라 어쩔 수 없었던 '이유'가 '덕분'이 되었고, 때마침 야외 너른 공간 중 괜춘한 자리를 선점해서 커피 한 잔 곁들이며 큰누나네와 헤어지기 전,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요 녀석은 초코 푸들인데 어찌나 까칠하고 멍충한지, 얼마 전에 봤는데도 또 사납게 짖어 대고,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이란 개념이 없는지 틈만 나면 짖어댔다. 나도 댕이를 오래 키워 봤지만 금세 가족이나 가족과 친한 지인을 빨리 습득한..

들판 옆 도심 카페, 데일리호스 브라운_20220708

들판 옆 카페를 좋아한다. 때마침 추천을 받고 굶주린 커피 한 잔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정말 들판과 인접한 베이커리였다. 조용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빵 한 조각과 커피를 나누는 사이 하늘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세상 모든 소음을 집어삼켰다. 조금 아쉽다면 천금 같은 들판은 창 너머 정면이 아닌 모로 살짝 시선을 돌려야 했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외부에 나가 들판을 바라보는데 순둥이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멍 때리는 사람 첨 보냐멍~" 마늘빵의 겉은 달달하고 조금 딱딱한 식감이라 진정 마늘 바게트 다웠다. 다만 토핑은 내 입맛이 아니어서 딸기케이크로 위안 삼았다. 요즘 빵값 장난 아니다. 큰조카가 올 무렵엔 소나기가 퍼붓는데 얼마나 굵고 살벌한지 샤워기로 퍼붓는 줄 알았다. 카페 내..

찜통 같은 대구, 욱수골과 금호강변_20220708

녹음이 무성한 개울가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는 사이 대구를 떠올렸다. 대구! 그냥 덥다는 생각뿐. 어차피 여름이면 어디든 덥다고 생각했지만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난다.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찌는 듯한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대구는 묘하게 찜통 같다. 2013년 한여름에 지인 잔치가 있어 대구를 왔을 때, 차량 온도는 30도를 조금 넘는 수치를 보여주다 대구에 가까워질 때부터 1도씩 오르다 결국 범어네거리 도착하는 순간 39도를 찍었던 기억도 있다. 차를 내리던 순간 선글라스에 뿌연 김이 서려 확실한 여름을 체험한 날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여름에 대구를 오면 진정한 여름을 체험한다. 욱수골공영주차장에 주차, 요람을 회상하면서 길을 걸었다. 물론 당시..

한아름 자연 속, 청도 운문산 자연 휴양림과 운문호_20220707

해맑은 여울이 지저귀고, 큰어른 높은 산세 부락을 이루는 품 안의 자연은 새하얀 옥동자처럼 어미 품에서 달콤한 오늘을 노래했다. 찌는 여름, 나지막한 풀벌레 속삭임도 그늘 아래 단잠을 추스르는 자장가일 뿐. 백두대간 옆자락에 우뚝 솟은 고봉이 군락을 이루는 영남 알프스는 어디를 가나 거대한 장벽 마냥 하늘로 뻗은 능선이 즐비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매력 움튼 곳 없겠냐마는 69번 지방도를 감싼 산세는 마음도, 경사도 급할 겨를 없이 어느새 동쪽 망망대해 숨결도 코끝에 닿았다. 청도 운문산 자연 휴양림은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산 29-6(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운문로 763)에 개장한 국립 자연휴양림으로 2000년 8월 17일에 개장, 지방도 985호선 변 운문산 기슭에 위치한다. 백두대간 낙동..

시도 때도 없는 애정 행각, Love Bug_20220705

회사에서 러브 버그를 발견, 요즘 이게 꽤나 문제가 된단다. 무분별하게 들어온 외래종으로 개체수가 급증하기 때문. 허나 사람을 해치지 않고 애벌레 시기에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분해해 주는 익충이라 하여 그냥 사랑을 나누게 방치해 버렸다. 화단에서 더듬이가 휘날릴 정도로 움직이는 달팽이를 관찰하는 사이 수 분의 시간 동안 블루라이트에서 눈이 해방되었다. 근래 눈을 떠있는 시간 동안 우린 얼마나 심각한 블루라이트에 노출되고 혹사당하는가. 러브 버그 계피우단털파리는 털파리과의 일종으로, 성충이 된 이후로 하루종일 짝짓기를 하다가 죽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영어명 중에는 신혼파리(honeymoon fly)나 쌍두벌레(double-headed bug) 등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