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240803

휴일에 즐기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반석산이 제격이었다.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발바닥 통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마사토 알갱이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반석산 길은 이용객들이 틈틈이 싸리 빗자루로 쓸어 노면을 정리해 준 덕에 그나마 발바닥 통증이 적고, 바닥도 다른 길에 비해 폭신한 쿠션감이 느껴져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복합문화센터 옆 맨발 걷기의 성지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정상 부근을 한 바퀴 돌아올 요량으로 계속 걷는 사이 마사토가 많이 깔린 길에 잘못 접어들어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이렇게 걷는다는 게 발바닥과 이어진 근육 하나하나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단련되면서 적절한 자극도 느껴졌고, 야외공연장 위 발을 세척할 수 있는 황토 진흙 길에서 맨발 걷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얼마 전 ..

냥이_20240803

평일이면 내가 없다는 걸 안 건지 묘하게 눈치를 챈 것 같았다.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눈빛으로 거리를 두고 째려보는 녀석의 눈빛.혼자 집을 떠나 비교적 가까이 거처를 옮기는데도 불구하고 살림살이란 게 생각보다 꽤 많았는데 그 자잘한 살림살이를 틈틈이 옮기는 걸 보고 필시 눈치를 챈 건 분명했다.보통 집사들이 한꺼번에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떠날 때 이런 불안감이 감도는 눈빛을 보이곤 했는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그런 눈빛이라 혼자 떠날 거란 걸 알려주기 위해 살림살이도 홀로 옮겼다.그래서 내게 그런 눈빛을 보냈겠지?냥이란 존재는 여전히 양파처럼 의문을 벗겨도 새로운 의문과 궁금증의 연속인 생명체다.

냥이_20240801

저녁 식사 후 쇼파에 앉아 특정 프로를 시청하고 있던 중 녀석이 다가와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째려봤다.집사들을 번갈아 째려보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도 뭔가 눈치를 챈 건지, 아님 낯선 남녀의 향기를 느낀 건지...녀석이 애용하는 쿠션을 옆에 깔아주고 나서야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올라 쿠션에 드러누웠는데 잠을 잘 때 외엔 늘 가까이 붙어있는 습성으로 집사들 사이에 자리를 잡을 테니 쿠션을 깔아달라는 눈빛 시위한 걸까?아님 발령으로 인하여 환경이 바뀌면서 집사에게서 나는 체취의 변화를 느낀 걸까?가끔 냥이들의 빠른 눈치를 보면 4년 지난 집사도 여전히 놀랄 때가 많다.

영주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_20240730

다덕약수탕의 숨겨진 맛집에서 점심으로 백숙을 먹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모두 폭풍 흡입을 자랑했다.맛집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소개한 식당의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그 또한 흐뭇한 일 아닌가.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그 많은 걸 다 먹은 것도 모자라 반찬이며, 뒤이어 나온 죽까지 깨끗하게 비운 건 정말 맛이 있다는 방증인데 모두가 몇 끼를 굶은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식욕은 엄청났다.식사가 끝나고 영주역에서 재집결하여 한 녀석이 타고 갈 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사이 1시간은 금방 흘러 거기서부터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출발했다.소나기가 퍼붓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소백산 정상 부근엔 두터운 구름에 가려졌고, 햇살은 비웃기라도 하듯 쨍하게 쏟아졌다.그나마 대기가 ..

화로의 불씨처럼 하루가 꺼질 무렵_20240729

이제는 회사 동료, 사우에서 각자 지인으로 갈라지게 된 멤버들을 소환하여 3년 전 그때처럼 음악 소리에 바비큐를 곁들인 불멍을 때리며 추억도 나눴고, 아쉬움도 달랬다.오랫동안 손발을 맞힌 것처럼 각자 역할을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자리를 세팅한 뒤 저녁 식사와 더불어 술이 몇 순배 돌자 그간 공유했던 시간들을 끄집어내 함께 웃고 떠드는 사이 금세 어둠이 찾아왔고, 요란하게 달라붙는 날파리도 어느샌가 잠잠해져 그간 쌓였던 마음 봇짐을 풀어헤쳤다.[이전 관련글] 자연이 숨겨둔 관창폭포_20211003마지막 여정은 선유도와 가까운 관창폭포로 자연이 예리한 칼로 거대 바위를 수직으로 자른 뒤 모서리에 작은 틈을 만들어 물길을 틔어 놓았다. 자연이 취할 수 있는 거대 전위 예술이라 해도meta-roid.tist..

낙동강의 침묵이 만든 절경, 안동 고산정_20240729

여행 동지를 만나기로 했던 정오가 살짝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식사를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천팀이 1시간 넘어야 될 정도로 도로는 정체 구간이 비교적 길었는데 그동안 고구맘카페에서 고구마파이 하나만 입가심으로 때웠고, 점심 식사를 제대로 못할까 싶어 달달한 식욕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인천팀이 도착하여 10분 정도 대기 시간을 기다린 뒤 청국장 정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여행 동지들 모두 탐닉할 정도로 음식을 맛나게 해치워 행여 청국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지울 만큼 밑반찬과 개별적으로 할당된 분량까지 모두 비웠다.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_20240728

그리 지루하던 장마가 소리소문 없이 물러났고, 그보다 더 지루한 찜통더위가 찾아와 기승을 부렸다.지난주부터 맨발로 걷기 운동에 동참하여 반석산 맨발 도보길을 따라 걸었는데 2번째 맨발 걷기 운동을 했음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발바닥이 아파 제대로 걷기 쉽지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한 나머지 좀 더 익숙해지면 괜찮겠거니 여겨 반석산 정상 언저리까지 걸었음에도 전혀 익숙해질 기미가 없었다.야외공연장 잔디광장 위에 언제부턴가 황토 진흙길과 발바닥 세척장이 있어 거기를 맴돌다 세척장에서 발을 씻어 마무리한 뒤 야외공연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야외공연장 석불입상은 어느 누군가에겐 희망의 촉매제였던지 늘 음식이나 생수가 놓여져 있었고, 이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뜨거운 한여름에 열기처럼 타오르..

냥이_20240728

주말이면 학업으로 인해 일주일 중 온전히 쉬는 날은 일욜 뿐, 그런 만큼 하루가 얼마나 달콤하겠나.그런 달콤한 시간 가운데 녀석이 망측한(?) 자세로 단잠에 빠진 걸 보고 있노라면 그 평온이 더욱 실감 났다.낮잠 자는 자세와 모습을 쳐다보며 평온한 휴일을 실감했다.그런 눈빛으로 쳐다봤는데 녀석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실눈을 떠 집사와 눈이 마주쳤다.그렇게 실눈을 뜬 것도 잠시, 이내 다시 낮잠에 빠져들었다.그렇게 녀석은 낮잠을 아주 깊게, 길게 청했고, 집사는 또 한 번 괴롭히고 싶은 욕구를 애써 억눌렀다.

냥이_20240724

소주 한 사발 뽀개느라 늦게 들어와 잠시 컴퓨터를 두드리는데 녀석이 부스스 일어나 다가와선 무릎 위에 올랐다.그러곤 계속해서 자던 잠을 이어서 잤는데...세상엔 정말 귀여운 존재들이 많다.특히 포유류 새꾸들은 생존을 위해 표정과 몸짓에서 가련함과 귀염을 줘 보호 본능을 유발하게 되는데 냥이들은 성묘가 되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게다가 녀석은 완죤 강아지 저리가라다.그래서 집사는 녀석에게 열의와 성의를 다해 모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