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40827

사려울 2024. 9. 2. 22:27

아침에 인덕원에 갔다 집에 돌아온 시각에 맞춰 15년 함께 한 정든 차를 떠나보내고 이번에 새로 맞이한 차를 몰고 집에 행차한 누님과 조카 녀석을 만나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종종 들렀던 곤드레밥집으로 향했다.

가격에 비해 정갈했던 밥값이 어느새 껑충 뛰어 이제는 1인 1만 5천냥 시대에 접어들었건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반찬 가짓수는 항상 정해져 있고 메뉴는 조금씩 변해 늘 나오는 당면과 샐러드, 달라진 야채 튀김과 열무김치, 그리고 선택 사양인 생선과 제육, 청국장이 나왔다.

생선은 크게 비리지 않으면서 짭쪼롬했고, 제육은 내가 좋아하는 껍질과 비계가 섞인 두툼한 고기가 아닌 살코기 제육이라 생각보단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구수한 청국과 함께 먹는 곤드레밥은 꽤 깔끔했고, 필요한 반찬 가짓수만 나오는 단촐함에 한 그릇 반을 비웠다.

물론 튀김은 갓 튀긴 빠삭함에 양파의 풍미가 곁들여져 밋밋하지 않아 이 또한 내 입맛이었다.

그래도 서울에서 이곳까지 먼 길 행차하셨는데 커피라도 한 사발 대접해 줘야지.

인근에 스벅이 있어 수월하게 이동하여 스벅에 들어가자 뭔 사람이 그리 많던지.

어차피 난 집 때문에 하루 연차를 냈었고, 조카 녀석도 연차라 편하게 오긴 했지만 밤낮없이 맨날 만석에 가까웠다.

이 사람들이 설마 스벅에 오려고 연차 낸 건 아닐 테고.

메뉴를 주문하는 자리 뒤편에 굿즈가 있어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며 굿즈를 눈팅했는데 올해 런칭한 한복 입은 베어리스타에 잠깐 눈길이 유혹당하긴 했어도 벤티 사이즈의 스탠리 텀블러로 만족하기로... 그럼에도 눈길이 자꾸 여기로 쏠렸다.

치아가 좋지 않은 울 엄니께 스펀지처럼 보들보들한 생크림 카스텔라를 드리자 맛나게 드셨다.

원래 투썸 생크림을 종종 드렸었는데 근래 카페를 거의 오지 않아 이 얼마 만에 드리는 건지, 그렇게 잘 드시는데 왜 무심했나 싶었다.

밖을 나오자 지루하게 퍼붓던 비가 그렸고, 누님 차에 그제서야 눈길이 끌렸다.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블루 톤이 가미된 실버와 그레이 중간 컬러였는데 요즘 국산차도 이렇게 이쁘고 특히나 컬러를 잘 뽑는다.

차에 별로 욕심이 없는 내 눈엔 여전히 은은한 스카이 블루가 가미된 실버가 최고였지만 이 또한 내 취향이기도 했고, 차도 그리 크지 않아 괜춘했다.

근데 차값이 그게 뭐니!

급발진이나 좀 잡던가!

울 조카가 그리 귀여워하던 울집 냥이를 만나는 게 녀석의 숨겨진 목적이었고, 처음엔 경계를 좀 했다가도 조금 지나 특유의 넉살을 부리는 녀석을 보며 역시나 손을 계속 뻗자 녀석은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자꾸 스담 하려는 손도 귀찮거니와 자꾸 피하는 것도 귀찮은, 묘한 표정 너머 조카 녀석의 표정이 겹쳐 연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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