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냥이_20240717

7월 17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세워진 제헌절.더불어 한잠 든 냥이의 주뎅이도 오랫동안 벌어져 성황을 이루던 날이었다.귀갓길에 이렇게 혼자 떨어져 잘 때가 좋았는데 그래서 이 모습이 흐트러질까 싶어 겁나 눈치 보며 조용히 다녔는데.냥이 촉 밝은 건 알아줘야 된다.언제 알고 컴퓨터 두드리는 사이 다가와 무릎 위에 올라 턱을 괴고 동영상을 함께 시청했다.그러다 잠을 이기지 못한 녀석이 발라당 드러누워 자다 급기야 주뎅이까지 벌리고 잤다.얼마나 단잠을 자는지 저런 주뎅이 모양이 나올까?

일상_20240715

이른 아침 출근길에 동녘 붉은 노을에 연일 이어진 장마의 우울한 대기를 말끔히 태웠다.평생 동안 적응이 안 될 새벽 기상에서 그래도 희망은 있는 벱이지.그건 바로 느긋한 출근 광역버스의 여유와 더불어 가끔 만나게 되는 새벽의 전매특허와 같은 쨍하고 찰나 같은 노을.퇴근해서 현관을 열자 녀석은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혼자 뀅하게 떨어져 연신 실눈을 난사했다.

학업_20240713

주말마다 내리던 비가 그나마 잠잠했고, 그 틈을 이용해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잠시 산책을 즐겼다.이런 나무의 모습이 꽤 멋진걸!콩과의 회화나무라는데 도드라진 전체적 모습과 달리 꽃은 매우 소박했다.하굣길에 토끼풀이 잔뜩 자란 잔디밭에 이제는 토끼풀이 보이지 않고 다만 조형물과 앙상블을 이룬 저 모습이 그나마 위안이었다.귀가 후에 녀석은 어김없이 양반다리한 집사의 다리 위에 몸을 뉘었고, 한쪽 족발을 팔로 받치고 있는 사이 팔뚝에 녀석의 족발 도장이 선명하게 찍혔다.

츄르_20240710

녀석이 먹던 츄르가 갑자기 떨어져 서둘러 구입, 6가지 맛을 각각 4개입 6묶음씩 해서 총 144개를 받았는데 이렇게 사면 한동안 잊을 수 있어 하나의 걱정은 잊어도 되는 셈이었다.이렇게 녀석의 간식을 떨어지지 않게 쟁여놓는 이유는 녀석이 기껏 먹는 게 건식 3가지와 닭슴가살, 북어 트릿 그리고 츄르로 단순하기 때문.사람이라면 대안점이 있지만 녀석은 그런 게 없이 정해진 식성 내에서 충실하게 먹었다.가끔 괴기를 구워 먹거나 수육을 해도 녀석은 냄새만 맡을 뿐 먹질 않았고, 게 종류만 먹었다.그러니 딱해서라도 녀석이 먹는 걸 떨어뜨리지 않았다.

냥이_20240707

처음엔 냥이 한 마리를 데리고 온 게 나를 위해서 였다면 어느 순간 녀석이 가족으로 동화되면서 다른 가족들이 녀석에게 위로를 받게 되었다.처음엔 불쌍해서, 그리고 인간과 급이 다른 하등 동물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그 또한 어느샌가 동등한 생명으로 일깨워준 녀석.어미를 여의고, 이전 집사에게, 그리고 무언가에 의한 린치의 흔적을 보며 단순히 동정심과 측은을 넘어 현재 내가 왜 다행이고 이게 행복인지 녀석을 통해서 깨닫게 되면서 이제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 되어 버렸다.그래서 난 녀석에게 가족으로서 가지게 될 책임을 한 꺼풀 더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