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170

일상_20170626

여름으로 계절이 옷을 갈아 입으면 반석산은 거의 오지 않는데 올해 들어 몇 번은 간 기억이다.산책로나 둘레길을 가면 사정 없이 걸리는 거미줄은 도심의 산이라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임에도 마치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끊어질 새라 냉큼 쳐놓고 사라져 버리나 보다.게다가 가장 큰 이유는 특공 무술을 연마해 투명 망토를 걸쳤는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줄무늬 산모기의 출현 때문이다.내가 원래 모기한테 인기 많은 피가 철철 흐르는데 산모기는 뒤끝이 오래 가고 지독하다.때론 팔에 물려서 은연중에 좀 긁기라도 하면 산처럼 퉁퉁 부어 오른다.아주 미쳐 부러. 근데 올 여름엔 모기도, 거미줄도 좀 적다.그리하야 냉큼 둘레길로 접어 들어 후딱 돌아야지 하는데 무당벌레 두 마리가 짝짓기 중이라 아이폰으로 담았더니 사진 잘 나왔구만..

남원 행차 셋째 날, 명문제과_20170622

어김 없이 새벽 북장단은 예상대로 였다.켄싱턴이 조금 나이든 건물이라 방음 문제가 있다고 하기엔 그 북장단 소리가 거의 지축을 꿍짝꿍짝 흔들어 대는 진동에 가까워 최신식 건물인 들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점심은 간단히 얼큰 해장국 한 사발 땡기고 일찍 출발하자 싶었는데 남원이라 그런가? 서울에서 마음만 먹으면 마주치는 양평해장국 마저도 여긴 내가 좋아하는 우거지가 철철 넘치게 준다.뿐만 아니라 공기밥은 그릇에 압축기로 꽉꽉 밀어 넣었는지 뒤집어도 나오지 않고 숟가락으로 잘라서 떠야 된다.이거 인심이 넘치는 구만. 백종원 3대천왕이라는 프로에 소개된 넘무넘무 유명한 제과점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음이요!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손님은 없고 사람들은 갓 익은 빵을 부지런히 나르는 중이었다.꽤 많이 구입..

남원 행차 둘째 날, 남해 충무공 순국공원과 작별_20170621

남해대교를 건너 초입에 충무공 순국공원이라는 이정표를 슬쩍 본 기억이 남아 남해를 빠져나가는 길에 이정표가 있던 공원의 초입에서 급히 차 핸들을 꺾었다.아이폰 지도상에서 흔하게 보던 공원의 규모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고 명색이 충무공이라는 단어를 본 마당에 그냥 지나치면 괜히 얼렁뚱땅 넘어간 양심의 가책으로 남은 시간 동안 찝찝할 거 같았다.근데 여기도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는 구먼.역시 돈은 많은 난관을 뛰어 넘게 해 준다. 넓직한 주차장과 공원 초입에 딱 트인 전망의 갯벌이 있었건만 남원과 뱀사골 초입을 갈려면 겁나 빠듯한 시간이라 대충 훑어 보고 관음포 전몰 유허지의 첨망대는 꼭 가보자.게다가 그곳을 지나 바로 옆에 이순신 영상관이 있었지만 거긴 또 입장료를 내야 된단다.돈은 둘째 치고 촉박한 ..

남원 행차 둘째 날, 절벽에 선 보리암_20170621

보리암은 우리 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 남단의 금산 남쪽 언저리에 있는 작은 절로 절벽에 세워져 남해, 특히 한려해상을 발치에 두고 관망할 수 있어 전망 '왔다'다.남해보다 큰 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정도. 보리암을 가기 위해 거치는 금산 복곡주차장을 거치는데 그 옆에 완전 바닥을 드러낸 복곡저수지를 보면 올 가뭄의 심각성을 알 수 있고 더불어 남해 공무원들의 불친절도 심각했다.주차장 내 특산물 매장이 있어 화장실이 있겠거니 주차 선 안에 차를 세워 놓았는데 버스가 지나다니지 못한다고 차를 빼란다.근데 특산물 매장 앞은 주차 선도 없었건만 그 앞에 차를 세워 놓았길래 그 차는 왜 방치하냐고 했두만 매장에서 특산물 구입하는 차라 잠시 세워 놓는건 괜찮단다.나중에 보리암을 둘러 보..

남원 행차 둘째 날, 광양으로_20170621

여행은 자고로 평일이 장땡이다.물가 저렴, 숙소 널널, 사람 한적, 여유 만땅.너무 여유를 부린 나머지 늑장이 되어 저녁 무렵 출발한 남원은 사실 벼르고 벼룬 여행지라 결정을 내리는데 추호의 고민도 없었다.문제는 남원을 내려가서 화순 적벽을 계획했지만 그 늑장의 막장으로 이미 화순군청 홈에서 예약 기간을 놓쳐 버렸다.그래도 남원으로 무조건 내려가서 고민해 보자 싶어 20일 출발, 남원 근교에서 지도를 잘못 보고 길을 조금 헤매다 더 늦게 도착한 시각이 11시다.밤 늦은 시간이라 출출한데 마땅히 끼니 해결할 곳은 없고 해서 전 여행에 요긴하게 히트 쳤던 햇반을 이번 여행에도 가져간 덕에 배고픈 고충은 없었다.남원은 2013년에서 이듬해까지 가보며 내겐 인상 좋은 곳으로 남아 있던 만큼 벼르고 벼룬 여행지 ..

언제나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13

아주 가끔 혼자서 여행을 하긴 했어도 나만의 몰취향 인가 싶어 지은 죄 없이도 친분이 두텁지 않고선 떳떳하게 밝히거나 권장 하지는 않았다.허나 근래 들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혼행.혼자 여행이라는 줄임말로 가끔 여행 중에 혼행을 즐기는 분을 뵙긴 했었지만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혼행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공감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좀 있어 굳이 나서서 이해 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다 기록을 위한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가끔 혼행을 나섰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너무 편해졌다.나를 위한, 나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나의 내면과 진지한 관계가 형성된 계기랄까?익숙해지기까지 내가 사는 동탄을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면서 점점 거리를 넓혀 오산이나 용인 정도 간을 키워 갔고 흔..

동탄 소녀상_20170607

일찍 끝나고 영화 '노무현 입니다'를 보러 가는 길에 질척하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봄과의 작별을 예고하는 내음이 물씬하다.잠깐의 소강 상태에 빠진 비를 피하기 위해 요이~땅!하던 중 뭔가 익숙한 동상이 있어 고개를 슬쩍 돌려 보자 평화의 소녀상 계신다.동탄에 있을 줄 생각도 못했는데 괜히 무심했던 마음에 숙연해져 잠시 서서 둘러 보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노무현 입니다'는 일대기라기 보단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봤을 때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재조명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근래 상영관에서 광해, 변호인 이후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부끄~끝날 무렵 눈물 자욱이 들통날 새라 연신 눈을 끔뻑이며 말린다고 애썼건만 어쩔 수 없지...

태백에서의 셋째 날, 떠나기_20170529

전날 열심히 다녔던 여파는 잠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엥간하면 자로 잰 듯 일찍 기침하시는 분인데 이날 만큼은 늦게-내 기준에는 여전히 이르다-까지 누워 계셨다.체크 아웃 해야 되는 시각이 있어서 일어나자 마자 전날 미리 마련해 놓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떠나기 전 베란다로 나가 주위를 둘러 봤다. 멀리 함백산 봉우리의 송신탑이 보인다.사진으로만 봐도 목이 탈 정도의 뙤약볕은 모든걸 홀라당 태울 정도로 강렬한데 여전히 그늘 아래는 시원하다. 정면 골프장은 텅 비어 있는게 아마도 누군가 필드에 나왔다 강한 햇볕에 도망 쳤겠지?이런 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 오는 길은 증산을 지나 국도 바로 옆, 곤드레 밥집을 택했다.2015년 초겨울 함백산을 다녀 오는 길(눈꽃..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70528

막상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오마니께서 피곤한 기색이 있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젊은 시절 여행은 사치라고 여기실 만큼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한 분이라 익숙지 않은 먼 길 이었던데다 오시기 전 컨디션도 그리 좋지 못하셨다.가급적이면 가시고 싶으신대로 모셔 드리려고 했음에도 정선 장터만 알고 계신 터라 증산에서 화암약수와 소금강을 지나는 산길을 통해 정선 장터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들릴 예정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가져다 준 갈증으로 인해 화암약수를 들리기로 했다.조용했던 초입과 달리 약수터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뜰 만큼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순간 조용해졌다.뒤이어 관광버스와 몇몇 커플들이 오자 다시 떠들썩해 졌지만 오래 머무르..

태백에서의 둘째 날, 일출_20170528

이튿날 세상이 눈 뜨기 전 새벽같이 일어나 옆에서 새록새록 잠 드신 오마니 깨실까 까치발을 들고 카메라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경기도를 벗어난게 올만인 오마니께선 무척 피곤 하셨는지 그 밝으신 잠귀도 피로에 깜깜해 졌나보다.다행히 일출 전의 여명이 낮게 깔려 타이밍은 굿이여! 오투리조트의 동편 주차장 끝에 서서 주름과 안개로 첩첩한 산들이 빼곡히 보이는 이 장관을 찍었두마 실제 육안으로 보던 색감과 차이가 나도 넘무 난다.필름시뮬레이션을 번갈아 바꿔가며 찍었건만 그냥 새벽의 싸늘한 느낌으로 왜곡되는 이유가 뭘까?그렇담 화밸을 조정해 보자 싶어 몇 가지 바꿔 촬영 했는데 보이는 느낌을 근접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요건 선풍기 같은 매봉산 풍력 발전소의 바람개비들~실제 째려 보면 무쟈게 큰데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