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남원 행차 셋째 날, 명문제과_20170622

사려울 2017. 8. 10. 01:42

어김 없이 새벽 북장단은 예상대로 였다.

켄싱턴이 조금 나이든 건물이라 방음 문제가 있다고 하기엔 그 북장단 소리가 거의 지축을 꿍짝꿍짝 흔들어 대는 진동에 가까워 최신식 건물인 들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점심은 간단히 얼큰 해장국 한 사발 땡기고 일찍 출발하자 싶었는데 남원이라 그런가? 서울에서 마음만 먹으면 마주치는 양평해장국 마저도 여긴 내가 좋아하는 우거지가 철철 넘치게 준다.

뿐만 아니라 공기밥은 그릇에 압축기로 꽉꽉 밀어 넣었는지 뒤집어도 나오지 않고 숟가락으로 잘라서 떠야 된다.

이거 인심이 넘치는 구만.



백종원 3대천왕이라는 프로에 소개된 넘무넘무 유명한 제과점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음이요!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손님은 없고 사람들은 갓 익은 빵을 부지런히 나르는 중이었다.

꽤 많이 구입한 거 같은데 사실 몇 개만 담았을 때 한 분이 여긴 꿀아몬드빵도 유명하다고 하시어-그리고 친절하게 대하는데 사람 마음 녹을 수 밖에.- 골라 담는 사이 꽤 많아 졌다.

물론 집으로 가던 길에 꽤 많이 박살 냈지만.

겉으로 봐서 중소 도시의 고만고만한 오래된 빵집 이미지가 강하다.

내부도 유명세에 비해 작고 인테리어는 어릴 적 제과점 분위기가 회상될 만큼 내 입장에선 너무 반가웠다.

남원에서 출발할 당시 속이 든든 했음에도 호기심으로 하나 먹은 빵이 도화선일 줄.

단맛이라는 단어는 하나지만 그 단맛을 느끼는 건 셀 수 없듯 단순히 '달다'라고 표현하기엔 다른 맛과 향들이 엄청나게 잘 조화되었다.

그게 여그가 유명해진 비결 아닐까?

회사 동료들도 줄려고 듬뿍 샀지만 하루 지나 신선함이 떨어지자 이거 상태 삐리한 거 줬다가 괜히 나와 같은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싶어 걍 집에 뒀지만 다음 서늘한 계절에 여행 온다면 꼭! 시식을 시켜 줘야겠다.

달궈진 차 내부에선 아무리 바싹하고 맛난 음식도 주눅들고 시들해지니까. 



명문제과엔 따로 주차장이 없어 맞은편 교육문화회관 겸 체육회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아야만 했다.

주차장 옆 자그마한 공원으로 꾸며 놓은 자리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준 멋진 은행나무.

남원을 벗어나기 전 가져간 물통을 뻘쭘하게 빈통으로 가져갈 수 없는 노릇이라 명문제과 쥔장께 생수를 뜨고자 물 조~은 곳을 여쭤 보니 다른 분들까지 거들기로 이구동성 합동주조장을 말씀하신다.

대략 위치 설명을 들어 봐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겠던데 물 좋은 곳이 주조장이란 말에 의심 반, 기대 반으로 갔건만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한 두 사람씩 차를 몰고 들어와 물을 담아간다.

그럼 의심의 여지가 없는 벱이지.

이르거나 늦은 가을 즈음에 다시 올 기약을 하며 아쉽지만 남원에 거의 머물러 있지 않았던 이번 남원여행은 이것으로 작별을 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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