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114

제주로 가는 첫 걸음, 김포공항_20180305

제주 여행이 얼마만 이었던가?동탄에서 이른 시간에 공항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에 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아 공항에서 한참을 멍 때리다 이제 미리 예약한 아시아나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석양과 황혼이 깃들 무렵 출발하는 항공기 내 설렘은 묘하다.왕복 항공값이 39,600원인 만큼 지나치게 저렴한 삯에 비해 좌석과 승차감이 편한 행운은 덤이라면 허공을 유영하며 감상하는 땅거미와 야경은 과분한 선물 같다. 아이폰 카메라 어플로 담아 놓은 사진은 화사한 기분과 달리 왜 이리 우중충할까?

여주 남한강의 너른 강변_20180225

해가 저무는 여주 한강변.사진과 달리 세찬 강바람에 노출된 피부가 금새 한기를 느낀다.처음 찾아간 곳이라 지도를 보고 비포장길을 거쳐 오후 느지막이 도착했지만 거대한 공원의 공백이 을씨년스럽다.가끔 지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마주친 사람도, 눈에 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끝자락 겨울을 무색하게 만드는 강바람의 위세에 아직은 사람들이 움츠러드는 시기 였다. 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걸어온 길은 공원의 규모가 커서 꽤나 멀어 제법 많이도 걸었다.그나마 대화를 주고 받느라 거리와 피로를 느낄 수 없었고, 어느 정도 걷던 중 텅빈 벤치에 앉아 적당히 음악을 틀어 놓고 흥얼거리며 공간을 즐기기도 했다. 세찬 바람과 추위에도 날파리들은 연신 눈 앞을 휘젓고 다니다 카메라 렌즈캡을 열자 거기에도 달라 붙었다 다시 날..

베란다 정원과 지상의 가을_20171115

울오마니께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한 번도 소홀함 없이 가꾸시던 베란다 정원을 모처럼 훑어 보자 어린 생명들이 시나브로 성장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단풍 싹은 이파리 하나 달랑 열렸지만 가을이랍시고 붉게 물들어 소담스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모든 생명들은 유년시절에 한결 같이 귀엽다고 했던가? 단풍보다 2년 형인 소나무는 더디게 크는 것 같지만 매년마다 성장을 실감할 정도로 곁가지와 이파리가 부쩍 늘어났다.단순히 눈에 보이는 양분과 햇볕만을 먹고 사는게 아니라 애정도 먹어서 그런지 집 안에서 자라기 힘든 이 야생에 길들여진 녀석도 지칠 기색 없이 야금야금 성장해 간다. 길가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관심을 끌어달라는 듯 단풍은 절정의 붉은 옷을 입고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서서히 이파리는 오그라 들고 있어 겨울..

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전날 늦은 밤, 신고한 터미널에 도착했을땐 이미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는데 일행을 만나 다른 곳은 둘러볼 겨를 없이 강원랜드 부근 하이캐슬리조트로 가서 체크인 후 조촐한 맥주 파티를 하고 깊은 잠에 취해 버렸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피로와 더불어 후딱 비운 맥주가 갑자기 풀린 긴장을 더 이완시키면서 늦잠을 자게 될 줄이야. 하이캐슬리조트에서 베란다에 나와서 보니 역시 지대가 높긴하다.강원랜드가 밑발치에 보이는데 완전 산으로 둘러싸여 절경이 따로 없다.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나 이따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 쬐이는데 비 온 후라 그런지 대기가 깨끗해서 왠쥐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만 같다.느낌 아니까~ 원래 지도 없는 여행이라 당일 지도를 ..

황혼의 간이역_20141102

흥겨움 뒤엔 항상 아쉬움이란 후유증이 남기 마련. 이제 올해의 저무는 가을을 떠나 보내고 나도 집으로 가야겠다. 영동고속도로는 이미 가을 단풍객들의 귀경길로 강원도 구간이 정체라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영주 방면으로 선택했다.가던 길에 옛추억을 곱씹기 위해 분천역으로 빠졌더니 예전 간이역의 풍경은 많이 퇴색되었다.너무 매끈하게 다듬어 놓아서 그런가? 말 없는 기차 선로는 여전히 말이 없다.역사길로 사라져 가는 철도의 눈물 없는 슬픔이 침묵으로 들려 온다. 환상열차와 협곡열차라는 상품으로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잠시 쉬고 있다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려 순식간에 사라지자 다시 적막 뿐.환호는 잠시, 좀전과 상반된 적막이 선로를 무겁게 누른다. 철도에 옛추억을 간직했던 산골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삶과 같..

통영 가족 여행_첫날

오마니 칠순 여행으로 해외와 국내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결정적으로 주인공께서 국내로 하시자는 결단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숙원이시던 3일 일정의 통영으로 떠나게 되었다. 가는 길은 역시 멀어..그나마 연휴를 앞두고 하루 일찍 출발했던 터라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었음에 가는 길은 힘들지 않았지.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건 바로... 식사!모듬 생선구이?였었는지 아이폰에 저장된 이 잘 생긴 면상들.이름표가 없어서 뭔지 모르고 정신 없이 먹었는데 이 사진 외에도 다른 생선들과 각종 해물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가는 길이 먼 만큼 월매나 뱃가죽 오그라 들었을까나~ 금강산도 식후경 공식을 풀고 바로 찾아간 곳이 미륵산 케이블카 타기.타기 전의 흥분을 억누를 수 있었던건 역시나 연휴 전날이라 넘무넘무 한적했..

8월 마지막 주말휴일

별 거 없이 싸돌아 다니며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8월 마지막 날. 지금 봐도 별 특징도 기억도 없었던 거 같은데 요즘 포토 라이프가 많이 식어 버렸다.사진도 별로 찍지 않았거니와 찍어 놓은 것도 올리는 걸 게으름 피우고 있으니... 오산천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은은한 음악과 함께 동행한 주말은 그저 평이한 나들이였다.굶주린 사람처럼 한 손엔 카메라, 다른 한 손엔 지도를 들고 뭔가 특이한 사진을 찍겠노라고 다짐조차 하지 않았으니 특별한 그림은 없고 다만 일상의 기록일 뿐.그래서인지 큰 풍경보단 이런 화사한 꽃 무리에서 흐느적거리며 바쁜 일과를 보내는 왕따시 벌?이 엥엥거리더라.워낙 까매서 초점이 잘 안잡히던데 집요하게 렌즈를 들리밀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한 동안 내 앞에서 `니가 있든..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가서

광복절에 3일간의 연휴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다른 건 몰라도 휴일만큼은 민감한 만큼 미리 꿰뚫고 있어야 되니까-비교적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네버... 없었다. 날도 더운데 피서 가 봐야 교통체증에 첫 번째 고생, 가서 북적대는 인파에 두 번째 고생, 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에 뻔히 알고 있는 가격대를 훌쩍 뛰어 형성(?)되어 있는 물가로 세 번째 고생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 나도 피서철을 피해서 휴가를 갈 참이었다.그러다 가족들 틈바구니에 끼여 광복절 당일 4시간 정도의 고행 끝에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리솜리조트 도착.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을 땐 이미 해는 서쪽 수평선과 가까이 붙어 곧 찾아올 어둠을 암시했다.바다에 낮게 깔린 석양과 그 석양을 따러 나선 고깃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