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114

일상_20181031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만추의 흔적들이 쏙쏙 들이 나타나는 시기. 솔빛 산책로는 특히나 단풍이 많아 뒤늦은 가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잇길이다.한창 보강 공사 중인 솔빛초교가 그 너머 있다. 뜨거운 석양이 오산천 너머 세상을 달궈 붉게 물든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고, 쉬다 보면 제법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만추에 올라섰다.가을이 떠나려는 공원은 벌써 사람들이 떠나 황망한 석양과 싸늘한 바람이 맴돈다.여름 내내 검붉던 홍단풍은 일찍 지는 것과 달리 청단풍은 가을이 깊도록 푸른 신록을 지키며 단풍 특유의 붉은 색을 띌까 의문이었는데 만추가 가까워질 무렵에서야 급격히 붉어지며 홍단풍과 달리 청명한 가을 기운을 빼닮은 선명한 선홍색을 띈다.가을... 이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고 설레는 어감이다.

일상_20181010

거북목이 될까봐 하늘이 배려하사 자연스레 고개를 들으라 시선을 잡아 당겨 주는 가을 석양.사진은 마치 협소한 액자에 갖혀 보이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걸려 있는 가을 하늘의 장관을 기억하고 있어 어떤 조악한 사진도 기억을 수면 위로 이끌어 줄게다.만물상 같은 구름, 동경하던 빛깔, 좁혀진 마음 지붕을 열어줄 광활한 하늘.그냥 모든 자연이 주는 종합선물세트다. 서산 마루로 일몰이 진행된다. 이내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여운의 빛무리를 남기며 떠났다.

일상_20180929

산책을 나서게 되면 자주 들리는 곳 중 하나가 노작호수공원이다.동탄이라고 해봐야 두 다리로 왠만큼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이쯤은 만만한데 만만하다는 건 편하다는 거다.시간이 오래 되면 신선함은 무뎌지지만 제 안방 마냥 다리 뻗고 쉬기엔 좋다.게다가 봄, 가을은 엥간하면 주위 볼거리에 혼을 뺏기니까 피로감도 없다. 나처럼 가을을 기다린 사람들이 호수공원으로 평소보다 많이 나와 휴식을 취한다. 너른 들판에 홀로 펴서 미모를 뽐내고 있는 보랏빛 꽃 한 송이. 뒤늦게 호수공원에 분수쇼를 발견해서 담아 두려고 했더니 여지 없이 끝나 버린다. 해가 질 무렵 오산천 너머 세상을 석양이 물들였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여름은 마치 내 마음처럼 무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잠시지만 만난 가을로 내일이 셀렌다.

저녁 여운_20180928

가을이라 단언해도 될 만큼 계절의 내음이 달라 졌다.수줍거나 혹은 대담한 형형색색의 가을.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 주지 않아 수줍게 보이고,조금의 인내만 가진다면 세상 모든 색결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사람들 혼을 빼버리는 대담함도 있다.석양은 아직 못다한 하루의 아쉬움과 동시에 내일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다. 공원 내 데크길 이 자리에 선 게 1년이 지났다. 성급한 가을과 시간을 망각한 꽃. 석양이 바닥에서 자라는 풀들을 반짝이게 한다. 거의 방치해 놓다시피 했던 자전거를 타고 해가 지는 전망이 일품인 탄요공원에 들러 베어 나오는 땀과 한숨을 털어 내고 잠시 기다리자 기다렸던 모습을 보상의 댓가로 펼쳐 여과 없이 보여 준다.하루 시간 중 찰나에 불과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과 달리 모든 부족하고 푸념들을 없애 ..

처인성지를 탐방하다_20180924

만의사에서 출발할 무렵의 시각이 17:30경, 여전히 낮은 남아 있고 다음날 내려가면 한 동안 기약할 수 없는 가족들과의 함께할 시간이 까마득하여 하루를 통째로 즐겨 보잔다.한가위 당일이라 이 고장을 벗어나는 길은 체증을 감안해야 되는데 그럴 각오에 무봉산 너머 용인 남사 방면으로 넘어가 진작부터 한 번 찾아볼 마음을 먹었던 처인성지로 목적지를 잡았다.다행히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3번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용인으로 넘어가는 82번 지방도로는 맞은편 들어오는 차들이 끝 없는 행렬로 거북이 걸음 중이었지만 용인으로 나가는 방면은 뻥 뚫려 상대적인 쾌감을 누리며 금새 처인성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불과 20분 정도 만에 도착. 처인성이 아닌 처인성지인 이유도 성곽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성지만 남은 휑..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

일상_20180904

가을이 왔다는 표식은 주위에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그 중 하나가 하늘과 노을의 만남.해 질 녘에 집을 나서 주변 공원을 돌며 몰래 다가오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 미리 감동 받을 준비를 하려 한다. 오산천 옆 인공하천 너머 예당마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칡꽃도 가을이 되면 감추었던 호기심을 드러내며 꽃망울을 틈바구니 밖으로 터트린다. 매혹적인 보랏빛 꽃의 도라지. 맨드라미 신도시 초기에 늘 찾던 인공 여울의 데크 반석산을 지나 재봉산 가까이 다가가면 공원 초기부터 있던 원두막이 보인다.얼마나 자주 이 자리에 의지해 땀과 피로를 털어 냈던가. 가을 장마의 영향으로 반석산 자연 폭포는 연일 홍수(?)가 나고 이제 잠잠해 졌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해무리 공원, 아니 여울 공원으로 개명 되었지. 망망..

일상_20180826

기록적이고 맹렬하던 폭염의 기세가 이제 꺾인걸까?태풍 솔릭 이후 계속된 강우와 서늘한 바람에서 가을을 속단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루한 더위가 계속된 여름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동녘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청명한 여명과 서늘해진 바람이 가을로의 착각에 빠져 봄직한 설렘이기도 하다. 점심은 깔끔하게 잔치 국수로~ 저녁 귀가길에 만나는 초롱한 일몰과 장엄한 노을은 폭염에도 견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진정 응원하는 징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