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114

봉화_20180814

한 달 정도만에 평일 다시 찾는 봉화는 오마니 모시고 가는 동안 한적한 여느 시골처럼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다 시피 이동했다. 고속도로처럼 매끈하게 깔려 있는 36번 국도를 따라 영주에서 봉화읍을 지나 춘양에 도달하기 전 작은 지방도로 빠져야 되건만 익숙치 않은 길이라 지나쳐 다시 국도에 올려 영주 방면으로 진행하다 그제서야 지방도로 빠졌다.영주 방면으로 다시 거슬러 오던 중 시간은 저녁을 바라고 석양의 노을은 벌써 서녘에 물들었다. 도착하여 칠흑 같던 암흑 속에 등불을 켜자 뎁따시 큰 나방이 빛을 따라 유리문에 붙어 있다.물론 깊은 산중과도 같은 곳이라 불빛이 도드라져 온갖 곤충들이 빛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달려 들지만 모기 한 마리 없는 게 신기하다.만약 있었다면 갈 때마다 모기와의 전쟁으로 홍역..

일상_20180813

일상을 기록할 겨를 없이 바쁜 나날이다. 잠깐 주변을 산책하거나 여가 활동을 하는 것도 거의 없이 오로지 회사와 집,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마음의 짐만 둔 학업은 늘 지고 다니는 무거운 배낭 같았다. 유난히 더운, 폭염이란 단어가 일상화 된 이번 여름은 더더욱 여행이나 외부 활동의 발목을 잡았고 이마저도 큰 마음 먹지 않았다면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을거다. 잠깐 걷는 사이 땀은 자연 발원하는 강물처럼 몸 전체를 순식간에 젖게 했고, 그걸 대비해서 챙겨간 음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을 드러냈다.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중 하늘 위를 유영하는 까치 한 마리는 지친 어깨를 펴고 걷던 걸음을 재촉시켜 줬다.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게 까치는 악동처럼 다른 조류나 마당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를 괴롭히던 ..

일상_20180722

누님네 이사 이후 처음 집들이를 한다.한강 조망에 주변 녹지가 많고 도심과 인접해 있는데다 한강 남북으로 접근성이 수월하단다.허나 도로 건너 아파트 하나가 들어 서면서 한강 조망이 되지 않고, 지대가 높아 지도만 보고 찾아갈 경우 한여름엔 땀에 흠뻑 젖을 위치다. 새 아파트라 시설은 아주 깔끔하고 고급진데다 주변 녹지가 서울 도심이 맞나 싶을 정도로 풍부하다.그참에 조카 녀석이 동네 구경을 시켜 주겠단다.내심 자랑하고 싶은 거 겠지만. 아파트 바로 뒷편이 응봉근린공원으로 장충동, 신당동과 금호동, 옥수동 사이에 버티고 있는 작은 뒷동산인데 올라 보면 꽤나 숲이 우거져 있어 큰 힘 들이지 않고 서울 외곽에 온 기분이다.조망은 장충동을 위시해서 4대문 도심을 포함, 경계를 이루는 산들까지 보인다. 여기까지 ..

새로운 동반자와 첫 여행_20180713

퇴근 시간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내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다고?!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사우들 몇명과 함께 페스트리보다 겹겹히 쌓여 있던 비닐을 제거하고 새차 냄새를 빼는 과정을 거친 후 퇴근과 동시에 가족들이 여행으로 떠난 봉화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데다 주말 휴일을 앞둔 금요일이라 회사를 출발해서 두무개길을 이용해서 강변북로에 합류하기 까지 정체가 무쟈게 심해 꽤 시간이 걸렸다.새 차라 급유가 필수라 바로 엄청나게 막히는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를 피해 네비가 가리키는 청담대교로 빠졌건만 수서까지 거의 거북이 걸음이다.기름 좀 먹여달라고 차는 댕댕거리고 진행은 더딘데 자동차 전용도로라 빠지는 길은 없고.더워서가 아닌 당혹스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문정동 가든파이브 부근..

언젠가 끝나는 시간들_20180620

학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대구역 광장 위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노을이 아름답다. 첫 강의 참석 때 동대구역 하늘의 석양과 비교해 보면 어차피 같은 하늘에 같은 석양으로 구름이 타오르겠지만,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하늘이 알고 더욱 붉게 타들어간다. 겨울색 짙던 캠퍼스의 앙상한 나무들은 어느새 녹색 울창한 신록을 만개시켜 빼곡한 숲을 만들고, 더위에 쉬어 갈 수 있도록 햇살을 완전히 차단시켜 가뜩이나 살인적인 대구 더위를 잊으라며 편안한 휴식을 도와줬다.교육기간 동안 복잡하고 심란한 일들이 참 많았고, 업무와 학업 병행의 어려움을 어찌 다른 사람들한테 실토할 수 없어 이 나무숲 그늘 아래에서 위안 삼곤 했는데 이제는 정든 작별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가까워졌다.모든 선택한 일들이 어찌 나쁜 일..

일상_20180519

근래 내린 화끈한 봄비로 주말 미세먼지는 자취를 감추고 대기는 청명했기에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새들이 머무는 오산천은 근래 비가 많았다는 반증처럼 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석산 어딘가에서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로 인해 떨어지는 물소리가 힘차다. 세상 모든게 평온할 줄 알았는데 개미들은 마음과 다르게 혈전을 치르고 있다. 비가 온 뒤, 생명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부쩍 자랐다.봄에 시작되는 식물은 연약하고 고운 녹색에서 강인하고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중이다. 아이폰에 인물 사진 특화 기능이 있는데 동상도 인물로 인식한다.신통방통~ 녹음만 짙어질 줄 알았는데 적단풍 또한 더욱 매혹적인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

교육의 시작, 동대구역 석양_20180314

드뎌 OT를 시작으로 1년 동안, 아니 3월부터 12월 1일 이니까 9개월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오래 손 놓고 있던 공부와의 전쟁을 시작한다.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만 있는 교육이라 공부도 그렇지만 등하교의 문제도 지루한 인내를 요하는 부분이다.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어디 그리 만만찮은 건가 싶지만 주위에서 자기 개발이 되었건 필요 요건이 되었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이 사뭇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교육 첫 날, 강의 대신 OT가 초저녁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쪽 하늘의 붉게 타는 석양이 비장하다.9개월, 9개월 단기 싸움에 마음의 준비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싶지만 일단 저질러 놓고 차곡히 정복해 나가자.이참에 공부에 대한 굳어버린 머리도 주무르고, 큰 고개 하나를 넘어 자신..

일상_20180312

봄이 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낮이 길어졌다는 거다.낮이 길어졌다는 건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거고, 그래서 하루가 알찬 기분이 든다.반석산 둘레길이 4km 남짓하지만 일반적인 산책로와 달리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고로 1시간 정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면 이내 땀은 흥건히 차오른다. 오산천 전망 데크를 지나면 작은 여울까지 계속되는 내리막인데 산 너머 해가 지는 석양이 산에 걸려 있다.가던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이내 어두워져 자칫 둘레길에서 트위스트를 출 수 있응께로 앞만 보고 걷는다. 앞만 보며 걷다가도 겨울색이 짙은 땅에 봄의 싹이 솟아나는 걸 보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신기한 듯 쳐다 본다.황막한 땅에 이런 싹은 여전히 왜소하지만 기다린 친구 마냥 한눈에 금..